이형민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소아·호흡기 감염·중증외상 등은
고양시 응급진료 어려워
응급처치 아닌 최종치료 가능한
전문의 부족, 현 응급실 문제
고양, 소아·노인 응급의료대책 필요
[고양신문] ‘아프지 말자’는 다짐이 명절 인사가 됐던 지난 추석. 연휴 내내 응급실을 지켰던 이형민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이번 추석을 큰 혼란 없이 넘겼다며 박수 칠 때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전공의는 물론 적잖은 응급실 전문의가 떠난 고양시 응급실 상황에 대해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추석 연휴 때 작년 대비 응급실 환자가 20% 이상 감소해 고비를 넘겼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의료진들은 비상진료체계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민들만 불편했을 것”이란 입장이다. 연휴 동안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혼란을 피하기 위해 비상약 등으로 버티며 애초에 응급실을 방문하지 않은 환자도 많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번 추석 연휴 때 의료대란이 없었다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한계에 도달한 응급실 상황에 지금이라도 대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 중증 환자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3.5배 수준으로 인상한 것에 대해 이 교수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 응급실을 어떤 컨셉트로 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중증 환자 외 국민들에게 ‘징벌적 부담’을 지게 해 책임 일부를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이번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경증환자의 경우 큰 비용을 자부담하기 때문에 그 돈이 아까워서 병원에 제때 오지 않아 병을 더욱 키운 사례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증환자이지만 반드시 권역 의료센터로 와야 하는 일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짚었다. 일례로 암 수술을 마치고 소변줄만 급하게 교체해야 하는 환자에게도 과도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본인 편의에 의해 오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와야 하는 환자를 구분해 비용 부담을 달리하는 세밀한 접근이 현 정부에게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응급실 내원 절반으로 ‘뚝’
이 교수에 따르면, 기존의 고양시 종합병원 응급실 기준 평일 100명, 주말 150명 수준으로 응급환자 내원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평일 60명, 주말 70명 수준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교수는 “응급실에서 수용하지 못한 나머지 환자들의 불편함은 결국 시민들의 몫”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민이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상진료체계이지 비상진료체계가 아니”라며 올 초 의대정원증원 발표 이후 “현재 응급실은 이전에 비해 절반 정도의 환자밖에 받지 못하는 비상 상황”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고양시는 총 11곳의 응급의료기관(명지병원, 더자인병원, 원당연세병원, 일산병원, 국립암센터, 동국대병원, 그레이스병원, 허유재병원, 일산복음병원, 일산차병원, 일산백병원)이 운영되지만 특정 분야의 응급의료는 고양시 안에서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응급의료를 이용하기 어려운 환자는 소아, 노인, 호흡기 감염자, 중증 외상환자 등이다. 또한 고양시 응급센터에서 이비인후과, 안과, 정신과 진료 자체가 불가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고양시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 일부는 가까운 서울, 김포, 인천 등으로 가곤 한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병원(김포), 한림병원(인천)같은 인근 지역 병원들이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 지금 고양시 응급의료체계가 아직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양시는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고양시는 특히 소아와 노인의 비중이 높은 도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응급의료 대책이 절실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고양시 내 권역응급의료센터의 회의체들이 소아·노인 등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대책과 데이터 등이 공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사직, 최종치료 인프라 무너져
고양시민들이 응급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현재 119 이송환자 수용 기준은 응급치료가 아닌 최종치료 가능 여부”라고 말했다. 최종치료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응급치료로만 대응하는 것은 의료적으로 의미가 없어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양시 종합병원 모두 응급처치는 가능하지만 결국 최종적인 치료가 가능한 전문의가 필요하다는 것.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현재 고양시 의료기관은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최종치료 인프라가 이미 무너진 상황”이라며 “아직 남아있는 의료진들이 밤새가며 환자를 수술하고 있지만 의료진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 40여 명의 고양시 응급의료 전문의가 현재 약 75%인 30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특히 고양시 4개 대학병원에 있던 총 50여 명의 응급학과 전공의들은 지난 2월 6일 전원 사직했다.
이들 전공의는 현재 타 직종에 취직하거나 입대를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의료계 복귀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전혀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향후 고양시의 ‘응급센터’ 상황만으로 봤을 때 이제껏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