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지치도록 길었던 여름 더위 기세가 드디어 꺾였다. 주말(21일)부터 기온이 거짓말처럼 떨어졌고, 몇달째 공기를 눅눅하게 채우던 습기도 사라져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더없이 상쾌해졌다.
구름 사이로 가을 하늘이 청명했던 22일 저녁, 늦게 찾아온 가을 정취를 반기고 싶어 파주 헤이리마을 뒷동산 노을숲길전망대에 올랐다. 해넘이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의 발길이 북적인다.
어느새 저녁 해는 구름빛을 붉게 물들이며 조강(祖江, 한강과 임진강 합수지역) 너머로 저물고, 김포와 강화, 그리고 강 건너 북녘땅의 풍경들이 검은 실루엣 속으로 사라져간다.
22일은 가을의 한가운데를 지난다는 추분(秋分)이었다. 선조들은 입추(立秋)에서부터 가을이 시작된다고 여겼는데, 올해 날씨로만 봐서는 처서(處暑)도 백로(白露)도 지나고 추분이 되어서야 비로소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절기가 무려 세 칸(45일)이나 뒤로 밀린 셈이다.
계절의 질서가 이토록 뒤틀어진 이유는 대체 뭘까. 변치 않는 하늘의 이치를 24절기라는 귀한 틀에 담아 후손들에게 전승해주신 조상님들에게 드릴 말씀이 궁색하다.
유경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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