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운정3지구 개발 때 1천여 마리 이주
대를 이어 번식 성공 “명품서식지로 재탄생”
LH, 청룡두천 대체서식지 조성 계속 지체
환경단체 “맹꽁이생태공원, 맹꽁이축제 열자”

아파트로 둘러싸인 파주 운정호수공원이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명품서식지로 각광받고 있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파주 운정호수공원이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명품서식지로 각광받고 있다.

[고양신문] 파주시 운정호수공원이 멸종위기종 ‘맹꽁이’의 전국적인 명품서식지로 각광받고 있다. 
2016년부터 운정호수공원의 맹꽁이 포획·이주·관리를 맡고 있는 ㈜지이바이오 쪽은 26일 고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성체(성체가 되기 직전 개체) 이상 기준으로 약 2000~3000여 마리가 서식 중이며, 당년생(올해 태어난 새끼)까지 포함하면 현재 맹꽁이 개체수는 1만 마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맹꽁이는 양서류 중 기후변화 지표종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 올라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파주지역 환경단체인 DMZ생물다양성연구소는 운정호수공원을 도심 속 멸종위기종이 사는 ‘맹꽁이 생태공원’으로 특화해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고, 내년부터 ‘맹꽁이 축제’를 열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운정호수공원에 서식중인 멸종위기종 맹꽁이 성체 모습. [사진제공=DMZ생물다양성연구소]
운정호수공원에 서식중인 멸종위기종 맹꽁이 성체 모습. [사진제공=DMZ생물다양성연구소]

가까스로 살아나 대를 이어 번성 
운정호수공원이 맹꽁이 명품서식지가 된 계기는 2015년 9월, 공원에서 2㎞가량 떨어진 운정3지구 택지개발 예정지에서 맹꽁이 155마리가 발견돼 운정호수공원으로 이주시키면서부터다. 
운정3지구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파주사업단은 당시 한강유역환경청과의 협의에서 2020년까지 청룡두천 체육공원에 맹꽁이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영구 정착시키되, 조성 전까지 운정호수공원에 임시로 이주시키기로 했다. LH 파주사업단은 또 함께 발견된 금개구리에 대해서는 운정3지구 안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김포조류생태공원에 임시 이주시켰다. 하지만 LH 쪽의 약속은 4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고, 맹꽁이들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냈다.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발견된 곳은 공사장 흙을 쌓아놓았던 곳으로, 택지지구에 포함되기 전에는 논으로 사용되던 땅이다. 두 멸종위기종은 당시 LH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누락되어 소리도 없이 사라질 뻔했으나, 파주지역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로 한강유역환경청이 대체서식지 조성을 전제로 포획, 이주 허가를 해줘 가까스로 살아날 수 있었다. 

지난 3월 숨진 생태전문가 김현태 교사가 촬영한 멸종위기종 맹꽁이 모습. [사진제공=DMZ생물다양성연구소]
지난 3월 숨진 생태전문가 김현태 교사가 촬영한 멸종위기종 맹꽁이 모습. [사진제공=DMZ생물다양성연구소]
생태전문가 고 김현태 교사가 촬영한 멸종위기종 맹꽁이 모습. [사진제공=DMZ생물다양성연구소]
생태전문가 고 김현태 교사가 촬영한 멸종위기종 맹꽁이 모습. [사진제공=DMZ생물다양성연구소]

포획, 이주된 맹꽁이는 2015년 155마리, 2016년 804마리, 2020년 355마리 등 총 1314마리였다. 성장 기준으로는 성체 116마리, 아성체 36마리였고, 나머지 1162마리는 당년생으로 그해 태어난 새끼들이었다. 금개구리는 2016년 성체 111마리, 아성체 47마리, 당년생 3460마리 등 총 3618마리였다. 맹꽁이와 금개구리의 경우 당년생이 성체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3% 미만으로 알려져 개체수는 많았지만 이주지에서의 지속적인 생존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다. 

장마철 맹꽁이 수천 마리 우렁찬 합창 
물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습지동물인 맹꽁이는 무척추동물과 작은 척추동물을 먹이로 하는 포식자로 강수량이 많은 여름철에 왕성하게 활동한다. 물웅덩이가 발달한 곳에서 산란하며 밤에 먹이를 찾으러 이동하고 낮에는 땅속이나 풀숲에서 지낸다. 맹꽁이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생태의 변화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개체로 꼽힌다.
60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7월, 운정호수공원에서는 빗소리보다 더 크게 맹꽁이들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밤에만 활동하는 특성 때문에 평상시에 그 존재를 알 수 없던 수컷 맹꽁이들이 장마철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물웅덩이에서 맹렬한 울음소리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암컷들을 유혹했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도심 공원에서 맹꽁이들의 합창은 장마 기간 내내 지속됐다.

운정호수공원 안에 조성된 맹꽁이 서식지 모습. 
운정호수공원 안에 조성된 맹꽁이 서식지 모습. 
파주 운정호수공원 내 조성된 맹꽁이 서식지. 풀깎기 작업 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파주 운정호수공원 내 조성된 맹꽁이 서식지. 풀깎기 작업 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맹꽁이들의 울음소리는 운정호수공원의 ‘스카이브릿지’ 아래 펜스가 둘러진 대체서식지에 국한되지 않았다. 2015년 이후 이주한 맹꽁이들은 도로와 공원의 경계인 경사면과 나대지를 포함해 공원 전체에 퍼져 살아가고 있다. 맹꽁이 서식지를 관리를 맡고 있는 박윤학 지이바이오 대표는 “맹꽁이 대체서식지로 조성된 공간은 2500㎡로 협소해 300~400개체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 나머지 개체들은 펜스 아래에 이동통로를 만들어 외부 서식지와 왕래하면서 스스로 조절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맹꽁이가 운정호수공원에서 대를 이어 번식에 성공한 것은 저류지 목적으로 공원을 조성하기 이전부터 이곳이 맹꽁이들의 집단 서식지였고 꼼꼼한 관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신도시 개발 전 운정, 교하 지역은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맹꽁이들의 합창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맹꽁이가 이주하던 당시는 운정호수공원이 생긴 지 얼마 안 돼 서식 조건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풀을 베지 않고 웅덩이를 조성하는 등 꼼꼼한 관리를 통해 명품서식지로 재탄생했다”고 말했다. 

2015년 택지 개발 이전 운정3지구는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와 금개구리의 집단서식지였다. [사진제공=DMZ생물다양성연구소]
2015년 택지 개발 이전 운정3지구는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와 금개구리의 집단서식지였다. [사진제공=DMZ생물다양성연구소]

운정3지구 맹꽁이 포획, 이주에 앞장섰던 정명희 DMZ생물다양성연구소 이사장은 “번식기에 잠깐 출몰하는 멸종위기종 개구리들은 환경영향평가서에서조차 그 존재를 알리지 못해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운정호수공원의 맹꽁이 합창은 반갑기만 하다”고 말했다. 

대구 대신 파주에서 맹꽁이 축제를
정 이사장은 “멸종위기종을 이주시켜도 대체서식지에서 사후관리 기간 3년이 끝나면 대부분 절멸되고 마는데 운정호수공원은 매우 특별한 사례”라며 “대체서식지가 언제 만들어질지 모른 상황에서 운정호수공원을 맹꽁이 생태공원으로 특화시키고, 이주 10주년인 내년부터 맹꽁이 축제를 열자”고 제안했다. 
맹꽁이 축제는 2013년 대구시 달성습지가 맹꽁이의 전국 최대 서식지로 알려지면서 맹꽁이 산란지 보호와 인식 확대를 위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그해 도로 개발 공사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맹꽁이 개체수가 급감해 ‘맹꽁이 없는’ 맹꽁이 축제가 되자 올해부터 ‘달성습지 생물다양성 축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운정호수공원을 맹꽁이 생태공원으로 특화시켜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운정호수공원을 맹꽁이 생태공원으로 특화시켜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 이사장은 “대구와는 다르게 운정호수공원은 제초제를 덜 뿌리고 풀을 덜 깎는다는 조건만 유지된다면 지속가능하게 맹꽁이들이 살아갈 수 있다. 파주시의 생태적 자산을 지키고 알리는 일에 민관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파주시는 대체서식지가 만들어지는대로 맹꽁이들을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맹꽁이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해서 임시로 운정호수공원에 펜스를 치고 받아준 것이다. 대체서식지가 조성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 맹꽁이 생태공원 조성이나 맹꽁이 축제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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