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역 앞 '교외선 우리집'

엄마표 재래식 칼만둣국으로 유명한 교외선 우리집
엄마표 재래식 칼만둣국으로 유명한 교외선 우리집

[고양신문] 의정부와 고양시를 잇는 철도 교통망 교외선. 1978년 운행을 시작한 교외선 원릉역과 대곡역 사이 자리한 대정역은 2004년 운행이 중지돼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폐역이다. 철길 건너편 도심의 모습과 달리 시골 정취 가득한 이곳에 숨은 노포 맛집이 있다. 만두덕후들에게 숨은 보석 같은 곳이라 불리는 ‘교외선 우리집’은 오랜 단골과 방송인들 사이에서 잔잔한 입소문을 타며 교외선 부활과 함께 회자되고 있다.

대장동 좁다란 길을 따라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기찻길 앞 빨간 지붕의 이곳은 외관부터가 범상치 않다. 시골 할머니 집을 연상시키며 들어선 입구에서부터 새끼고양이 ‘하양이’가 반기니 정겨움은 배가 된다. 조금은 투박한 느낌의 손수 빚어낸 쫄깃한 만두피, 묵은지와 당면·두부로 버무린 속을 꽉 채운 포슬포슬 만두의 식감을 음미할 수 있는 곳. 엄마표 재래식 칼만둣국으로 유명한 교외선 우리집은 원주민은 물론 먹방 블로거, 유튜버들 사이에서 진작 입소문이 났다. 

빨간 지붕의 이곳은 시골할머니 집을 연상케 하듯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빨간 지붕의 이곳은 시골할머니 집을 연상케 하듯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이곳의 메뉴는 만둣국, 칼국수, 칼만둣국 세 가지다. 단연 인기 있는 것은 칼만둣국.
사골과 멸치로 깊게 우린 구수한 육수에 손으로 직접 반죽해 다문다문 썰어낸 면발, 속이 꽉 찬 김치만두 위로 김가루 솔솔 뿌려진 뜨끈한 칼만둣국 한 그릇은 어릴적 엄마 손맛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만두 속이 팍하고 터지며 입안 가득 즙이 새어 퍼지는 쫄깃하고 구수한 맛, 그뿐일까. 칼칼한 양념에 무쳐낸 아삭하고 달싹한 양배추절임과 입맛을 돋우는 겉절이, 시원한 백김치까지 수제로 만들어 곁들인 밑반찬은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완성하기 충분하다.

모든 것이 LTE급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도심의 모습과 상반된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식당 내부로 들어서면 홀과 작은 방 하나가 나온다. 6개의 테이블, 모든 자리는 좌식으로 이뤄져 있으며 방 곳곳에 놓인 자개장과 고가구, 전축에서 지난 세월의 흔적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맛은 기본이요, 아날로그 정취는 덤이다. 숨은 노포 맛집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조그만 식당 벽면 한편엔 이미 다녀간 연예인들의 사인이 보인다. 외부 기찻길 옆 기다란 테이블석엔 운치 있는 대기석도 따로 마련돼 있다. 
“햇빛 쨍할 때도 좋지만, 비 올 때의 운치는 기가 막힙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기찻길 풍경 앞, 이 맛이 생각나서 일부러 찾아옵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옆 테이블에서 만둣국을 연신 흡입하는 오랜 단골손님의 이야기도 얹어진다. 

대정역 기찻길 옆 기다란 테이블 석엔 운치 있는 대기석도 따로 마련돼 있다. 
대정역 기찻길 옆 기다란 테이블 석엔 운치 있는 대기석도 따로 마련돼 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역전상회로 운영하던 이곳을 그대로 이어받아 만둣집으로 운영하게 됐다는 천현애 대표는 생전 어머니가 해 주시던 만둣국을 떠올리며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같은 장소에서 13년째 만두를 빚는다고 했다. “방문이 어려운 고객들한텐 죄송한 마음이지만, 조리된 음식 포장은 안 하고 있어요. 뭐든 따듯할 때 바로 먹어야 맛있으니까요. 생만두만 포장해서 드리고 있습니다.” 추억이란 이름 아래, 정겨움이란 맛의 공간을 지키는 천 대표는 오랜 단골들과 지역민들뿐 아니라 서울 각지에서 찾아드는 손님들의 발걸음을 보며 조용히 불어오는 인기도 실감하고 있다 했다.

교외선 부활로 떠들썩한 요즘이지만 시간이 흘러도 대정역 기찻길 한편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만두를 빚고 싶다는 천 대표의 소박한 바람처럼 ‘교외선 우리집’의 앞날에도 가을녘 따사로운 햇살이 오래 깃들길 바란다. 

주소 덕양구 대장길 78-34, 대정역 앞
문의 0507- 1318- 5727
운영 오전 11시30분~ 오후 6시30분,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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