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여성 의병장 고양 밥할머니 추향제 봉행
[고양신문] “이동환 고양시장님과 시민들께 건의 드립니다. 고양밥할머니의 지혜와 용기 그리고 시대정신을 담아낼 역사문화관을 건립해 밥할머니의 공덕을 기리고 시민과 학생들의 역사 배움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최초의 여성 의병장이자 앞치마에 돌을 주워 날라 행주산성에 있는 군사들이 무기로 쓸 수 있게 도우며 행주대첩의 대승을 도운 숨은 주인공 고양밥할머니를 기리는 역사문화관을 건립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 내용은 10일 덕양구 동산동 고양밥할머니공원에서 열린 ‘제21회 고양밥할머니 추향제’에서 양정남 밥할머니보존위원회 관리위원이 축문을 통해 밝혔고, 추향제에 참석한 많은 시민이 동의를 표하며 공론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고양밥할머니공원에는 조선조 후기 약사여래 보살상의 모습으로 세워진 ‘고양밥할머니 석상’이 있다. 그 옆에는 1660년 고양군 덕수천(현재의 창릉천)에 새롭게 석교(돌다리)를 만든 경기도 관찰사 오정일 공덕비, 그 다리를 만들게 된 경위와 도움을 준 사람 800여 명의 이름을 새긴 덕수자씨교비명, 숙종 16년(1690)부터 숙종 17년(1691)까지 고양군수를 지냈던 엄찬 선정비 등 ‘고양 동산동 비석군’이 서 있다. 각각 고양시 향토 문화재 제46호와 제47호로 지정된 고양시 향토문화유산이다. 모두 나라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했던 활동을 담고 있다는 데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고양밥할머니 석상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고양과 서울 은평구, 양주군 일대에서 의병과 관군에게 큰 도움을 주었고 병자호란으로 어려움에 빠진 백성들을 위한 구호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전쟁 후에도 빈민구제와 배고픔을 해결하는 데 크게 공헌한 것을 인정받아 전쟁 이후 인조대왕이 정경부인에 봉했다는 해주오씨의 석상으로 전해지고 있다.
1600년대 초반 고양시 덕양구 동산동 능모퉁이에 처음 건립된 밥할머니 석상은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보면 지혜와 용기, 참여와 나눔을 실천한 밥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국가의 배려 속에서 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 위치도 중국의 사신들과 고위관리들이 지나는 관서대로, 한양의 입구에 세워져 그 위상이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후손들도 묘소 인근에 머물며 조상의 공적을 기렸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밥 할머니의 목 부분이 훼손돼 얼굴과 머리 부분을 잃어버렸는데, 행주대첩에 대한 앙갚음과 식민지 시대 조선 민중의 봉기를 우려한 일제의 만행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이 머리 부분을 새로 만들어 드리면 자꾸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며 옛 모습 그대로 있어야 민속, 문화적 가치가 높아 지금의 모습 그대로 모시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1990년 9월 숫돌고개로 이전됐던 석상은 2002년 창릉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밥할머니석상 보존위원회’가 구성된 후 2004년에 다시 동산동 능모퉁이 입구로 이전됐고, 그해 12월 ‘밥할머니석상공원’이 준공되고 제1회 추향제가 봉행된 이후 올해 제21회 추향제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년 할머니를 기리는 행사가 이어져 왔다.
이날 추향제에는 고부미·장예선 고양시의원, 장석환 국민의힘 고양을 당협위원장 등 정치인과 김봉민 창릉동장,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 오결주 해주오씨 대종회 부회장, 정해현 창릉동주민자치회장, 진경선 창릉동 통장협의회장과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1부 기념식은 오순억 고양밥할머니보존위원회 교육부장의 사회로 연혁 보고와 공로패 전달, 참석자 기념사 순으로 진행됐다. 고부미 고양시의원과 김대진 밥할머니보존위원회 위원은 밥할머니보존위원회의 활동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공로패를 받았고, 고부미 의원,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 김봉민 창릉동장 등이 축사와 기념사를 했다.
김광주 충장사제전위원장이 집례를 맡아 진행된 2부 추향제는 강신례, 독축,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망료례, 음복례 순으로 이어졌다. 초헌관은 김봉민 창릉동장, 아헌관은 오홍석 해주오씨 벽성군 종중 대표, 종헌관은 임현철 고양밥할머니보존위원회 회장이 맡았다. 그리고 좌집사는 동인해 밥할머니보존위원회 제례부장, 우집사는 심기석 밥할머니보존위원회 문화부장이 맡았고, 독축은 양정남 밥할머니보존위원회 관리위원이 했다.
임현철 고양밥할머니보존위원회 회장은 “마을 어르신들은 지난 20년간 밥할머니 석상을 발굴하고 보존위원회를 구성해 추향제를 봉행하는 등 지역사회에 밥할머니에 대해 알리고 정신을 계승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 오셨다”면서 “각박해진 요즘이야말로 지혜와 용기로 참여와 나눔을 실천한 밥할머니의 정신을 기억하고 모두가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너무나 필요한 시대이니만큼 우리 모두 함께 밥할머니의 뜻을 이어나가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