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고양문화원의 원고를 의뢰 받아 유진민속박물관을 찾았다. 원고 주제는 '우리 것'이었다. 무슨 내용으로 취재를 하나 고민하다가 문득 고양시 문화예술과에   근무할 때 방문한 적이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국립민속박물관 정도를 상상하는 것은 무리이나 아담하고 적당한 크기, 아기자기한 전시물과 프로그램이 있는 곳이다. 아이들을 동반한 젊은 가족들이 한나절 정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한 곳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고양시에 소재해 있고 콘텐츠도 요즘 쉽사리 접할 수 없는 전통과 민속이 아닌가? 고양문화원이 원하는 우리 것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유진민속박물관 전경
유진민속박물관 전경

 유진민속박물관은 지난 2009년 33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한 유진구(75세), 40년간 유치원을 운영한 송지연(75세) 두 동갑내기 부부에 의해 덕양구 원흥동에 터를 잡았다. 부부는 현역으로 있을 때 틈만 나면 인사동과 황학동은 물론 전국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선조들의 지혜가 스며있는 민속품과 고미술품을 사서 모았다고 한다. 이들이 평생을 모은 자료가 자그마치 2300여 점. 그 안에는 고려시대 양식의 5층 석탑까지 포함되어 있다. 

은퇴에 즈음하여 박물관을 세워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소중한 전통문화를 전수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는 덕양구 원흥동에 3000평의 부지를 매입해 박물관을 짓고 야외까지 활용해 넉넉한 공간을 활용했다. 그런데 박물관 자리가 원흥 택지개발지구에 편입됐다. 어쩔 수 없이 2011년 지금의 자리(덕양구 고양대로 1670번길 78-11)로 옮겼으나 부지가 700평으로 줄어 건물 신축과 전시물 배치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전통과 민속이라는 경쟁력있는 콘텐츠로 어린이 단체 고객을 집중 유치해 코로나 이전에는 연간 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 왔다고 한다. 

박물관 1층은 로비와 ㄷ자형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전시실 입구로 들어서면 탈곡기, 지게, 맷돌 등 우리 조상들의 삶의 근본인 농경관련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어서 전통가옥과 실내용품, 전통혼례, 생활도구 등 네 구간으로 나뉘어 민속품과 고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은 중정(中庭)이다. 실내의 야외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 고려시대의 5층 석탑이 모셔져 있다. 사찰에서나 가능한 소원성취 기원 탑돌이를 체험할 수 있다. 2층은 송지연 원장님이 직접 주관하는 다도·예절교실과 기획전시, 체험활동 등을 할 수 있는 교육·체험장으로 꾸며져 있다. 금년도에는 경기도·고양시가 지원하는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으로 고양팔현(高陽八賢)을 주제로 한 <고양 선비 납신다!>(5.7~11.30)와 한국도서관협회가 지원하는 길 위의 인문학 <고양 팔현 유랑기>(7.6~9.28), 지혜학교 <MBTI로 찾아가는 나의 고전> 등의 기획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사전예약을 통해 떡만들기, 자개공예 등의 체험활동도 할 수 있다. 

유진민속박물관 전시실 입구
유진민속박물관 전시실 입구

고희(古稀)를 넘긴 두 관장님은 요즘 2선으로 물러나 계신다. 대신에 유선영 학예실장이 박물관을 총괄해서 운영하고 있다. 유 학예실장은 두 분의 딸이다. 학예사를 구하기가 어려웠던 개관 초기, 부모님의 뜻에 따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서 박물관학을 전공한 뒤 학예사 자격증을 땄다. 흔치 않은 가업의 계승이다. 

"우리 박물관은 단체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큰 길에서 박물관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너무 좁아 대형버스가 들어오는 것을 꺼립니다. 빨리 도로가 넓혀졌으면 좋겠습니다."

  유 학예실장의 희망사항은 고양시 사립 박물관․미술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 중에 하나다. 유진민속박물관을 비롯하여 중남미문화원 박물관, FOMA 자동차 디자인미술관 등 사립 박물관․미술관들이 아주 소중하고 귀한 고양시의 문화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인 지원은 너무나 미미하다. 그것은 아마도 평소 입으로만 문화도시 고양를 외치는 고양시 정책결정권자들의 무관심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윤병열 고양문화원 고양학연구소 전문위원
윤병열 고양문화원 고양학연구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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