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떠들썩했던 다음 날, 믿어지지 않는 소식을 접했다. 고양시가 공립작은도서관 4개관을 사실상 폐관하고, 1개관은 현재 재건축 중인 원당시립도서관이 개관하기 전까지만, 또 1개관은 사서 없는 커뮤니티공간처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여기저기 재확인을 거친 결과 사실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유가 궁금했다. 고양신문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시립도서관이 20개로 늘어나고 스마트도서관이나 전자책도서관 등이 생기면서 작은도서관 이용률과 도서 대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시립도서관과의 역할이 중첩되는 만큼 효율성 차원에서 운영지원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며 “아직 7곳의 공립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작은도서관 인프라 규모가 타 지자체에 뒤처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고 밝혔다고 한다.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국가도서관 통계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고양시 1개 시립도서관 당 서비스하고 있는 인구 수는 5만1186명이다. 전국 평균 4만382명, 경기도 평균 4만2730명으로 거의 1만 명 이상 차이가 난다. 고양시 시립도서관 개수가 많이 모자라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시립도서관 하나를 짓는다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다. 부지를 확보하고 건립예산을 책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과 시간이 든다. 시립도서관 개수가 많으면 좋은 일이지만, 사실상 단기간에 해결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이러한 서비스 간극을 줄여주는 것이 바로 공립작은도서관의 역할이다. 시는 공립작은도서관 인프라나 규모가 타 지자체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했으나, 2023년 경기도 작은도서관 현황을 보면 부천시 19개소, 성남시 26개소, 안양시 16개소, 안산시 12개소, 의정부 13개소 등으로 경기도 타 시군 인구 대비 많다고 볼 수 없다. 공립작은도서관 예산을 역시, 2023년 작은도서관 통계 기준 평균 고양시 5100만원, 부천시 6822만5000원, 안산시 7136만원, 안성시 8245만3000원, 파주시 7184만4000원, 1억원이 넘어가는 양주, 여주, 오산, 의왕에 비해 결코 많다고 볼 수 없다.
전국 공립작은도서관에 비해 평균 면적은 작고, 연간 증서수도 낮게 조사됐지만, 연간 이용자 수는 전국 대비 2.64배 높으며 연간 도서 대출 권수도 3.33배 높은 수준이고, 독서문화프로그램 수와 실시 횟수, 참가자 수 역시 전국 평균 3~6배 높은 수준이다.(제 3차 고양시 중장기 발전 계획 작은도서관 운영 현황 인용) 이는 그간 고양시가 공립작은도서관에 사서 1인을 배치하고, 전문성을 가진 민간과 적절히 협력하는 노력을 해온 결과이다.
작은도서관은 가까운 곳에 위치해 물리적 접근성은 물론 시립도서관에 비해 이용자와 면대면 서비스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심리적 접근성 또한 강한 것이 특징이다. 어린이들이 보호자 없이 쉽게 갈 수도 있고 교통약자이거나 디지털 환경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어르신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생률이 줄어들고 고령화가 가속되는 우리나라 인구 문제를 생각하면, 시립도서관 수가 아직 많이 모자란 환경에서 아웃리치 서비스의 부족을 촘촘히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작은도서관의 주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고양시도서관 종합발전 계획(2024~2028년)수립 시 진행된 「2024 고양시 시립도서관 관계자 의견조사」결과에도 나와 있듯이 작은도서관은 ‘지역 커뮤니케이션 공간’, ‘동네 사랑방으로 마을 공동체 구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작은도서관이 물리적, 심리적 접근성이 강하다는 장점 외에 ‘커뮤니티 공간’으로 유효하다는 것은 공사립작은도서관과 시립도서관을 모두 운영해본 필자의 경험에 빗대어 확인할 수 있다. 주된 서비스 대상이 불특정 다수여야 하고, 순환보직이 많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소규모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오랜 기간 협력하거나 관리하기 쉽지 않은 시립도서관에 비해 작은도서관은 사서가 소규모 모임을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양시 공립작은도서관들이 독서동아리 같은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양시의 공립작은도서관 폐관 결정이 더욱 이해되지 않는 것은 폐관하려는 공립작은도서관들이 운영을 잘못해오거나 문제가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당공원작은도서관과 고양작은도서관은 전체 고양시 공립작은도서관 이용률 1, 2위를 다투는 도서관들이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 작은도서관 평가기준 A등급으로 고양시공립작은도서관 가운데 마상공원작은도서관과 화전작은도서관을 포함하여 네 곳만이 A등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이 작은도서관들이 1인 사서 체제로도 얼마나 열심히 운영해왔는가 알 수 있다. 호수공원작은도서관의 경우 동아리 개수가 9개이다. 밤낮으로 시민들이 모여 책읽고 토론을 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웬만한 시립도서관 동아리 수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화전을 열거나 공연을 진행하는 등 자연스럽게 주민자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작은도서관 커뮤니티의 강점이다.
앞서 말한 고양시도서관 종합발전 계획(2024~2028년)에는 고양시 작은도서관 운영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나와 있다. 예산확보 방안을 포함하여 운영 구조,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방향성은 물론 작은도서관 지위와 역할 재정립 수립의 필요성도 제시하고 있다. 고양시 작은도서관 운영 향상을 위한 협력 방안 단계적 이행 전략을 살펴보면 단기적 관점에서 2024~2025년 고양시 공립작은도서관 공공-민간 협력과 고양시 작은도서관(공립, 사립)의 역할을 재정립하여 수립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고양시가 큰돈을 들여 나온 연구 결과이자 고양시 도서관 중장기 정책 및 추진과제인만큼, 고양시 공립작은도서관 폐관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폐관하려던 고양시 작은도서관 운영비 예산을 2025년 예산에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립작은도서관 폐관을 전제한 예산이 확정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양시 공립작은도서관 1개관 운영비는 인건비와 도서 구입비, 프로그램비를 포함해 5000만원 내외이다. 108만 도시인 고양특례시가 2억원 남짓한 예산이 없어서 길게는 10여 년 넘게 공들여온 공립작은도서관을 한 번에 이렇게 쉽게 폐관하는 것은 시민들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공립작은도서관 폐관은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정말 서비스가 중첩되고,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인지 또는 그밖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인지 면밀히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비스가 중첩된다면, 어르신 특화나 커뮤니티 특화로 전환도 모색해보고, 이용률이 왜 떨어지는지, 고양시 전체 시립도서관 이용률 하향세와 비슷한 것인지 유독 작은도서관만 떨어지는 것인지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면서 시민들과 논의한 뒤 그래도 폐관밖에 길이 없다면 그때 해도 늦지 않다.
고양시가 세운 도서관 종합발전 계획에도 맞지 않고, 데이터에 따른 깊은 논의 없이 폐관이 진행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양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은 자명한 일이다. 2025년 예산이 이대로 결정되어 버리면 늦는다. 폐관해 책들은 다른 곳으로 분산되고, 고가의 책꽂이와 집기들도 없어진데다가 몇십 개에 달하는 커뮤니티들이 흩어진 후에 재논의해 공립작은도서관을 기존처럼 되살리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짧게는 6년, 길게는 19년 동네에서 독서문화 확산에 노력해온 공립작은도서관들이다. 좀 더 공들여 논의하고 결정해야 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