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포함 폐기공문
뒤늦게 알려지며 비판 일어
[고양신문] “이글을 쓰는 학부모는 이제 나이 50줄, 5공의 암울한 시기에 초등과 중등교육을 받은 학부모입니다. 제가 기억하기에 1986년 가을 특활시간에 표지는 찢어지고 제목도 없는 책 한권이 교실 한켠에 꽂혀 있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들이나 학교에서 못보게 하려는 것이었겠죠. 독일이 홀로코스트를 인정하고 세계적인 나라가 되었습니다. 부끄러운 교육감 교육청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이 탄생했는데 유해도서로 폐기시키고 이제와서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하고 이렇게 형편없는 리더와 무지한 참모들이 모여 있는 곳이 경기도교육청인가요? 홈페이지를 보니 학생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공지하지도 못하네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정작 경기도교육청이 『채식주의자』 등 한강 작가의 작품을 포함해 ‘성교육 도서 검열’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 되며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반발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전교조경기지부,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17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성평등 성교육 도서 검열 중단, 2500여권 책 폐기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채식주의자 이것이 왜 유해도서인가’, ‘학교 도서관에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기도교육청은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 중단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17일 경기도교육청앞 기자회견장에서 "지난해 ‘청소년 유해도서 분리제거’를 요청하는 보수단체의 민원이 제기된 이후 경기도 교육청은 11월 '부적절한 논란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 협의해 조치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일선 학교로 두 차례 발송하고, 올해 3월에도 ‘(폐기)처리된 도서 집계 목록’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그 결과 경기도 학교도서관에서 성평등·성교육·페미니즘 도서 2528권이 사라지게 되었다. 2528권에는 최근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및 문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서적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효진(민주노총 경기본부 여성위원회)씨는 "학교도서관에서 볼 수 없는 책은 폐기된 2517권 만이 다가 아니다. 올해 2월 조사에서 도서의 폐기 여부는 일부였기 때문에 열람제한된 도서도 확인이 필요하다"며 "학교 도서관이 아닌 공공 도서관에서도, 소장했지만 읽을 수 없도록 열람제한 처리된 도서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각 학교에서 읽을 수 없게 된 장서만큼 성교육 도서를 확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기도교육청과 고양교육지원청은 2023년 11월 7일 고양시 내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도서관에 비치된 일부 유해한 성교육 도서에 대해 선정성, 동성애 조장 등 도서를 접하는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다수 민원과 도의회 및 국회의 목소리가 있다”며 “성교육 관련 도서 중 부적절한 논란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서는 협의 후, 조치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러한 공문을 근거로 고양시에서는 올해 초 초중고에서 188권의 도서를 폐기했다고 답 공문을 보냈다. 고양시 폐기목록에는 『구성애의 아우성』 『따로따로 행복하게(배빗콜)』 등 유명 권장도서들이 대부분이었다. 경기도 전체에서는 2528권이 폐기됐는데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경기도의 다른 지역에서 2권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 이후 경기도교육청은 ‘개별 학교의 재량에 맡겼다’며 발뺌하고 있으나 당시 수차례 지역 교육청과 학교에 공문을 발송한 것이 밝혀져 지탄을 받고 있다.
전교조고양지회 심웅식 교사는 “당시에도 경기도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야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학교 자율성 운운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이 폐기를 공문을 통해 재차 확인했다. 한강 작가가 상을 받은 이 시점에 매우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