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기업인_김진 진성웰푸드 대표
[고양신문] 강원도 도계읍 차구리는 김진 진성웰푸드 대표의 고향이다. 집에서 출생을 하면 부정탄다는 말에 만삭인 그의 어머니는 차구리에서 30㎞ 떨어진 흥전리 친정에까지 걸어가 출산을 했다. 미로면 상정리에서 초등시절을 보낸 그는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동해로 친누나와 유학을 갔다. 가족과 떨어져 자취를 시작한 것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홀로 생활을 해야 했다.
집에서는 아무런 경제적 지원도 해줄 수 없었기에, 신문을 배달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학업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김 대표는 은사의 도움과 관심 덕분에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다. 그 은사님은 그에겐 인생 최고의 스승이다. 어려운 시절을 버티며 학업을 마친 그는 26년 후 '진성웰푸드'라는 이름으로 국수 제조업계의 달인이자 기업가로 성장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단돈 1만원을 들고 도계 기차를 타고 서울 청량리역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수원으로 향했어요. 거기서 첫 직장인 냉장고 조립 회사에 들어갔죠. 몇 년 근무하고, 군 제대 후에는 목공소 일부터 전자회사를 거쳐 밀가루 유통을 하다가 IMF 이후 32세에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이후 화물차로 중고 컴퓨터 수출 등을 하면서 운수업을 시작했어요. 하루에 세 시간씩 자며 열심히 일한 덕에 41세에 신용이 회복됐습니다. 고민 고민을 하다가 밀가루 유통을 하면서 알게 된 광명시장 국수제조 공장을 마흔다섯에 인수했습니다”라고 지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밀가루 유통에 오랜 경험이 있던 그는 밀가루로 만든 제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2014년 30년 된 광명시장 내 국수 공장을 과감히 인수했다. 밀가루 유통에 관한 한 전문가가 됐을 정도로 그동안의 경험이 풍부했고 제조와 판매에도 자신 있었다.
하지만 지식과 현장은 달랐다. 국수 제조의 길에 들어서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국수 제조에서 중요한 온도와 습도 조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밀가루 배합과 건조 과정 역시 생각대로 되지 않아 좌절이 이어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막 나온 국수를 건조하는 도중 국수 냄새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국수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고, 비가 온 다음 날 만든 국수가 가장 좋은 품질이라는 사실도 터득하게 됐다. 이러한 경험으로 습도와 바람, 계절, 공기 등 다양한 조건들이 국수 제조에 미치는 영향을 하나하나 깨우쳤다.
1년여간의 노력 끝에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품질 좋은 국수를 생산하게 됐고, 자신감이 넘쳤다. 이후 김 대표는 밀가루 포대를 재단해 직경 10㎝ 정도의 둥근 옛날 국수를 정식으로 출시하며, 진성국수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동안 시장 상인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쌓았고, 고객들 역시 그의 국수를 인정하게 됐다. 진성국수는 맛과 품질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게 됐다.
“많은 도전과 실패는 과정이라 생각했지만,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1년 반 정도는 집에 가지 않고 국수에 올인 했어요. 그때 아내가 저에게 ‘국수에 미친 남자’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공장에서 24시간을 국수에 매진했거든요”라고 말했다.
광명시장에서 자신감을 찾은 그는 2015년 국수전문점도 하려 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여의치않아 제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2016년 사세 확장으로 더 큰 제조 장소가 필요했던 그는 일산서구 덕이동의 한 건물을 어렵게 매입을 했고, 고양시에 정착하게 됐다. 진성웰푸드 역사의 시작이었다. 광명국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생산설비도 맞춤형으로 제대로 갖췄다.
김진 대표는 2016년부터 8년간 오롯이 국수에만 매진하며 끊임없이 연구와 유통, 학습, 견학을 이어갔다. 그는 인력 관리와 생산 과정에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국수의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만족할 만큼 품질 높은 국수가 생산됐고,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진성국수는 비가 오거나 습도가 너무 높은 날에는 생산을 중단할 만큼 철저한 품질 관리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날의 날씨가 국수의 맛과 건조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꼼꼼한 관리와 철학 덕분에 진성국수는 업계에서 신뢰받는 강소기업이자 확고한 국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김 대표는 “진정한 브랜드로 진성웰푸드를 성장시키고 싶어요. 먹을거리의 홍수와 온라인 모바일 판매에 시장은 급변하고 있지만, 저만의 방식대로 국수를 제조하고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진성국수 브랜드로 소비자와 빠르게 만나고 싶지만, 천천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계획이 진행되고 있으니 곧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라며 자신만만해했다.
개인 가게부터 식자재 마트까지 진성의 국수는 곳곳에서 판매되고 소비되고 있고, 맛있는 국수로 통한다. 20여 가지의 각종 국수와 생면 등은 고객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진성웰푸드의 오랜 성실함과 도전, 개발은 OEM(주문자상표부착)에 대한 의뢰도 많이 받았지만, 기존에 해왔던 몇 개의 브랜드만 진행하고 모두 자사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솔직히 고민이 많습니다. 품질은 자신하는데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아직 덜합니다. 강력한 브랜드가 나와줘야 100년 국수기업을 만들어 가는 데 디딤돌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기업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시장에 돌파구를 마련해 지역의 토종브랜드이자 미래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신뢰의 브랜드로 제2의 도약을 할 겁니다”라고 말한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이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조용히 나눔을 실천하는 김진 대표. 여유가 있어 나눔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빠듯한 가운데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알기에 나눔에 동참한다. 나눔과 미래를 하나의 가치로 생각하는 그에게서 진성웰푸드의 화창한 내일이 엿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