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회 고양포럼
양준호 교수 '대안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
[고양신문] “지역순환경제란 지역사회의 경제를 떠받쳐야 할 여러 동력들이 지역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돌고 돌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 동시에 지역 시민사회를 복원·회복시키는 그러한 경제를 뜻합니다.”
날로 침체되고 있는 고양시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자리가 시민사회 차원에서 마련됐다. 지난 21일 일산 지하철 주엽역 인근 사과나무치과병원 닥스메디 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111회 고양포럼은 『대안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 대표 저자인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초청해 강의와 토론 시간을 가졌다. 고양포럼 공동대표인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은 “행신동에 10년 이상 살면서 지역과 자치에 기반한 새로운 대안경제 모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며 “오늘 자리를 통해 많은 논의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양준호 교수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양시 지역경제 현 상황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고양시가 경기도 내 하위권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단 고양뿐만 아니라 서울 인근에 위치한 주요 도시들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양 교수는 “분석 결과 인천의 경우 시민 소득의 52.8%가 서울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된 곳으로 알려진 경기남부조차 소득의 절반 이상은 서울로 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까운 일본의 대도시인 요코하마 사례를 살펴봐도 인접한 도쿄로 지역소득과 인력이 유출되면서 오랫동안 지역경제 피폐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역동력의 누수현상은 소득과 인력의 유출뿐만 아니라 지역 내 조달력의 외부 유출, 시중은행 자금의 본사유출, 스타필드 같은 대형 유통자본 수익의 본사유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충남 아산과 천안을 예로 든 양 교수는 “이 지역들은 최근 GRDP(지역 총생산량) 규모가 30조원을 넘어갈 정도로 경제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수익 대부분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문제 때문에 정작 지역경제 사정은 좋지 못하다”며 “지역 안에서 수익이 돌고 돌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소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 같은 풀뿌리 사업체들이 지역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고양시 특성상 ‘대기업 유치 만능론’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역경제 활성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현재 상법상 모 법인이 아닌 분공장 형태로 기업을 유치할 경우 아무리 대규모 생산시설을 유치하더라도 정작 수익은 모 법인이 소재한 지역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문제는 현재 대기업 유치의 대다수가 현지법인화가 아닌 분공장 형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기업 모시기’ 대신 양 교수가 강조한 것은 바로 지역 내 앵커기관 조달력 등과 같은 자원, 소득, 수익 등이 지역 안에서 돌고 돌 수 있게 하는 정책적, 시민실천적 전략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 구축이다. 이를 위한 5가지 키워드로 그는 △지역 내 ‘돈’의 순환 △시민주도의 정치적, 참여적 민주주의 △‘추출’의 주체인 독점자본에 대한 저항 △사회적 조정 △공통주의(Commonism)를 제시했다. 아울러 실천적 정책사례로서 고양시청을 비롯한 킨텍스, 국립암센터 등 지역사회에 닻을 내리고 있는 앵커기관의 조달력을 지역으로 돌리는 한편 협동조합 활성화 등 ‘민주적 소유권’의 확대, 지역에서 창출된 수익의 지역 재투자, 지역화폐 활성화 및 지역 공공은행 도입 등을 이야기했다.
지역순환경제의 모범사례로 미국 클리블랜드, 영국 프레스턴, 일본 가나자와 등의 사례를 소개한 양 교수는 “이들 도시들의 공통점은 높은 수준의 주민자치를 바탕으로 역내 자금흐름을 시민적으로 통제하고 민주적 개입을 통해 ‘지역 공동체 부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를 위해 지역경제의 정책적 방향을 기획할 수 있는 시민적 축적이 필요하고 그러한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산자, 소비자들의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양에서도 주민자치를 매개로 한 주체들이 서로 연대·조직됨으로써 오늘날 지역경제 피폐화 문제를 보다 실증적으로 이해하고 위기돌파를 위한 시민주의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늘 자리를 통해 고양에서도 그 실천적 대안으로 지역순환경제가 논의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강의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대기업 수익의 지역재투자 방안 논의부터 국내외 지역순환경제적 실천사례, 배달수수료 문제 해결 방안으로서의 공공배달플랫폼 정책 성패여부 등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제시했다. 이바다 고양포럼 공동대표(고양평화누리 대표)는 “그동안 지역 시민사회 활동을 해오면서 대안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오늘 현장중심적이고 시민실천적인 지역순환경제 논의를 듣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며 “앞으로 지역순환경제 활동가들과 고양시민사회와의 더 많은 협력기회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