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돼 그림 시작, 미술에 푹 빠진 오윤·홍지니씨의 그림 이야기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미술
그림 그리면 무아지경에 빠져
미술관에서 생애 첫 전시회도
세계여행하며 화폭에 담을 것

양명은 아트랩미술학원 원장은 “그림을 그리다 보면 모든 사물이 주위와 연계돼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연스레 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며 “미술을 통해 더 큰 부와 성공만을 좇는 삶을 살기 보다든 내 곁에 있는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명은 아트랩미술학원 원장(앞줄 왼쪽), 오윤씨(사진 뒷쪽)와 홍지니씨
양명은 아트랩미술학원 원장은 “그림을 그리다 보면 모든 사물이 주위와 연계돼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연스레 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며 “미술을 통해 더 큰 부와 성공만을 좇는 삶을 살기 보다든 내 곁에 있는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명은 아트랩미술학원 원장(앞줄 왼쪽), 오윤씨(사진 뒷쪽)와 홍지니씨

[고양신문] 멕시코 해변의 한 작은 마을에서 낮잠을 자는 어부에게 미국에서 온 한 사업가가 물었다. 당신은 왜 바다에서 고기를 더 많이 잡지 않는 거요? 어부는 지금 잡은 고기잡이만으로도 식구들이 먹고사는 데 충분하다고 답했다. 그럼 나머지 시간에는 무얼 합니까? 늦잠을 자고, 고기 좀 잡은 다음에 아이들하고 놀고, 마누라랑 낮잠 좀 자고, 저녁때는 친구들을 만납니다. 포도주를 함께 마시고 기타를 치면서 놀죠. 아주 바쁜 생활이라오. 

사업가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내 말 잘 들어요. 고기를 더 많이 잡아요. 그래서 이윤이 남으면 큰 배를 사세요. 그래서요? 그러면 생선 공장을 지을 수 있을 것이고, 다음에는 멕시코시티나 뉴욕으로 가서 사업을 총괄하는 겁니다. 

어부가 또 물었다. 그런 다음에는요? 그다음엔 당신 회사를 만들어 증시에 상장하는 겁니다. 그리고 당신 사업이 진짜로 번창했을 때 주식을 팔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죠. 백만장자라…. 그다음에는요? 그다음엔 은퇴해서 바닷가 작은 마을에 살면서 늦잠자고 아이들이랑 놀고, 낚시도 좀 하고 부인과 낮잠도 자고, 저녁 시간에는 술 마시고 기타 치면서 친구들이랑 노는 거죠. 어부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아니 여보쇼 사업가 양반 내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잖소.

베르나르 마리스가 쓴 『케인즈는 왜 프로이트를 숭배했을까』(조홍식 옮김/창비/2009)에서 인용하고 있는 ‘멕시코 어부의 행복’이라는 우화는 늘 돈과 성공을 위해 쫓기며 사는 우리에게 일상의 작은 행복이 얼마나 더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어머니의 요청으로 사과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오윤씨. 
어머니의 요청으로 사과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오윤씨. 

그림 통해 몰입감과 성취감 느껴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그 당시에도 입시 미술은 꽤 큰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 소망이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었나 봐요. 나이가 들어서도 틈만 나면 미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이라면서 미루는 날이 반복됐죠. 이러다가는 80세가 돼서나 배우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 전에 혹시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얼마나 후회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해 초 그래 지금 시작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간호사로 일하는 오윤씨는 인터넷을 통해 학원을 검색하다가 아트랩미술학원을 찾았다. 그렇게 시작한 미술의 재미에 푹 빠져있는 듯 보였다.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 연습해 보기도 했었지만, 그렇게 혼자 할 때와 학원에서 원장님에게 직접 배우는 것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단다. 

배우면 배울수록 왜 기초가 중요한지 절감하게 됐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무아지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몰입하게 되고 작품을 완성했을 때 성취감과 자존감은 이루 말로는 다 표현하기조차 어렵다며 환하게 웃었다.

홍지니씨는 도시의 풍경을 담아 내는 어반스케치를 하며 세계여행을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홍지니씨는 도시의 풍경을 담아 내는 어반스케치를 하며 세계여행을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미술은 새 세상을 여는 통로
“회사에서 싫은 사람을 계속 봐야 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어요. 제가 원래는 활동적인 성향이었는데 직장 상사와의 트러블로 인해 우울증까지 찾아왔고, 그러다 보니 밖에 나가는 것조차도 꺼려졌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좋아하는 걸 찾아서 직접 해보라고 권하시더군요. 마침 1년 전 우연히 집 근처에 아트랩미술학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매주 이틀씩 나와서 그림을 배우고 있어요.”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일 년 동안 해외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홍지니씨는 요즘 어반스케치에도 관심이 높다. 그래서 그림 소재도 주로 도시의 풍경을 선택한단다. 

언젠간 세계 각 곳을 여행하며 그 도시만의 풍경, 일상적인 장면,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 등을 어반스케치로 담아낼 날을 생각하면 기운이 새록새록 샘솟는다고. 삶의 비상구였던 미술이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게 해주는 통로가 된 셈이다.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에 있는 아트랩미술학원 성인취미미술반에서 미술을 배우고 있는 오윤씨와 홍지니씨의 작품은 23일부터 28일까지 제주도에 있는 김한미술관에도 전시됐다. 뜨거운 여름 무더위를 이겨내며 그려낸 소중한 작품이 전시관 벽에 걸렸을 때 느꼈던 설렘과 감격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오윤 작 ‘오렌지’, ‘오렌지 2’(40cm x 40cm oil on canvas)
오윤 작 ‘오렌지’, ‘오렌지 2’(40cm x 40cm oil on canvas)
홍지니 작 ‘숲’(38cm x 59cm gouache on paper)
홍지니 작 ‘숲’(38cm x 59cm gouache on paper)

파랑새의 행복은 바로 내 곁에
이처럼 최근 미술을 배우는 성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왜일까. 과거엔 미술이 전문가나 젊은 세대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나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배우고 즐길 수 있는 활동으로 인식이 변했고,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일 테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미술을 나이 들어서야 비로소 시작하게 된 사람, 취미로 배우고자 하는 성인들은 물론 자신의 직업과 관련해 그림을 배워 전문성을 더 심화하려는 사람들까지 배움의 동기와 목적도 다양하다. 

요즘 들어 학원이 있는 덕양구 삼송동은 물론 지축동, 동산동, 원흥동, 화정동을 넘어 일산이나 심지어 서울 은평구 등에서도 성인미술에 대한 문의가 부쩍 더 늘고 있다고 밝힌 양명은 아트랩미술학원 원장은 “동화 속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찾아 헤맸던 파랑새가 실은 자신들의 머리맡에 있는 새장 속 새였다는 것을 깨닫듯 그림을 그리다 보면 사물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고, 관계에 대한 이해도 달라진다”며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보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내 주변에 있는 것과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뇌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우리가 살아가기 편한 방식으로 시각을 조정한다고 한다. 실제 사물의 본래 모습과는 달리 생활의 편의를 위해 왜곡된 형태로 인식하도록 작용한다는 것. 양명은 원장이 성인일수록 그런 선입견이나 편견이 더 심할 수밖에 없기에 그림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늘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전체와 부분을 동시에 보는 통합적 시각이 생깁니다. 사물의 실제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 즉 통찰력이 생기는 거죠. 또 모든 사물은 주위와 연계돼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자연스레 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내 곁에 있는 행복이라는 파랑새도 찾을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독전 2’의 마지막 장면에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죠.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그 행복 때문에 많은 걸 포기하고 참고 견디며 살다 불행해지니까’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더 큰 부와 성공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견디며 살기보다는 바로 지금 내가 행복하게 느끼는 것을 찾아서 실행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오윤씨와 홍지니씨의 작품이 전시된 제주도 김한미술관 외부 전경 [사진출처 = 김한미술관 네이버 카페]
오윤씨와 홍지니씨의 작품이 전시된 제주도 김한미술관 외부 전경 [사진출처 = 김한미술관 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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