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정부가 지난해 보훈문화 확산의 일환으로 6·25참전 유공자들에게 이른바 ‘영웅의 제복’을 입혀주고 올해는 연말까지 월남참전 생존자 17만5000여 명에게도 같은 제복을 보급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처우개선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 제복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닐 참전군인이 과연 몇이나 될런지 궁금하다. 죽으면 수의로나 입겠다는 의견이 많다.
아직은 ‘참전영웅’이라는 칭호도 듣기 불편하다. 월남 참전 노병들의 관심은 첫째 국가가 유용한 전투수당 보상이며 다음은 참전 명예수당의 획기적 인상이다. 전투수당은 1965년 한·미 정부가 합의한 ‘브라운각서’가 30년 만에 공개되면서 박정희 정부가 파월 장병들에게 지급할 전투수당을 극비리에 국고로 귀속해 경부고속도로 건설 및 기간산업 등에 투자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정부가 군인보수법 시행령 미제정 등을 이유로 전투수당 지급을 미루고 있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또한 참전수당은 월 42만원, 하루 설렁탕 한 끼에 커피 한 잔 마시기도 어렵다. 월남전에 연합군으로 참전한 캐나다, 호주, 대만 등 우리와 GDP가 비슷한 나라들의 4분의 1 수준이다. 역대 정권은 50여 년간 참전군인들의 공훈과 희생을 과소 평가하고 참전군인은 어디서든 경로 우대자나 다름없다.
월남전 참전은 미국 요청으로 한국군 약 32만여 명을 파병했고 참전 대가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경제 및 군사원조와 전쟁특수로 약 60억 달러의 천문학적 수익으로 1·2차 경제개발 한국판 뉴딜의 원동력이 되어 오늘날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긍정적 평가 이면에는 한국군 5000여 명이 전사했고 1만5000여 명의 부상자와 지금도 10여만 명이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각종 민간단체 보조금을 삭감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참전 유공자들에게는 국가가 응분의 예우를 해 줘야 한다며 참전수당 두 배 인상을 공약함으로써 최소한의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정부는 참전수당 적정 수준도 정하지 않고 금년에 3만원, 내년에도 3만원 찔끔찔끔 매년 과자값 인상이다. 당장 10배를 올려 준다해도 놀라지 않는다. 6·25 및 월남전 참전군인들이 노령으로 매년 1만3000여 명이 사망해 정부의 재정부담은 해마다 줄고 생계형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정부는 대통령 공약마저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종신연금과 이른바 민주화운동자 보상, 종북단체 지원 등을 생각하면 비교가 안 된다.
올해도 출산, 보육, 아동, 청년수당 등이 신설되고 징집제 단기 복무사병 월급이 너무 과하다는 여론을 무시하고 올해 병장 급여를 월 165만원으로 인상했다. 내년에는 205만원 그리고 제대할 때는‘청년자산금’으로 천만원이 든 통장을 지급해 준다고 한다. 갑자기 다른 세상이 된 느낌이다. 이는 여러 가지 부작용과 형평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집권당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젊은 병사들의 지지를 의식한 발상으로 의심받기 충분하다. ‘뭐가 공정이며 상식이냐’며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는 참전 노병들의 분노를 들어야 한다. 정부는 불행한 사태가 오기 전에 TF팀을 구성, 전투수당 보상 및 참전수당 현실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제는 참전군인들도 더 이상 속지 않는다며 주권을 행사할 태세다. 최근 월남참전자중앙회 및 유관단체가 국민공청회와 국가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편 22대 국회에서 참전 명예수당의 획기적인 인상안과 전투수당 특별보상법 제정을 서둘러 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루속히 참전노병들의 자긍심과 명예가 회복되길 기대하며 그때는 ‘영웅의 제복’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