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규, 박선영 '한송공방' 공동대표
[고양신문] 박성규씨(71세, 대한민국 칠기직종명장)와 박선영씨(43세, 칠기직종 숙련기술이수자) 부녀는 덕양구 벽제역 맞은편 농경지 끝자락 자연마을에서 공방을 운영한다.
소, 돼지, 양, 철갑상어, 거북이등껍질 등의 천연재료에 옻칠을 입히는 칠피공예도 하고 10여년째 유물복원, 복제, 보존작업도 한다. 칠피공예의 경우 방부, 방습, 방수는 물론 가볍고 질기고 단단한 가죽에 칠을 하는 옻배합 비율은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일이라 작업에 대한 두 사람의 자부심이 크다.
숙련기술전수자이자 문화재수리기능사이기도 한 박성규 대표는 "몸과 마음을 담는 전통공예 작업에 딸과의 뜻이 잘 맞는다"며 같은 길을 걷는 딸 선영씨를 믿음직하게 여겼다.
요즘엔 서울대 박물관 요청으로 유물 복원과 보존처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선시대 장군이 전쟁터에서 입은 갑옷(두정)과 모자(투구)인데 특이하게 갑옷과 모자 속에 목화솜이 들어있다. 솜은 가벼워서 활동하기가 편하고 화살촉이나 총알이 회전해도 솜이 말려들어 뚫지 못하는 원리 때문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모자를 담당하고, 딸은 갑옷을 맡아서 세심하게 살피며 복원 중이다. 갑옷은 옆면 토끼 가죽털이 오래되어 찢어지고 수분이 날아가서 굳은 것을 작업하는데, 터진 곳에 가죽을 붙이면 또 옆면이 손상되어 전용실로 꿰매고 한지에 옻칠을 먹여서 원래 가죽색과 같이 한다. 모자는 양옆과 뒷면에 철판을 덧댄 곳, 훼손된 곳에 테두리들의 금속 장식이 부식된 부분의 녹을 제거하고 모자는 한지재질에 검정 옻칠을 입힌다.
선영씨는 "아버지가 작업하는 것을 도와주며 자랐고, 고등학교 방학 때는 아버지가 도안 그려주면 직접 채색을 했다"고 회상했다. 고교 시절 호랑이가 들어간 전통문양으로 공모전에 출품해 상을 받기도 했다. 대학에서 전통문양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문화재학과 보존처리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졸업 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유물 보존처리 연구원으로 3년간 근무 후 결혼하고 삼송에 살면서 본격적으로 공방에 출근하고 있다.
2018년 독일 수도원이 소장 중이던 조선시대 보병 갑옷이 100년 만에 우리나라로 돌아왔는데, 반환된 갑옷을 대신해 선영씨가 10개월간 복제한 것을 2022년 독일에 보내기도 했다. 반환 갑옷은 국내외를 통틀어 12점밖에 없는 희귀한 문화재여서 복제를 맡은 선영씨에게도 아주 보람된 작업이었다. 작년에는 경복궁 내 사정전에 들어가는 칼(장검), 교의(왕의자), 용편상(왕침삼), 왕 인장 함(도장 함) 등의 기물(옛것 복제)을 만들었다. 그외에도 부녀는 다양한 공예품 대전에서 다수 수상을 했고, 현재 창작에도 몰두하고 있다.
두 부녀는 "칠피공예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라며 "현대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래된 유물을 계속 복원작업으로 볼 수 있도록 정성을 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