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조각전 <조각조각>
글로벌 진출 앞두고 최대 규모 전시
1월 4일까지,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고양신문] 김우진 조각가의 <조각조각(Sculpture in Units)>전이 헤이리예술마을에 자리한 ‘이랜드갤러리 헤이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BTS 뷔와 대만 배우 왕대륙 등이 소장하고 있어 컬렉터들의 주목을 끈다. 300평 대형 전시장을 가득 채운 이번 개인전은 그의 전시로는 국내 최대규모다.
사슴, 토끼, 강아지 등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크고 작은 동물들이 다채로운 색채와 크기로 제작됐다. 단단하고 차가운 스테인리스를 사용했지만, 오히려 부드럽고 따뜻한 오브제로 다가온다. 개별 조각들의 조합이 통일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어서인지, 관객들의 마음속에서는 동화적인 판타지를 제공한다. 직선적인 아름다움과 유연한 실루엣은 환상에 상상력을 더한다.
“어린 시절의 꿈이 동물 사육사였어요. 동물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작품을 통해 그 꿈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작품 방향과 콘셉트는 미술교육과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되었지요.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만의 스토리를 진솔하게 표현하리라 마음먹었어요.”
말하자면 37세의 젊은 조각가는 어린 시절 키우고자 했던 동물들을 작품으로 재창조해 내고 있는 셈이다. 작품 제목은 ‘말’, ‘기린’, ‘사슴’처럼 동물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기도 하고, ‘유토피아’라는 일련의 제목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각각의 조각은 사회를 구성하는 독립적인 존재지만, 통합된 작품은 평화가 구축된 세상을 상징한다. 어찌 보면 그는 하나하나의 조각을 조합하면서 유토피아적인 세상을 꿈꾸는 것 같다.
“타이틀로 많이 쓰는 유토피아는 동물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을 뜻해요. 만남의 이야기들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사회는 사소한 것들이 뭉쳐야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밝음을 좋아하는 제 성격이 반영됐고요.”
전시장에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진열되어 있어 그의 변화와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날카롭고 예민했지만,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작품 세계도 밝아졌다고 한다. 핑크와 파스텔톤의 작품에는 두 딸을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색채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희망의 색이자 스스로의 인생을 담고 있는 듯하다. 컬러풀한 색감은 그만의 독특한 미학을 증폭시킨다. 철사와 플라스틱을 거쳐 스테인리스 스틸로 진화한 재료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박병율 이랜드문화재단 대표는 “김우진 작가와는 10년 전 이랜드문화재단의 청년작가 지원사업 당선 작가로 인연을 맺어왔다”면서 “내년 초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첫 전시로 이랜드갤러리 상하이와 중국 최고의 바오롱미술관에서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속에서 주목받는 큰 작가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김 작가는 국내외 30여 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영아트어워드 최우수상을 비롯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미술평론가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이월드 정원,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 예술의섬 신안군 등 주요 관광지에 설치돼 있다. 2023년에는 고양국제꽃박람회장에 사슴과 강아지 작품을 전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K팝과 K문학에 이어 K아트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요즈음, 젊은 조각가 김우진의 도약을 바란다.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B관에서 진행 중인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4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A관에서는 박종욱 화가의 개인전 <작은 뒤틀림>도 진행 중이다. 박종욱 화가는 2022년 파리 이응노레지던스 입주작가 출신의 유망 작가다.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5-50(일~수요일 휴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