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회 고양포럼-쓰레기 문제를 마주한 다양한 시선 

[고양신문] 지난 18일 고양신문·고양포럼 주최로 열린 112회 고양포럼은 쓰레기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문명의 끝에서>를 감상했다. 그리고 김지영 시민활동가, 박평수 고양기후위기비상행동 상임대표, 이상연 고양동범대책위원회 위원, 이해림 시의회환경경제위원장 4명의 토론자가 쓰레기문제를 마주하는 각자의 시선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지영 시민활동가
김지영 시민활동가

제품 생산단계부터 규제 있어야 
김지영 시민활동가는 우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배달음식과 밀키트 등으로 엄청난 각종 포장지 쓰레기를 경험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연간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을 19㎏ 사용하고 있다. 플라스틱 19㎏의 부피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편리만을 추구하다가 엄청난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생산단계부터 규제가 있어야 생활쓰레기가 줄어든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지영 활동가는 “과자봉지나 음료 용기 중에서 분리배출이 안 되는 쓰레기가 꽤 많다. 영국에서는 상품을 만드는 생산단계부터 규제를 가해 쓰레기 배출 문화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작년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같은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한 환경부 정책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많고, 비용 문제로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 정책이 잘 정착되지 못한 것을 정책 철회 이유로 설명했다. 김지영 활동가는 “법적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사용 국제협약이 이달 말 부산에서 도출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환경 관련 규제정책을 실현하지 못한 환경부라면 이 협약대로 따를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지영 활동가는 유럽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소각장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지적했다. 그는 “2015년 환경정책평가원의 연구 결과 유럽이나 일본에서 신축소각장을 더 많이 지을수록 폐품 재활용률이 떨어진다는 점이 도출됐다. 고양시의 경우 소각장 후보지를 13군데에서 5군데로 압축했다가 주민들 반대로 골치를 앓다가 이제는 광역소각장 건립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평수 고양기후위기비상행동 상임대표
박평수 고양기후위기비상행동 상임대표

종량제봉투 가격, 처리비용 증가 속도 못 따라가 
박평수 고양기후위기비상행동 상임대표는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 나아가 종량제봉투에 담아 쓰레기를 버리면 면죄부가 된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쓰레기종량제봉투 가격 현실화 문제를 짚었다. 

박 상임대표는 “많은 사람들의 경우 쓰레기를 종량제봉투에 담아서 버리면서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종량제봉투안의 가격에는 수집운반과 처리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종량제봉투 가격이 쓰레기 처리비용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박 상임대표는 또한 백석동 소각장을 설계할 때 바람의 이동방향과 주변의 건물 높이 등을 고려했음에도, 이후 2404세대의 와이시티아파트 5개동이 들어설 수 있도록 허가한 당시 고양시 행정의 잘못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 상임대표는 “소각장 건설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딘가에 들어서야 한다. 그렇다면 고양시가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연 고양동범대책위원회 위원
이상연 고양동범대책위원회 위원

고양동, 113일째 소각장 반대 시위 
이상연 고양동범대책위원회 위원은 이날 기피시설이 모여 있는 고양동 주민들을 대변했다. 고양동은 고양시가 올해 5월 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신설 소각장 후보지 5곳 중 4곳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에 기피시설이 몰려있는 고양동에 또 다른 기피시설을 추가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주민들은 소각장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상연 위원은 “벽제화장장부터 시작해 동물 화장장, 시멘트공장이 들어섰고 이제는 쓰레기 소각장까지 짓겠다는 말까지 퍼트리고 있다. 다른 동은 개발을 위해 시위하지만 저희 고양동 주민들은 봄부터 시작해서 오늘까지 113일째 고양시청 앞에서 소각장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오늘이라도 고양시장이 고양동에는 소각장을 짓지 않겠다고 확언해준다면 1인 시위를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림 고양시의회 환경경제위원장
이해림 고양시의회 환경경제위원장

페트병 재활용률, 독일 97%·한국 22% 
이해림 고양시의회 환경경제위원장은 폐품을 자원으로 생각하는 유럽의 자원순환 선진사례를 소개했다.

독일에서의 재활용 제도인 ‘판트(Pfand)’는 마시고 남은 유리병, 플라스틱병, 알루미늄 캔 같은 음료용기를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이 위원장은 “2019년 기준 이 제도로 수거된 페트병의 재활용률은 97.4%에 달한다. 하지만 같은 해 한국의 페트병 재활용률은 22%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림 위원장은 또한 쓰레기 배출량이 유럽에서 가장 컸던 나라에서 최근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주목받는 덴마크의 폐기물 처리 우선순위 구조도 소개했다. 덴마크에서는 우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교육이 선행되고 그 다음으로 폐기물에 대한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재생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데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한 다음, 최종적으로 남은 쓰레기만을 매립한다. 이 위원장은 “덴마크의 친환경 소각장인 아마게르 바케는 폐기물을 이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해 인근의 아파트 가구에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