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50주기 기념 공연
고양시민사회단체 주최·후원
“지역 어린이 참여시도 신선”
[고양신문] “순덕아, 오빠는 저녁에 늦게 들어갈 테니까 먼저 가있어. 원장님 따라가면 밥도 주고 잠도 따뜻한 곳에서 잘 수 있어. 오빠는 엄마를 더 찾아보고 갈게.”
1964년 겨울 서울역, 어린 전태일은 순덕을 업고 엄마를 찾으러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가 순덕이 열이 나자 서대문 로터리 적십자 병원 앞에 순덕을 놓고 도망간다.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와 순덕을 업고 다시 보육원으로 데려가 그곳에 순덕을 놓고 온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제작된 음악서사극 ‘네 이름은 무엇이냐’ 2024년작이 경기도 광명에 이어 지난 22, 23일 고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 무대에 올랐다. 이번 행사는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 ‘함께하는 연극전태일’이 공동 주최하고 어린이 문화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애주 문화재단,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전교조 파주지회가 후원했다.
전태일의 삶을 음악 서사극으로 재구성한 이번 작품은 한 청년 노동자가 암울하고 열악한 노동 현실에 맞서 분신으로 항거했던 이야기를 통해서 역사와 노동, 인간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특히 전태일 역을 어린 소년, 여성, 청년 등 다양한 배우들이 맡아 ‘모두 다 전태일이자,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전태일의 동생 순덕과 ‘시다’ 1, 2, 3역을 모두 지역의 어린이 배우를 출연시킨 점이 눈에 띈다. 고양시 공연에서 순덕역의 김민채와 박수연·채예지 학생은 대곡초등학교, 이문설 학생은 저동초등학교 학생이다. ‘빛 하나 안 드는’ 공간에서 ‘바늘에 찔려’가며 매일 14시간 노동을 하는 당시의 ‘시다’를 연기하는 학생들의 작은 체구와 순진한 눈빛은 관객들을 더욱 몰입시켰다.
순덕역을 맡았던 김민채 학생의 어머니는 “매 지역마다 지역의 어린이들을 참여시키는 시도가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학교 선생님을 통해 제안받아 참여했는데 아이가 너무 의미있는 공연에 함께 하게 되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박남신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 의장은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라며 54년 전 고통받는 시다들을 위해 한 몸 다 바쳤던 열사의 외침을 기억하며 연극을 준비하고 함께 해준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