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현 둥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둥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둥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고양신문] 숲세권이라고 하는 단어가 있다. 역세권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집 주변에 역이 있어야 편리한 것처럼, 집 주변에 숲이 있어야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도시에서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숲은 도시공원이다. 도시공원은 도시의 필수시설이지만 그 역사는 불과 180년 정도 된, 긴 인류 역사에서 살펴보면 매우 새로운 시설이다. 도시공원은 1850년대 산업혁명으로 도시 노동자가 증가하자, 영국에서 노동자들에게 주말에 쉴 수 있는 녹지를 제공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초기에는 귀족과 자본가들의 정원이 주말에 한해 개방되었지만, 그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시개방 형태로 변화되었고, 정원이 아닌 본격적인 공원도 도시 곳곳에 만들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도시공원이 도입된 것은 대한제국시대이다. 하지만 도시공원이 필수적인 도시시설이 된 것은 우리 역시 산업화를 겪던 1970년대 이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 도시공원법이 만들어진 것은 1982년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시공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도시공원의 서비스가 크게 개선된 것은 1990년대 민선시장이 선출되면서 부터이다. 서울을 비롯한 많은 도시에서 시장들은 도시공원 조성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흐름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도시공원 조성 공약을 싫어하는 시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공원을 넘어 국가정원이나 지방정원이라고 하는 정원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공원은 공중을 위한 정원이라고 하는 의미이므로 국가정원이나 지방정원은 넓은 의미에서 모두 공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설이다. 공원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인가? 현행 우리나라의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1인당 공원면적은 시민 1인당 6제곱미터이다. 다만 개발제한구역이나 녹지지역 등을 제외할 경우에는 3제곱미터를 확보하면 된다. 

국토부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공원면적은 2014년 8.6제곱미터에서 2023년 12.6제곱미터로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실제 이 면적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도시공원이 생활권 주변에 위치하고 있기보다는 도시 외곽 등 공원을 확보하기 편한 지역에 입지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통계와 상관없이 아직도 많은 시민들은 내가 살아가는 생활권에 도시공원이 더 확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앞으로도 도시공원은 감소하기 보다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최근 많은 도시들이 인구감소 문제를 염려하고 있다. 수도권 도시들은 아직 이를 크게 체감하고 있지 못하지만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조차 인구감소를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감소는 결국 세수 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도시공원과 같은 수많은 공공시설의 운영관리가 지금과 같이 잘 진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 우리보다 경제소득이 높은 프랑스나 독일, 일본과 같은 국가들을 방문해보면, 이들 국가의 도시공원이 우리나라만큼 깨끗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이들 국가의 도시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저곳 쓰레기가 있고, 잡초도 무성한 공원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일본은 버블경제가 무너진 이후 도시공원의 관리가 과거에 비해 크게 후퇴하였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를 기념하여 조성된 오사카 엑스포공원은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시공원이다. 하지만 버블경제가 무너진 이후 오사카 엑스포공원은 한동안 필수시설을 제외하고는 방치된 공원처럼 관리가 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다시 정상화되었지만,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의 공원 관리의 지속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도시공원은 과거에 비해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 초화류들이 잘 관리되고 있다. 때로는 조금 과하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깔끔하게 관리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공원은 과연 언제까지 이런 모습으로 관리될 것인가? 시민참여를 도입한 관리를 시도하여, 경제적으로 다소 어려워지더라도 공원의 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원은 다른 공공시설과 달리 시민참여와 거버넌스 행정을 실험하고 구현하기 가장 수월한 장소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 이런 시민참여 관리를 실천하는 공원은 많지 않다. 

몇 년 전까지 서울의 대표적 공원인 서울숲을 서울 그린트러스트라고 하는 시민단체가 관리한 적이 있었다. 서울 그린트러스트는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모금하고, 자원봉사들을 활용하여 서울시에서 직접 공원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공원을 관리하는 등 시민참여형 공원관리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을 시행하였다. 이와 같은 시도는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대형 도시공원에서 아주 오랫동안 진행해온 공원관리모델이다. 서울숲에서는 시민참여형 도시공원 관리가 다수의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시에서 직영을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서울시 직영으로 돌아간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미래 도시공원 관리에 대한 비전, 인구감소와 경제둔화시대에 지속가능한 도시공원관리 모델을 정착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도가 중단된 것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바야흐로 도시공원의 전성시대이다. 도시공원의 전성시대에 우리는 도시공원의 미래를 고민하고, 지속가능하게 도시공원을 관리할 방법을 고민해보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비무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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