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장항습지 ‘생태관광지역’ 선정
남과 북, 한강하구 중요 습지 인식
닫힌 관계... 생태협력으로 풀어야

생태관관지역에 선정된 장항습지의 갯물숲 모습.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생태관관지역에 선정된 장항습지의 갯물숲 모습.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고양신문] 한때는 관광하면 고속버스춤이 대세였다. 억눌린 K-어머님들의 한이 흥으로 폭발하는 신명이라고 치켜세우는 이들도 있지만, 고속도로나 관광지 공터에서 밤낮없이 흔들어대는 막춤과 소음에 부끄러움은 보는 이들의 것이었다. 이런 관광문화가 자연친화적으로 바뀌면서 등장한 관광이 ‘생태관광’이다. 생태계 보호와 그 생태계가 주는 혜택을 지역민과 함께 누리는 착하고 공정한 관광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있고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체험·교육’할 수 있는 우수한 지역을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해서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장항습지가 생태관광지역에 선정된 것이다. 이날 장항습지를 비롯해 서귀포시 치유호근마을, 영덕군 국가지질공원, 원주시 성황림 및 성황림마을, 장수군 금강첫물뜬봉샘과 수분마을도 함께 선정됐으며, 그동안 선정된 지역들을 모두 합치면 40곳에 이른다. 

장항습지의 재두루미.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의 재두루미.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보호지역이 주는 선물, 생태계서비스

장항습지는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의 최상부에 자리한다.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철새 서식지네트워크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생물을 보호하는 방법은 이렇게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생태계는 개별 생물을 보호하는 것보다 먹이그물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서식지 전체를 지켜야 한다. 이렇게 보호된 자연은 지역민과 방문객들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서비스가 생태관광이다. 이를 생태계서비스라고 하며, 생태관광지역에서는 이 생태계서비스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생태계가 주는 서비스를 너무 과도하게 이용하면 자연은 그만큼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전과 현명한 이용의 조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과 지역공동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생태관광지역 선정은 이러한 해답을 찾아가는 데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한강 하구 중립국수역의 전경.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한강 하구 중립국수역의 전경.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분단과 갈등의 한반도를 이어주는 자연 

장항습지를 포함한 한강하구는 남북한이 공유하는 접경생태계다. 육상에 그어진 DMZ나 바다에 그어진 NLL과 달리 한강하구는 남북이 평화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한강하구 공동수역’이다. 비록 남북의 정치적 상황으로 단 한 번도 양쪽의 어선들이 맘 놓고 그물을 치거나, 생태계를 관측해 본 적이 없지만, 국제적으로는 평화수역이라고 불리고 있다.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는 한강하구 수역에는 재두루미와 저어새, 그리고 개리를 비롯한 많은 철새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넘어 다닌다.

우리나라는 물새서식지로 중요한 한강하구 남측구간을 2006년에 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북한은 2021년 한강하구와 접하고 있는 서해 배천군연안을 멸종위기 물새 보호를 위한 중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렇듯 한강하구는 남북한 양측이 중요한 습지라고 인식하고 있다.

한강 하구 중립국수역의 개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한강 하구 중립국수역의 개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긴장 국면에 생태협력은 필수

요즘은 정치적으로 긴장 국면이고 대화는 단절된 상황이다. 어긋나버린 남북한의 정치 상황에서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생태협력이다. 이는 생태를 단지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자는 말이 아니다. 남북한이 함께 가입한 국제적 생태협약은 의외로 많고 쌍방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람사르협약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로파트너쉽, 생물다양성협약, 세계유산협약, 생물권보전지역협약 등 생태와 환경, 과학 분야의 협약들이다. 이 중에서 접경습지를 각자가 람사르습지로 등록하고, 쌍방이 공동으로 관리하겠다는 신청을 하면 접경람사르습지로 등록할 수 있다. 독일-덴마크-네덜란드가 북해 10여개의 람사르습지를 와덴해(Wadden Sea)라는 하나의 공동 람사르습지로 등록한 것이 대표적이며, 이런 접경습지가 세계 곳곳에 20여곳에 이른다. 

이런 접경람사르습지 제도는 정치가 이루지 못하는 평화를 생태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생명도 지키고 평화도 지킬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특히 요즘같이 엄혹하고 긴장된 상황에 생태협력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지난 정부 때 긴장이 완화되면서 한강하구 골재채취와 같이 순식간에 개발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 여정이 험난하고 길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지금이다.  

한강 하구 중립국수역의 재두루미와 개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한강 하구 중립국수역의 재두루미와 개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더 어두워지기 전에

요즘같이 평화가 간절한 적이 또 있을까. 날벼락 같은 비상계엄 소동에 가슴을 쓸어내렸고, 평화로운 일상이 이리 소중함을 온 몸으로 경험한 하루였다. 그리고 우연찮게 한강 작가의 시집 한 권이 손에 들어왔다. 어스름 저녁, 개와 늑대가 구별되지 않는 미묘한 어둠은 본능적으로 두렵다. 그러나 한강 작가는 말한다. 두렵지만 두려워하지 말자고. 그래, 우리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인간 세상의 평화도 지키고, 함께 뭇생명들의 평화도 지켜보자.  
 

어두워지기 전에 
그 말을 들었다.

어두워질 거라고
더 어두워질 거라고.

지옥처럼 바싹 마른 눈두덩을
너는 그림자로도 문지르지 않고
내 눈을 건너다봤다.
내 눈 역시
바싹 마른 지옥인 것처럼.

어두워질 거라고.

더 어두워질 거라고.

(두려웠다)
두렵지 않았다.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중에서 

중립국수역을 오가는 저어새.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중립국수역을 오가는 저어새.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의 습초지.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의 습초지. [사진제공=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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