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국회 앞으로 달려간 시민들
부당한 명령에 불복종한 공무원과 군인들
민주주의·인권 가치 확산이 우리의 힘

계엄령이 선포된 밤, 국회 앞으로 다급히 달려나가 계엄세력에 맞선 동녘교회 교우들. 
계엄령이 선포된 밤, 국회 앞으로 다급히 달려나가 계엄세력에 맞선 동녘교회 교우들. 

[고양신문] 지난 주간에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현직 대통령이 정적을 없애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고 군인을 동원하여 체포 명령을 내리고 국회를 짓밟았다. 행정부 수반이 사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것이다. 친위쿠테타요 내란이다.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는 내란의 주범을 탄핵하고 그 공범자들과 함께 사법적 처벌을 받게 해야했다. 그것이 헌정질서를 세우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엄중한 시기에 자기 살길만 찾는 어리석은 정치인들에 의해 순리적으로 풀려야 할 헌정질서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탄핵되고, 그 주범과 공범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역사의 순리에 역행하는 모든 행위는 또 다른 심판의 대상이 될 뿐이다. 돌아오는 주말,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민의의 힘을 얻고 통과될 것이다. 그래서 위대한 민주시민의 힘에 박수를 보내본다.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시민은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국회로 달려갔다. 계엄군의 무력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저지했다. <서울의 봄> 영화가 상상력을 더했는지 모른다. 4·19혁명 5·18광주 민주항쟁에서 숨져갔던 영령들의 혼, 그리고 그 역사적 경험이 우리를 그렇게 인도했는지도 모른다. 목숨을 걸고 달려가 막았다.

탄핵을 촉구하는 광장에 나부끼고 있는 동녘교회 깃발. 

대한민국의 민주시민들은 곳곳에 있었다. 뒤늦게 들려오는 양심선언을 들어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온 국무위원부터, 전쟁은 안된다고 원점타격을 거부했던 군 수뇌부, 계엄 회의임을 알고는 그 자리에서 사표를 제출한 법무부 공무원,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다 폭행을 당하고 어쩔 수 없이 출동했다가 편의점에서 라면만 먹고 돌아온 군지휘자, 테러범도 단칼에 때려잡을 수 있는 특수 훈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력하게 시민들에게 밀렸던 군인들…. 그 모든 이들은 부당한 명령에 다양한 방식으로 불복종 저항한 영웅들이다.

우리가 익히 알 듯, 불의한 상관의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따르는 일은 나치시대 히틀러를 키우는 일과 같다. 수백만 명의 유대인들을 가스실과 죽음의 수용소로 몰아넣은 일은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던 권력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게 아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것처럼 악의 평범성이다. “주어진 명령을 아무 생각도 의문도 없이 충실하게 수행한 평범한 사람들” 때문에 가능했다. 그들이 히틀러를 키운 것이다. 

그러나 부당한 명령에 다양한 방식으로 불복종 저항했던 위대한 시민들이 있었기에 친위구테타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들이 무능한 것이 아니라 민주 시민이 위대했다.

우리는 내면의 두려움에 맞서야 한다. 윤석열은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죄가 온 세상에 드러날까 두려워 그것을 감추기 위해 더 폭군이 되어갔다. 자신 안에 있는 내면의 두려움을 맞서지 않고 그것을 공격하는 외부의 정적들을 없애는 방식을 선택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나치의 학살에 동조했던 가톨릭과 개신교, 대학과 지식인들이 있었다. 그들이 나치에 동조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대공황으로 사는 게 너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인권운동과 민주주의가 확대되면서 여성들과 소수자들이 사회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쪽에서 찌그러져 있었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그간의 기득권층, 종교 기득권자, 대학의 지식인들은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그들이 자신 안에 일고 있는 두려움의 원인을 마주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가면서 건강하게 삶을 헤쳐나갔어야 하는데, 그걸 마주하지 않고 엄한 데로 그 두려움을 쏟아내어 소수자와 유대인 학살을 키웠다. 윤석열도 마찬가지다. 

김경환 동녘교회 목사
김경환 동녘교회 목사

그러나 우리 사회 안에는 확대되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민주시민들이 많다. 그것이 곧 우리의 힘이요.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탄핵을 의심하지 말라. 지금은 우리가 새롭게 세워야 하는 세상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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