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선 한국자산관리공사 차장 - 신개념 영어 어원 VOCA 출간

소리가 어근 형성 단어로 파생
모든 언어의 어원·어근은 유사
소리 분석을 통해 유사성 탐구
7년여간 연구 끝 600쪽 책 내
단어의 근원 알면 영어도 쉬어

김인선 한국자산관리공사 인천지역본부 국유재산 2팀 차장은 “우리말이나 산스크리트어, 한자, 라틴어, 그리스어 등의 낱말에는 원시적 자연의 소리가 녹아 있어서 그 소리를 바탕으로 공부하면 재미있고 쉽게 영어를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7년간 책을 집필해왔다”며 “소리와 이미지를 활용한 새로운 학습 방식으로 단어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높여간다면 듣기, 말하기, 쓰기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선 한국자산관리공사 인천지역본부 국유재산 2팀 차장은 “우리말이나 산스크리트어, 한자, 라틴어, 그리스어 등의 낱말에는 원시적 자연의 소리가 녹아 있어서 그 소리를 바탕으로 공부하면 재미있고 쉽게 영어를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7년간 책을 집필해왔다”며 “소리와 이미지를 활용한 새로운 학습 방식으로 단어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높여간다면 듣기, 말하기, 쓰기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신문] “영어라는 걸 한 번도 공부해본 적이 없는 시골 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졸업식 날 학교 앞 좌판에서 우연히 에센스 영어사전을 샀어요. 그동안 적금해서 모아 두었던 돈을 몽땅 쏟아부은 거죠.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제가 왜 그랬는지는 알 수는 없는데 아마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어를 제대로 접해본 날 아닐까 싶어요. 그날 이후 거의 40년 만에 저만의 방식으로 낯선 외국어로서가 아니라 우리말에 있는 소리와 유사한 어원과 어근을 중심으로 접근하면서 쉽게 영어를 익힐 수 있는 책을 내게 됐습니다.” 

소리 어근에서 수많은 단어 파생
펼쳐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김인선 한국자산관리공사 인천지역본부 국유재산 2팀 차장이 건넨 『우리소리로 읽는 영어 어원 VOCA』이란 제목의 책의 마지막 페이지 숫자는 582였다. 게다가 판형이 일반적인 책보다 두 배 정도 크다 보니 실제로는 1000페이지가 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과 달리 한국인이 영어를 배울 때는 새로운 소리와 언어체계를 습득해야 해서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데 김인성 차장은 영어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한 어근의 소리만 들어도 그와 연관된 많은 단어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입과 나뭇잎(닢)이 영어에서도 lip과 leaf이잖아요. 이 둘의 공통소리는 나부댄다는 것이에요. 입술이 말하면서 나풀거리는 것과 나뭇잎이 바람에 나풀거리는 모습은 비슷하잖아요. 두 단어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고 유추해볼 수 있는 거죠. 바람이 ‘윙’하고 부는 것처럼 영어도 wind(바람)나 wing(날개)으로 표현됩니다. 우리말의 엄마라는 말은 영어에서 맘으로 표현하듯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하게 발음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 모든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요?”

대한언어학회 학술대회서 발표도
듣다 보니 점점 빠져들었다. 이 두꺼운 책 속에 있는 그 수많은 단어가 모두 소리 혹은 어근이나 어원을 바탕으로 분류되고, 또 파생되는 또 다른 단어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모든 단어는 소리에서 나왔기에 책 첫 장에서 cap의 어근은 ‘감싸는 것’이고 이는 상자를 뜻하는 한자인 ‘갑(匣)’과 같다고 설명하는 것처럼 책 속 곳곳에 우리말과 영어뿐 아니라 한자어와 함께 설명을 이어간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그의 이런 분석은 개인적 관심의 차원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대한언어학회 회원의 한 사람으로 지난 11월 30일 대한언어학회·조선대학교 언어융합연구소·전북대학교 영어교육과 공동주최로 ‘언어학, 언어교육, 그리고 AI’라는 주제로 열린 대한언어학회 2024 가을학술대회에서 ‘영어 어근을 구성하는 의성어 소개’라는 제목으로 발표에도 나섰다.

그는 영어 단어 속에 ‘wan-’이나 ‘win-’ 어근은 윙윙 소리를 나타낸다며 영어의 [(w)+ 모음 + n] 형태를 가진 단어(wind, wing, wane, swan 등)가 윙 윙 부는 파동 소리고, 시각적으로는 바람, 물 등 유체의 파동(wave)을 표현함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 소리는 어근을 형성해 다양한 단어를 생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 

대표적으로 윙윙대는 바람이 들오는 창(window)과 출렁대는 파도(undulate), 앵앵 울음소리(whine)로 나타낼 수 있고, 이러한 파동으로 회오리에 엉기어 꼬이는 모양(angle, ankle)을 이루고, 이리저리 흘러 다니며 방랑한다(wander)는 단어의 의미도 나왔다는 설명이다.

김인선 차장은 지난 11월 30일 대한언어학회 2024 가을학술대회에서 ‘영어 어근을 구성하는 의성어 소개’라는 제목으로 발표에도 나섰다.
김인선 차장은 지난 11월 30일 대한언어학회 2024 가을학술대회에서 ‘영어 어근을 구성하는 의성어 소개’라는 제목으로 발표에도 나섰다.

낱말은 자연의 소리에서 유래
“과거 유라시아 대륙에서 수렵, 채집 생활을 하며 원시 자연어를 함께 쓰던 인류가 신석기 시대에 농경 생활로 한 곳에 정착하고 그 후 문명과 민족이 형성되면서 갈라지고 점차 다른 언어로 분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말이나 산스크리트어, 한자, 라틴어, 그리스어 등의 낱말에는 원시적 자연의 소리가 녹아 있어요. 그 소리를 바탕으로 무작정 단어를 외우는 대신 재미있고 쉽게 영어를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의 이런 기발한 발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야기 듣는 내내 어릴 때부터 뚜렷한 주관 아래 독학하며 ‘생각이 힘센’ 사람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는 나주에서 중학교 다닐 때 전교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으로 졸업했다. 더 넓은 곳으로 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홀로 광주로 유학을 떠나 자취하며 대망의 고교생활의 막을 열었다. 

“제가 살던 시골과는 달리 광주는 역시 차원이 다른 도시였어요. 선행학습을 통해 멀찌감치 앞서 있는 친구들과 저의 수준 차이는 너무나 컸습니다. 밤을 낮같이 밝히며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스트레스는 극심해지고 홀로 자취를 하다 보니 생활까지 엉망이 돼 늦잠 때문에 지각하거나 결석까지 하는 날이 빈번해졌죠. 이러다간 내가 원하는 대학 진학에 실패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어요.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우리소리로 읽는 영어 어원 VOCA』 표지
『우리소리로 읽는 영어 어원 VOCA』 표지

소리·이미지 활용한 학습 중요 
학원엔 거의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2년 만에 마침내 고려대학교에 합격했다. 재학 중 당시로선 상당한 고득점인 토익점수 900점을 가뿐히 넘겼다. IMF 외환위기 와중에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입사해 100조 규모의 부실채권 정리 기금 관리 업무를 맡아 회계 및 세무 업무를 담당했다.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미국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도 취득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을 활용해 경매와 인터넷 사이트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도전했다.

김인선 차장은 그런 중에도 영어를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공부를 이어갔다. 문자가 없던 시절 언어는 이동 과정에서 변화했고, 결국 소리에서 문자로의 표현 방식만 달라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끝에 2017년부터 한국어와 산스크리트어, 몽골어 등의 유사성을 소리 분석을 통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언어의 단어를 소리의 측면에서 비교 분석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하나씩 기록해갔다. 

“어원 중심 학습서의 한계와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기존 어원 학습서는 단어 나열에 그치고 어원 설명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데다 학습자의 자발적 이해를 돕지 못하고 있어요. 소리와 이미지를 활용한 새로운 학습 방식을 제안한다면 단순 암기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단어의 기원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 있다면 듣기, 말하기, 쓰기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잖아요.”

영어가 낯선 외국어만은 아냐
방대한 분량의 책을 쓰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은 있는 법. 대학원에서 영어 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초·중등학교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아내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집필 과정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책을 완성했고 그래서 출판도 아내와 공저로 하게 됐다.

이미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기존 어원 책은 어원을 나열해 소개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 책은 영어 발음할 때 나오는 소리의 기원을 역추적해 가며 뜻에 도달하는 언어과학에 충실하다”라거나 “영어와 우리말에 있는 비슷한 소리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됩니다. 어원을 소리로 풀어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어휘가 늘어나네요”라는 현직 교사의 평이 이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한 교수는 “영어 어원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자연의 소리와 통한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영어! 더는 낯선 외국어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어 학습의 기본은 단어입니다.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려면 고등학교 수준 이상의 어휘력이 필수입니다. 이 책은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수준까지 단어를 포함했고, 난이도별로 구성해놨습니다. 수능은 물론 토익, 토플에 자주 나오는 단어도 수록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그 단어의 근원을 파헤치고 우리말과 연결고리를 통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는 거죠. 일시적인 인기를 위해 책을 쓴 건 결코 아니에요. 처음엔 책 두께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울 순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고 듣는다고 생각하고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영어 단어 학습에 지친 분들이라면 누구나 새로운 빛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인선 차장은 “틈날 때마다 본인이 관리하는 덕양구 용두동 국유재산 지역 내에 있는 흙길을 찾아 맨발걷기를 하다 보니 족저근막염도 씻은 듯이 나았다”고 말했다.
김인선 차장은 “틈날 때마다 본인이 관리하는 덕양구 용두동 국유재산 지역 내에 있는 흙길을 찾아 맨발걷기를 하다 보니 족저근막염도 씻은 듯이 나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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