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 고양여성민우회 대표
'윤석열퇴진 사회대개혁 고양행동' 공동대표
4년 연임 임기마치고 회원으로 복귀
여성주의‧지역운동 방향성 강조 '자부'
시 여가과 폐지, 여성예산삭감 지적 성과
음악소모임 ‘퍼플민’으로 연대 이어갈 것
[고양신문] 이도영 대표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고양여성민우회 대표를 맡아왔다. 이제 임기를 마치고 새해 1월 16일 총회 이후 새 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줄 예정이다. 정치·사회적 환경이 급하게 변화하면서 시민사회단체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 고양시 시민단체의 한 축을 감당하며, 여성단체로서의 방향성도 분명하게 가져간 고양여성민우회의 4년을 이끈 대표로 평가되는 이도영 대표를 만났다.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고양여성민우회 2021년 1월 총회에서 대표가 돼 2회 연임, 4년간 대표를 맡았어요. 여성민우회 회원이 된 건 2017년 4월이에요. 성폭력예방 상담원 교육을 고양성폭력상담소에서 받고, 회원으로 가입했죠. 당시 회비를 30% 할인해준다고 했어요(웃음).
성폭력상담원 교육을 받고 강사 활동을 했어요. 사실 뭘 일부러 열심히 하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하다보니 당시 같이 교육 받은 회원들 사이에서 리더를 맡게 됐고 바로 운영위원이 되고, 이사에 출마하고 2년 차에 대표를 맡았어요. 이사 출신 대표가 된 거죠. 회원이 된 지 만 4년이 안 돼 대표가 됐습니다.
❚원래 여성운동가였나.
대학에 입학을 하고보니 대통령이 전두환이었어요. 그렇게 학생운동을 시작했고, 제가 제대로 여성학, 여성운동을 접하게 된 것은 민우회 회원이 되면서부터입니다. 이전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원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기도 했고, 경제적 활동이 필요해서 꽤 오래 했는데 그 당시에도 언제나 의미있고, 대의적인 일을 꿈꿨죠. 어느덧 딸도 어른이 되고, 부양의 의무에서도 자유롭게 되면서 의미있는 일을 할 여유가 생겼고, 성폭력 상담교육 과정을 배워 강사활동을 하고, 민우회 소모임을 만들고, 운영위원, 이사까지 하다가 대표가 된 거예요. 제게는 지난 4년이 여성주의, 여성운동을 했다라기보다는 ‘고양여성민우회에 집중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고양시 내부로도, 역동적인 시기에 고양여성민우회 대표로 4년을 지냈다. 역점을 뒀다고 생각하는 지점이나 사업이 있다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외활동이 어려운 시기에 대표가 됐어요. 회원활동은커녕 기존에 하던 후원행사, 영화제도 모두 중단됐었죠. 답답했지만 내실을 꾀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덕분에 2023년부터 다시 시작된 행사는 보다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운동과 후원이 모순되지 않는 행사’로 기획했습니다. 후원행사 때는 비건메뉴도 제공하고, 영상에서도 지난 민우회 활동과 비전을 담아냈어요.
고양여성영화제가 작년 다시 시작돼 고양YWCA주관으로 열렸고, 올해는 고양여성민우회 주관으로 좀 더 여성주의에 입각하고, 성소수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여성영화제가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고양시 예산이 전액 삭감돼 어려운 형편에서 오히려 더욱 좋은 행사를 치러냈다는 자부심이 갖게 됐죠.
지난 4년 동안 부족하지만 ‘늘 하던대로’보다는 변화를 추구하고, 새로움을 찾아보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저는 시민운동은 ‘러닝머신을 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러닝머신 위에 가만히 있으면 나둥그러지고, 걷던대로 걸으면 제자리걸음이 되죠. 죽을만큼 열심히 걷고, 뛰어야 그나마 앞으로 가는 것처럼 보여요. 러닝머신 위에서 그래도 나둥그러지지는 않으려 애쓰며 보낸 4년여가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어요.
❚고양여성민우회 활동에도 여러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고양여성민우회 회원이 현재 300여명 돼요. 통계를 보면 월별로 대충 17명이 후원하고, 17명이 탈퇴해요. 다행인 것은 우리 활동가들이 온라인을 통한 홍보와 활동에 애를 쓴 덕분인지 온라인 회원가입이 늘고 있어요. 덕분에 젊은 회원들이 늘어나 지난 후원행사에서 소개하기도 했죠.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대표로 지역시민운동에서도 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양여성민우회가 한국여성민우회의 방향성을 공유하며, 시민단체로서 방향성을 잃지 않고, 부설기관을 포함해 여러 조직, 활동가들이 한 곳을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대표를 맡을 당시 공약이기도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고 자평합니다. 여성단체로서 민우회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고, 고양시민사회와 연대해 지역 시민운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활동가들에게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천하려 노력했어요.
활동가들 사이에서 덕분에 지역사회, 운동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는 평을 듣기도 했어요. 첫해가 제일 힘들었는데 당시는 고양여성민우회 대표로서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에 솔직히 찬반이 있었어요. 저는 그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함께 활동할 수 있었는데 당시 사무국장이 저를 지지해줘 큰 힘이 됐죠. 고양여성민우회가 올해로 27년 됐는데 이렇게 역사가 오랜 지역 시민단체, 여성단체로서 그 역사와 자부심을 위해 회원, 활동가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말해주려고 노력했어요.
❚구체적인 사업이나 자랑할 것이 있나.
고양시 성평등 예산분석, 인권 모니터링, 성차별 예산분석, 정책 분석 등을 지속하고 알려왔어요. 2023년 경기여성단체연합 행사에서 고양시 여성 인권 현황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발표하고, 고양여성영화제 예산 삭감, 여성가족과 폐지 시도 등 부당한 현실을 알리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고양시민사회연대 공동의장, 고양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 경기북부시민사회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어요. 대외활동을 이렇게 많이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시국이 어려웠고, 개인적으로는 일복이 많은 게 아닌가 해요.
❚이후 어떤 계획이 있나.
2018년에 ‘퍼플민’이라는 밴드를 고양여성민우회 소모임으로 만들어 지금도 활동하고 있어요. 2019년부터 해마다 5곡을 발표하고, 공연도 많이 다니고 있어요. 특히 촛불집회 등 고양시의 의미있는 행사에 주로 초대받아 나가고 있죠.
13살 때부터 시작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책도 못 읽고, 멍해지고, 교실에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어요. 음악 덕분에 위기를 극복했는데 음악만 듣고 평생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대표를 그만 둬도 회원으로 소모임 활동을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퍼플민에서 처음 만든 곡이 ‘미투’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곡이었어요. 앞으로는 음악을 통해 연대하며 청하는 자리에 가서 자작곡 ‘우리 가는 길’을 불러줄 생각이에요.
퇴임을 준비하던 시기에 내란 상황이 발생했어요. 현재는 '윤석열퇴진 사회대개혁 고양비상행동' 공동대표 역할을 맡아 활동하고 있어요. 퇴임 이후엔 건강한 고양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