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12·3 친위쿠데타 과정에서 그간 가려져 있던 한국 극우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검경의 수사로 밝혀지는 윤석열 일당의 내란 경위는 온 국민을 경악시키고 있다. 특전사 707특임단과 1공수여단, 수방사 군사경찰특임대 등 최정예부대로 국회를 장악해 계엄 해제 결의를 봉쇄한 후, 정보사 요원들을 선관위에 투입시켜 부정선거 조작으로 국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다.
또한 윤석열 일당은 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북풍을 활용하려 했다. 북한을 자극해 접경 지역에서 군사 충돌 상황을 만들려 했던 정황이 관련자들의 증언과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과 11월 연평도·백령도 인근에서 실시했던 대규모 실병 훈련과 포 사격훈련, 평양에 무인기 침투,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한 대응 조치로 원점타격을 지시한 정황 등은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식 장애
대한민국 극우는 ‘인식 장애’ 질환을 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와 계엄포고문 속의 현실 인식은 전형적 ‘인식 장애’ 환자이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러다 보니 그간 엄청난 속도로 바뀐 세상 변화를 깡그리 무시하고 40~50년 전의 인식 그대로이다. 시대착오도 보통 시대착오가 아니다. 12·3 계엄포고문은 1980년 5·17 계엄 때와 판박이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종북 반국가세력’이고, 자신을 심판했던 지난 4월의 총선 민의는 부정 선거의 결과다. 여소야대의 현실에서 야당과 대화·타협으로 정국을 끌고 가겠다는 사고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극단적 조치인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도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서란다. 헌법 77조 ①항에 명시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계엄선포의 요건은 깡그리 무시된다. 대통령의 제1책무가 헌법을 준수하는 건데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책임의 극치
12·3 쿠데타를 통해 극우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줬다. 윤석열 일당은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대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 했던 쿠데타가 실패했으니 그에 합당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했다. 유혈사태가 뻔히 예상되는 극단적 행동을 벌였으면 자신의 목숨도 걸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계엄 해제 후 한다는 말이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한다. 모든 정치활동을 중지시키고 언론 보도를 검열하며 영장 없이 국민들을 체포·구금하는 비상 계엄을 경고용으로 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뻔뻔함을 넘어 정신병자의 상태다.
더욱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처럼 명백하고 현존하는 내란 사범 윤석열 일당의 탄핵을 반대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 소추 절차에 똘똘 뭉쳐 반대했고, 헌법재판소의 재판 진행도 온갖 궤변과 꼼수로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12·3 계엄령 발동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내수가 침체하는 등 한국경제가 나락에 빠져 있고, 트럼프 집권으로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긴박한 국가적 위기에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 국민의힘은 만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기각돼 윤석열이 다시 대통령으로 복귀해 무정부상태가 2년 이상 지속돼도 대한민국이 부지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공익은 도외시한 채 사익만 추구
한국의 극우는 공익은 도외시한 채 철저히 사익만 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래 자유·인권·법치를 줄곧 부르짖었지만 정작 결정적 순간에는 이를 짓밟았다. 윤 대통령은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고 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등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윤석열 일당은 친위쿠데타 과정에서 분단 상황에서는 절대로 건들면 안 되는 것들을 다 건드렸다. 국회에 투입한 특전사 707 특수임무단은 유사시 북한지도부 참수작전 등 기밀작전을 수행하는 부대이고, 선관위 직원들을 납치, 구금시키기 위해 과천 정보사 1여단에 대기시켰던 HID 부대는 북파공작원 부대이다.
또 윤 정부에 비판적인 정치인, 언론인,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납치해 구금시키려 했던 B-1 벙커는 유사시 전쟁 지휘시설로 기밀 중의 기밀이다. 친위쿠데타의 기획을 맡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사살’ 등의 메모를 볼 때, 윤석열 일당은 북풍을 계엄 명분으로 활용하려 했을 뿐 아니라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HID 요원들을 북한군으로 위장시켜 내부 소요를 일으킬 계획까지 갖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내란죄뿐만 아니라 외환죄까지 저지른 것이다. 국방부장관,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정보사령관, 정보사 수사2단 등 12·3 친위쿠데타의 핵심 세력은 충암고, 육사 등 학연과 근무연을 바탕으로 승진과 출세를 목적으로 뭉쳤다. 무력을 독점하고 있는 군대 내 최고 요직을 맡은 엘리트들이 국가의 존망은 안중에도 없이 사익과 사리를 좆아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것이다.
민주주의에 적대적인 한국의 ‘극우’
‘극우’란 일반적으로 극단적인 우파 성향을 가진 파시스트를 지칭하지만, 한국의 극우는 결이 좀 다르다. 한국의 극우는 극단적 반공과 친미를 부르짖으며 군사독재체제에 부역했고,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취해왔다. 1987년 이전 한국 사회를 배타적, 독점적으로 지배했던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등은 보수정당이 아닌 극우정당이었고, 현재 국민의힘도 보수정당을 자칭하고 있지만 실체는 극우이다.
차제에 극우를 일소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리병처럼 깨지기 쉬운 민주주의 헌정체제를 지킬 수 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안위와 발전을 위해 극우를 제도 정치권에서 축출해야 한다. 극우를 정리하면 극좌도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극우와 극좌는 ‘적대적 상호 의존’, ‘적대적 공생’ 관계이기 때문이다. 극우를 퇴출시켜 그 목소리를 약화시키면 우리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정치 양극화도 완화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