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고양시 고령인구 20.6%
노인일자리 정책 어떻게 가야하나
고령자 취업 이유 69% ‘생계’
52% 노동강도 낮은 임시·일용직 희망
강제은퇴 막는 계속고용제 도입
고령자 연성 일자리 발굴해야
사회기여, 경제수익으로도 연결
[고양신문]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지난 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전날 기준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122만1286명)의 20%를 돌파했다. 2017년 8월 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14% 이상)에 진입한 뒤 불과 7년 4개월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셈이다.
고양시 또한 예외는 아니다. 고양연구원에 따르면 2028년이 되면 고양시 고령인구는 20.6%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우려되는 가운데 그중 취약한 사회복지 제도로 인한 노인빈곤 우려가 높아진다. 특히 2차 베이비부머세대(1964~1974년)가 올해부터 법정 은퇴연령인 60세에 진입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정책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중 가장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분야 중 하나는 고령자들을 위한 생산활동 지원, 즉 새로운 일자리 발굴 정책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60세 정년제를 택하고 있는데 문제는 은퇴 이후에도 평균수명인 82세까지 약 20년 넘는 공백기간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최근 들어 고령자들을 위한 다양한 고용정책이 논의되고 있는데, 핵심은 중앙정부의 톱다운 방식이 아닌 지역특성을 반영한 지자체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얼마 전 고양연구원이 발표한 ‘고양특례시 고령자 생산지표 적용 및 생산활동 강화방안’ 연구보고서(문정화 연구위원)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다뤄봤다.
고령자 희망 임금 월 195만원
취업 고령자 미취업보다 행복도↑
해당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2023년 경기도 사회조사 및 지역사회건강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고양시 고령자들의 학력과 가구 월소득, 주관적 신체 건강 등을 분석했다. 고양시와 유사한 규모의 용인시, 성남시, 수원시 등과 비교했을 때 고양시 고령자들의 학력 수준은 높은 편(고졸 이상 62.2%, 대졸 이상 26.7%)인 반면 가구 월소득은 291만원으로 4개 도시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주관적 신체건강은 5점 만점에 3.02점으로 용인시(3.12점) 다음으로 나타나 여전히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령자들의 생산활동 지원 필요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고양시 65세 이상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먼저 응답자 스스로 경제적 생활수준을 판단하도록 한 결과 500명 중 73.8%가 본인의 경제적 생활 수준이 중하 이하(하 28.8% + 중하 45%)인 것으로 응답했다. ‘중하’ 응답자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276만원, ‘하’ 응답자는 161만원으로 각각 나타났는데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들 고령자들에게 일정소득을 담보할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는 생활여건 향상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이다. 실제로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69%가 ‘생계비 마련’이라고 응답했으며 미취업자 중 취업희망자들 또한 ‘생계비 마련’을 구직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50.7%).
삶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응답자들은 자녀관계와 주거상태 등 전반적인 삶의 질에 대한 답변은 50%를 상회한 반면 경제상태에 대해서는 25.8%만이 ‘만족한다’고 응답해 가장 낮은 비중을 나타냈다. 이들이 희망하는 월평균 임금 또는 보수의 규모는 평균 195만원이었으며, 이중 현재 취업하지 않았지만 향후 취업을 희망하는 응답자는 월평균 150만원 정도의 소득을 희망하고 있었다.
고령자들의 생산활동 참여 여부는 건강한 삶과도 연계된다. 특히 해당 조사에 따르면 취업한 고령자보다 미취업한 고령자들이 인지장애를 경험한 비율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취업자 19.5%, 미취업자 41.4%). 본인이 느끼는 삶의 행복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취업자의 행복도 평균점수는 6.34점을 나타낸 반면 미취업자는 5.9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뿐만 아니라 보람, 자아성취 중요
지역사회 필요한 ‘연성 일자리’ 확대돼야
그렇다면 고양시 고령자들은 어떤 일자리를 희망하고 있을까. 마찬가지로 이번 연구조사를 통해 대략적인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2%가 임시 혹은 일용근로자를 희망하고 있었으며 통상적인 상용근로자를 희망하는 비중은 24.4%에 불과했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임시·일용근로를 희망하는 비중이 올랐으며 미취업자 중 향후 취업을 희망하는 응답자 중에서는 그 비중이 더욱 높았다(76.1%). 응답자들이 희망하는 노동시간은 일주일에 약 4.7일, 평균 32.5시간이었다. 아울러 미취업자들은 향후 일자리에 참여할 경우 수입(39.4%)뿐만 아니라 보람, 자아성취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25.4%)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해보면 고양시 은퇴 고령자들은 생계문제와 사회관계 등을 이유로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들이 여전히 높지만 상당수는 과거와 같은 상용근로 방식보다는 임시직 혹은 일용직 방식의 스트레스 강도가 낮은 방식의 일자리를 선호하고 있었다. 아울러 적지 않은 고령자들이 일을 선택함에 있어 급여수준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현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복지정책 권위자 중 한 명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현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은 이를 ‘경성 일자리’와 ‘연성 일자리’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경성 일자리’는 현재 노동시장의 통상적인 주 5일, 52시간 일자리를 뜻하며, ‘연성 일자리’는 노동강도가 낮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급여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시직 형태의 일자리를 말한다. 오건호 정책위원장은 “고령자를 위한 노동정책은 이 두 가지가 함께가야 한다. 우선 경성일자리 대책으로는 60세 이상 강제 은퇴를 막는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불안정 노동에 처해 있는 고령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아울러 연성 일자리를 희망하는 은퇴 고령자들을 위해 다양한 사회적 일자리가 발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건호 정책위원장이 강조하는 부분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회적 역할을 은퇴 고령자들이 담당하는 협동기반의 연성 일자리 발굴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일자리는 정부나 지자체의 톱다운 방식으로는 마련될 수 없으며 주민신뢰에 기반한 풀뿌리자치에 기반한 ‘협치기구’를 통해 운영되어야 한다. 오 위원장은 “지역사회 돌봄문제나 기후위기 대응 실천, 문화, 역사탐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인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며 “이러한 지역사회 기반의 다양한 사회적 일자리를 확대해 궁극적으로 초고령사회 노후 재구성 논의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은퇴고령자들의 욕구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적 일자리 발굴정책은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 선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울산동구의 경우 진보당 소속 김종훈 구청장이 취임한 이후 주민자치에 기반한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중 은퇴고령자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마을관리소 등 지역주민을 위한 구청의 공공서비스를 조선소 은퇴노동자들로 구성된 ‘퇴직자 협동조합’에 맡기는 실험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은퇴고령노동자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에 공공서비스 일거리를 맡기면서 이들의 기술력을 공공이 활용하고 고령자 생산활동 참여도 독려하는 다양한 정책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보고서 또한 결론 부분에서 고령자 욕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일자리 창출방안 중 하나로 사회참여 일자리 확대, 가치실현 일자리 개발 등을 제안하고 있다. 연구진은 “고령자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돌봄서비스 등 일자리를 적극 확대해 자신의 연령대에 맞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기여도 할 수 있는 기회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령자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이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전문지식을 생산활동으로 전환하고, 이러한 사회적 기여활동을 경제적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것에 대한 지원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