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정책포럼
'작은도서관 폐관이 답인가'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는 지난 12월 27일 '작은도서관 폐관이 답인가'란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었다.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는 지난 12월 27일 '작은도서관 폐관이 답인가'란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었다.

고양공립작은도서관 결국 폐관
동두천, 시장면담으로 극적 회생
공공도서관 구분 법적 정의 필요
“시민의견 듣는 절차 법제화 해야”

[고양신문] 시민 4000여 명의 반대서명과 시의회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고양시가 결국 2025년 공립 작은도서관 5곳에 대한 폐관 결정을 최종 통보했다. 이러한 가운데 공립 작은도서관 폐관에 대한 비판과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여성재단에서 ‘작은도서관 폐관이 답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는 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 등 7개 지역협의회와 11개 전국지부, 총 241개 어린이도서관 및 작은도서관이 가입되어 있는 전국단위의 작은도서관 단체다. 이날 포럼은 고양시 공립작은도서관 폐관 사태를 전국적으로 공론화하고 법제도적 대안 등을 논의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폐관절차가 진행되던 동두천 사동초 지혜의집 작은도서관이 공론화를 통해 결국 다시 운영이 결정되는 사례도 발표돼 고양시의 상황과 대조를 이뤘다. 

먼저 백정희 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은 지난 2년간 고양시 공립작은도서관 폐관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앞서 고양시는 2023년 아파트 내 공립도서관 5개소에 대한 지원중단을 통보했으며 작년 10월경에는 위탁운영 만료를 앞둔 호수공원, 강촌, 모당, 마상공원 작은도서관뿐만 아니라 직영 운영되던 삼송, 고양까지 총 6곳에 대해서도 폐관 예정임을 통보했다. 

다행히 모당 작은도서관의 경우 뒤늦게 직영전환 후 지속 운영하는 것으로 시의 입장이 변경됐지만 나머지 5개소는 시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변경없이 운영중단을 통보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호수공원과 삼송은 올해부터 문을 닫게 되며 강촌은 무인 시스템 운영, 고양은 일단 올해 한해 동안 시의 지원 없이 지역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상공원 또한 올해 상반기 중 원당도서관이 완공되면 문을 닫게 된다. 

고양시 공립도서관 폐관사례를 발표한 백정희 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
고양시 공립도서관 폐관사례를 발표한 백정희 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

백정희 회장은 시의 일방적인 폐관 통보 이후 지역 작은도서관과 시민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알리는 한편 시가 내세운 주요 폐관 근거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백 회장은 “시민모임에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것, 폐관되는 공립 작은도서관 5곳 운영 예산을 재수립할 것, 폐관 관련 계획서 등의 문서를 공개할 것 등을 고양시에 요구했으나 결국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러한 일방적 폐관결정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작은도서관의 독자적 영역을 정책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앞으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경렬 동두천 작은도서관 지킴이 시민연대 활동가는 고양시와 마찬가지로 폐관위기에 처했던 동두천 사동초 지혜의집 작은도서관을 결국 지켜낸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이경렬 활동가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동두천시는 2007년 당시 시장이 브라질 꾸리찌바시의 사례를 토대로 공립 작은도서관을 대폭 확대했으나 이후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운영비 문제 등을 이유로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이 과정에서 실제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사동초 지혜의집 작은도서관 폐관 결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경렬 활동가는 “처음에는 담당공무원이 사서와 몇 분 전화통화를 통해 파악한 이용률 현황 등을 근거로 폐관결정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너무 황당해서 시민들과 함께 항의했더니 나중에는 사서 인건비가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로 바뀌었는데 작은도서관 정책이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두천 사례발표를 맡은 이경렬 동두천 작은도서관 지킴이 시민연대 활동가
동두천 사례발표를 맡은 이경렬 동두천 작은도서관 지킴이 시민연대 활동가

이후 담당부서와의 간담회 과정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자 결국 시민들은 동두천 시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며 시장면담을 요청했고 천신만고 끝에 동두천시는 해당 작은도서관을 폐관하지 않고 직영운영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 활동가는 “폐관을 막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 과정에서 행정이 작은도서관의 역할을 경시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향후 조례제정운동 등을 통해 작은도서관의 역할을 높이고 정책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수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은 서울도서관 관장 재직 당시 서울시 지역도서관 실태조사(2018)를 진행했던 내용을 근거로 공공도서관과 명확히 구분되는 작은도서관의 역할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령 공공도서관 이용자들의 경우 혼자 이용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던 반면(55.4%) 작은도서관의 경우 가족과 함께 간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44.2%). 이용목적도 공공도서관은 정보자료 획득(43.7%), 작은도서관은 자녀책 대출(32.9%)이 가장 높았으며 서비스 개선 요구 또한 공공도서관에는 더 많은 정보 제공, 작은도서관에는 공동체 모임 기회 제공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당시 서울시 지역도서관 이용실태조사 사례를 통해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는 이정수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2018년 당시 서울시 지역도서관 이용실태조사 사례를 통해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는 이정수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이정수 사무총장은 “해당 실태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역할은 명확히 구분되는 만큼 공공도서관 확대와 별개로 작은도서관에 대한 별도의 지원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해당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작은도서관 거버넌스 연구 및 공론화 정책을 이어갔으며 2020년에는 서울시 작은도서관 역할 가이드북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민옥 서울시의원은 “작은도서관이 지난 수십년간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법제도적으로 역할과 정의가 불명확한 상태여서 지자체 작은도서관 정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도서관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인정받고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과 조례의 문제들도 함께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발표자들은 현재 고양시 등에서 진행되는 일방적인 공립 작은도서관 폐관시도를 막기 위한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경렬 활동가는 “작은도서관에 대한 폐관절차가 너무 일방적이고 주먹구구식”이라며 “반드시 공청회를 거쳐야 하는 등의 시민의견 수렴절차가 법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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