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행신동 미래타운 관리구역 가보니
쓰러지기 직전 연세빌라
88% 주민 동의율 얻어
20층 새 아파트 착공 앞둬
시 “행신 이어 일산도 추진"
[고양신문] 건축물 벽과 담장이 넘어지지 않도록 철근 여러 개로 고정시켰는데 철근마저 휘어져 아슬아슬하다. 매년 장마철엔 건물 지하실에 가득 찬 빗물을 빼내기 위해 소방차가 출동하는 일이 다반사다. 건물 옥상 슬래브가 깨져 바람이 거센 날엔 건물 아래로 슬래브 부스러기가 떨어져 행인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지난 7일 찾은 덕양구 행신동 가라뫼 저층주거지 연세빌라에서 만난 한 주민은 “몇몇 원주민들은 살기 불안하다며 벌써 이사 갔다”라며 “개발로 이익을 얻는다는 건 배부른 소리이고, 그저 안전하게만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쓰러져가는 이곳 연세빌라 일대는 이제 ‘미래타운’이라는 이름으로 향후 3년 안에 새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연세빌라 추진위원장을 맡아 6년간 정비사업을 이끌어온 이병태 조합장 “사실 주민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너무 힘들어 뇌출혈로 쓰러진 적도 있었다”라며 “그동안 고양시 도움이 컸고 가장 힘든 과정은 다 이겨내 이제 행정절차만 남았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40년 연세빌라 아파트단지로 탈바꿈
행신동 가라뫼 연세빌라(행신동 204-5) 일대가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통해 20~21층 높이의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한다. 개발이 이뤄질 곳은 지도농협 가람지점과 삼성전자서비스 덕양센터를 포함해 뒤편에 지어진 노후 빌라들이다. 서울시가 추진한 ‘모아타운’ 사업과 마찬가지로 고양시도 노후저층주거지 문제해결을 위해 ‘미래타운’이란 이름으로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일반적인 정비사업과 달리 정비구역지정과 관리처분인가 등 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에 사업 기간이 대폭 단축되는 게 장점이다.
행신 미래타운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전체 면적은 7만9216㎡(2만3923평)에 해당한다. 이곳은 총 7개 블록(A1·B1·B2·B3·B4·B5·B6)으로 구분해 각 조합이 사업을 추진한다. 이곳 전체가 개발되면 총 1743세대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계획이지만 이중 연세빌딩에 해당한 A1블록 1만1040㎡(3339평)이 가장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A1블록인 연세빌라는 주민동의를 통해 2021년부터 일찌감치 조합을 설립해 재정비 사업절차를 밟았다. 특히 소규모주택정비사업요건에 필요한 80% 주민동의율에 이병태 조합장은 88% 까지 주민동의를 이끌어냈고 현재 조합원 수는 총 149명이다. 또한 조합은 이미 ㈜한신공영을 시공사로 선정해 한신더휴(THE HUE)아파트 건축심의를 앞둔 상황이다. 이를 통과하면 지하 2층 지상 20~21층, 303세대 아파트 착공에 들어간다. 303세대 중 102세대(33.7%)는 임대주택으로 지어질 예정이며 임대주택 인수 예정자는 GH, LH, 고양도시관리공사 등이다.
이병태 조합장은 "조만간 분양공고, 아파트 착공 등이 남았다”라며 “늦어도 3년 안으로 준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조합장에 따르면 행신동 미래타운 관리지역에 해당한 나머지 6곳도 조합설립 예정으로 연세빌라 개발에 뒤를 이을 예정이다. 연세빌라가 이번 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로 바뀌면 고양시 미래타운 사업의 첫 모델이 되는 셈이다.
주민의지가 정비사업 동력
미래타운 사업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동의다. 주민 분담금, 사업 추진 여부를 조합이 결정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민들의 의지와 동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자가 만난 연세빌라 주민들(조합원들)은 주택정비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1986년에 지어 곧 40년이 되는 연세빌라는 곳곳에 안전위협이 있어 재정비가 시급했다는 것. 이에 따라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바 있지만 사업성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22년 행신동 가라뫼 지역이 국토부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에 공모, 2023년 고양시 예산 확보 등으로 다시 사업에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작년 6월엔 ‘미래타운’으로 지정·고시하는 과정에서 제2·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 되는 등 사업성을 인정받고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고양시, 컨설팅·용역비 지원
미래타운 사업이 신속하고 순탄하게 추진된 데는 시의 지원도 한몫했다. 연세빌라 조합원들에 따르면 신규 아파트 용적률을 높이기 위한 종상향 과정에 필요한 각종 영향평가와 컨설팅 비용 등을 시로부터 지원받았다. 주민동의를 얻기 위한 설명회를 열어주고 주민 설득에 관련 부서가 적극 나서줬다. 이병태 조합장은 “사업 속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청 직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고양시는 “행신동 연세빌라에 이어 일산동 세인아파트 일대를 두 번째 미래타운 사업지역으로 관리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올해 추경예산을 통해 제3호 미래타운도 추가해 관리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고양시 미래타운 후보지로 지정된 9곳은 △일산(신영아파트일원 9만㎡, 정원빌라 일원 9만㎡) △원당(효자빌라 일원 9만 5000㎡, 원당 3 구역 일원 4만 2000㎡) △능곡(세인빌라 일원 10만㎡, 신능초 일원 6만 5000㎡) △고양(벽제천변 일원) △관산(허스맨션 일원) △행신(연세빌라 일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