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혁신, 관광활성화’ 홍보해놓고
운행횟수, 예상보다 훨씬 적게 편성
잔뜩 기대했던 시민들 “실망, 허탈”

11일 운행을 재개하는 교외선 열차. [사진제공=코레일]
11일 운행을 재개하는 교외선 열차. [사진제공=코레일]

 

[고양신문] 고양시 대곡역을 출발해 양주시를 거쳐 의정부역을 잇는 교외선이 20년 만에 운행을 재개한다. 첫 열차는 11일 오전 6시 의정부역을 출발하고, 이어 고양시 대곡역에서도 6시6분에 의정부행 열차가 기운차게 시동을 건다. 대곡역을 출발한 열차는 원릉역과 양주시 일영~장흥~송추역을 거쳐 50분 만인 6시56분 종착역인 의정부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열차의 외관은 독특하게도 갈색과 살구색, 노란색과 하늘색으로 디자인됐다. 코레일은 새로 개통하는 교외선 열차를 추억과 감성이 결합된 ‘뉴스텔지어(뉴트로+노스텔지어)’라는 콘셉트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편도요금은 2600원인데, 개통 후 한 달간 1000원의 행사요금이 적용된다.  

코레일이 공개한 교외선 운행시간표. 하루에 편도 4회만 편성됐다. 
코레일이 공개한 교외선 운행시간표. 하루에 편도 4회만 편성됐다. 

하지만 교외선 재개통을 기다려온 이용객들의 마음은 반가움이 아니라 실망감으로 변했다. 운행 횟수가 고작 왕복 8회, 편도 4회로 편성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대곡역에서 의정부역으로 출발하는 편도 열차는 겨우 아침 시간 2회(오전 6:06, 7:22), 저녁 시간 2회(18:19, 19:35)가 전부다. 대곡역으로 들어오는 열차도 하루에 4회뿐이다. 최소 일일 왕복 20회 이상 운행할 것으로 예상했던 지역주민들의 기대와는 차이가 너무 크다. 

코레일 측은 “향후 안정화 단계를 거쳐 단계적으로 운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용객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새로 개통하는 열차가 낮시간 내내 상행, 하행 모두 단 한 대도 운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교외선 재개통에 맞춰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경기북부 동서철도의 재탄생, 다시 교외선’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재개통 의미를 홍보했다. 보도자료에는 경기북부에 새로운 교통 혁신을 가져오고, 인근 주요 관광지를 연결해 관광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낮시간에는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열차편성을 해 놓고 ‘경기북부 교통혁신, 관광활성화’로 그럴 듯하게 포장만 한 셈이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 첨부된, 교외선 역과 인근 관광지를 연계한 이미지. [이미지=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 첨부된, 교외선 역과 인근 관광지를 연계한 이미지. [이미지=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는 관광열차로서의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지도와 사진도 삽입됐다. 하지만 이 역시 무성의하다. 각 역마다 인근 대표 관광지를 소개하려 한 의도인데, 선정된 곳들이 엉뚱하기 때문이다. 장흥역과 연계한 ‘장흥수목원’은 도보로 1시간이나 떨어져 있고 연결되는 대중교통도 없다. 차라리 장흥역에서 도보로 접근 가능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을 소개했다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 같다. 일영역과 짝을 이뤄 소개한 ‘일영허브랜드’는 수년 전 베이커리카페로 상호명과 업종을 바꿨다. 

원릉역은 더 황당하다. ‘고양자전거공원’을 인근 관광지로 소개했는데, 이곳은 오래전에 '성사체육공원'으로 용도와 명칭이 바뀌었다. 30여년 전 자전거트랙으로 잠깐 사용됐던 코스는 현재 주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고양시민들에게도 잊혀진 장소명을 ‘인근 관광명소’로 소개한 셈이다.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교외선이 폐선되기 이전인 20~30년 전 자료들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서 원릉역 인근 관광지로 소개된 '고양자전거공원'은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산책로가 어우러진 '성사체육공원'으로 한참 전에 바뀌었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서 원릉역 인근 관광지로 소개된 '고양자전거공원'은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산책로가 어우러진 '성사체육공원'으로 한참 전에 바뀌었다. 

교외선 재개통을 홍보하는 보도자료가 이렇게 허술하게 작성됐는데도 불구하고, 10일 오전에만 수십 개의 언론사가 해당 보도자료와 관련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썼다. 관광활성화를 위한 교외선 재개통이라는 구호가 중앙 행정부서와 언론에서 얼마나 피상적으로 다뤄지는지를 고스란히 방증한다. 

물론 교외선 재개통은 애초부터 경제성을 고려하고 추진된 게 아니다. 철도교통인프라 부족에 대한 민원이 높은 경기북부 3개 도시(고양·양주·의정부)들의 공통된 요구로 인해 ‘선 재개통, 후 보완’으로 방향이 잡힌 결과다. 그렇다 하더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소극적으로 운영해서는 행정과 정치권의 '생색내기'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새로운 철도노선을 기대했던 주민들도, 운행하는 코레일도, 운영비용 부담을 안은 3개 지자체도 고민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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