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10월 제출 주민소송
1년여만에 본격 심리 착수
타당성용역 예비비 위법지출
국토계획법 위반여부 쟁점
[고양신문] 시청사 백석 업무빌딩 이전 사업의 위법성 문제를 다투기 위한 주민소송 재판이 지난달부터 본격 시작됐다. 이르면 2개월 내로 법원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민소송을 통해 시의 일방적 행정에 제동을 거는 첫 사례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양시 시청사 이전 주민소송단’(대표 윤용석, 이하 주민소송단)은 지난달 17일 고양시 시청사 이전 사업에 대한 주민소송 첫 공판이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렸다고 밝혔다. 해당 주민소송은 시청사 이전문제가 한창 뜨거웠던 2023년 10월 당시 고양시의 경기도 주민감사 결과 불복 및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청구에 맞대응하는 조치로 제출된 바 있다. 이후 한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주민소송 재판이 1년여 만에 시작된 것이다.
이번 주민소송의 핵심 내용은 시청사 백석 이전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사용된 시의 7500만원 예비비 지출 행위에 대한 위법성 여부다. 앞서 2년 전 주민소송단은 고양시의 시청 이전사업이 위법행정사무라고 주장하며 경기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이에 경기도는 감사 결과 고양시의 타당성 조사 용역계약이 지방재정법 및 지방회계법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렸으나 고양시는 감사결과에 반발하며 같은 해 9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및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반면 주민소송단은 고양시가 감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의정부지방법원에 시청사 이전 위법사무건에 대한 주민소송을 제기했다<1637호 '시청 이전 타당성 용역 예비비 논란, 법정 가나' 참조>.
그동안 고양시는 △예비비 지출 건이 최초 주민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예비비 지출은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 △위법확인의 대상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주민소송의 부적격성 문제를 주로 거론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요건심리 공판에서 이러한 주민소송의 법적요건과 관련된 쟁점들이 대부분 정리됐으며, 이에 따라 오는 3월 4일 본안심리 공판에서는 주민소송단이 주장하는 타당성 조사 예비비 부당 지출 문제를 포함한 시청사 이전 사업의 위법성 여부만을 다투게 될 전망이다. 주민소송단 관계자는 “재판부가 가급적 재판을 한번에 끝내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만큼 오는 3월 4일 공판을 통해 지난 2년간 시청사 이전사업이 위법하게 추진되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나아가 현재 이유없이 멈춰져 있는 신청사 원안사업에 대한 즉시 착공요구 또한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예비비 부당 지출 문제뿐만 아니라 국토계획법 위반 여부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시청사 이전사업의 위법성을 주장해 온 쪽에서는 주로 지방자치법 제9조(청사 이전 시 조례개정 필요) 위반문제를 지적해온 반면 고양시는 “아직 계획단계에 불과한 만큼 위법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나타내왔다. 실제로 주민소송 변론서에 따르면 고양시는 “이전사업 발표로 인해 시청 소재지가 백석동으로 변경되는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지방자치법 9조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으며 소재지 변경절차인 이전계획수립→조례개정→공포 중 이전계획수립의 단계에 해당할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는 고양시가 인정한 ‘이전계획수립’조차도 시장의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앞서 도시관리계획을 통해 적법하게 확정된 주교동 신청사건립사업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계획 입안, 주민의견 청취, 결정고시 등의 절차가 선행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시는 이를 준수하지 않은 채 행정처분에 준하는 ‘시청사백석이전 결정문’을 시 홈페이지에 게시한 바 있다.
윤용석 주민소송단 대표는 “지금껏 시청사 이전사업과 관련해 고양시는 ‘처분행위가 없었다’는 식으로 계속 법적 책임을 회피해왔지만 이번에 법원 판결을 통해 이 부분을 확실하게 다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주민소송이 좁은 의미의 손해배상 문제만을 다퉈왔다면 이번 소송을 통해 위법한 행정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바로 잡는 공공성 논의까지 확대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시청사 이전 사업의 위법문제를 다루기 위한 시의회 행정조사특위(위원장 임홍열) 또한 오는 20일 부서업무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사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특위의 주요 조사대상은 △시청사 이전발표 당시 주요 의사결정 과정 △시청사 이전 행안부 타당성조사 의뢰와 관련된 법적·행정적 문제 △신청사 원안착공 부재 시 GB환원 문제 및 대책마련 등이다. 임홍열 특위위원장은 “특히 주민소송과 마찬가지로 이전 타당성 용역비 7500만원에 대한 예비비 지출 문제가 주로 다뤄질 것”이라며 “이미 의회에서 해당 예산에 대한 승인거부가 이뤄진 만큼 이에 대한 법적문제까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