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한국의 멋 방패연>
연그림 명인 이종옥 화가 작품 40점
방패연의 고유한 미학 새롭게 계승
이달 24일까지, 정발산동 갤러리 뜰
[고양신문] 인류 최초의 연은 기원전 1000년경에 중국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에도 일찍이 유입됐겠지만, 기록상으로는 신라 진덕여왕 원년(647년)에 김유신 장군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이 『삼국사기』에 나온다. 새해의 연날리기는 그해의 액운을 날려 보내고 복을 맞아들인다는 구복적 의미도 담겨 있다.
신년을 맞은 1월에 연 그림을 보러 가는 건 어떨까.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자리한 ‘갤러리 뜰(대표 김유선)’이 이종옥 명인의 <한국의 멋 방패연>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연에 창작 문양을 그리는 사람은 그가 거의 유일하다. 전시장에서는 전통 문양과 현대 문양을 결합한 태극연, 부엉이연, 긴꼬리연 등 4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 뜰 초입에 있는 작품 ‘취발이’는 이채롭다. 강령탈춤에 등장하는 노승 취발이가 해학적으로 그려져 있고, 일반 방패연보다 사이즈가 커서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바로 옆쪽에는 붉은색 바탕에 그려진 푸른 ‘청용’이 진열돼 있다. 청룡의 얼굴과 발톱에서는 패기가 넘쳐 흐른다.
이순신 장군의 ‘신호연’을 재현한 일련의 그림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통영연이라 불리는 신호연은 상징적인 언어를 담고 있다. 충무공이 왜적과 싸우면서 문양과 색상을 연에 담아 명령을 하달한 신호체계다. 긴고리 눈쟁이, 귀바리 눈쟁이, 중머리 눈쟁이 등 총 30종이 2010년에 ‘통영문양’으로 공식 지정됐다. 이종옥 화백이 재현한 신호연에서는 조상들의 지혜와 조형감각을 엿볼 수 있다.
작품들 중, 명예와 부귀를 상징하는 ‘부엉이’는 눈동자가 크고 선명해서 인상적이다. 날개가 움직이는 ‘참매미’ 창작연은 입체적 감각이 두드러진다. 작품 ‘일생’은 생로병사와 춘하추동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그 외, 전통 한옥 문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연, 태극기나 가야토기를 형상화한 연, 무인의 춤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연 등에서 특유의 미적감각이 돋보인다. 전국 창작 방패연대회에서 준우승한 ‘장군’이라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68세의 이종옥 화백은 경남 통영 출생으로 2년 차 고양시민이다. 현재 한국전통연지도자협회 회장과 전통방패연 연구소 ‘강호연가’ 대표이다. 그는 조부와 숙부로부터 방패연 제작기법을 전수받아 40여 년 동안 5000점 이상을 제작한 전문가다. 한국의 향토미를 화폭에 담은 이한우 화백에게 그림을 사사한 그는 ‘방패연의 명인’이라 불릴 만하다. 우리나라 방패연의 특징에 대한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연은 우리 고유의 전통놀이이기도 하지만, 현대의 공예적인 관점으로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전통놀이가 연날리기인데요. 전시를 하면 외국인들이 많이 구입하곤 하더군요. 방패연은 우리나라 고유의 창작물입니다. 종이에 구멍을 뚫어 하늘에 띄우는 발상을 했다는 것이 놀랍지요. 얼레에 감긴 외줄 하나만으로 묘기를 부리고, 방향 전환이 가능하고, 싸움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연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방패연에는 우리 조상들의 천재성이 담겨 있어요.”
이 화백은 방패연을 문화유산에 등재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한편, 규격의 표준화를 추구하고자 책을 발간했다. 그의 저서 『한국 전통연』, 『충무공 신호연 규격 문양정리』에는 전통문화의 보존을 위한 그의 노력이 드러난다. 85세까지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이 화백은, 올 8월 한산대첩 승전 기념일에 맞춰 서울에서 신호연 전시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전통연을 탐구하면서, 연이 저의 숙명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삶과도 같지요. 요즘은 연을 띄우는 문화도, 공간도 사라져 무척 안타깝습니다. 1400여 년 역사가 담겨 있는 전통연에 많은 분들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성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화백은 서울 석촌호수연대회와 대전세계대회, 프랑스세계연대회 등 국내외 여러 행사에 방패연을 출품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민속박물관과 경제인연합회, 여러 대학과 호텔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뜰의 김유선 대표는 “새해를 맞아 답답함을 날려 보내고 좋은 일만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가님을 모셨다”면서 “우리의 전통 연 작품을 보며 복을 빌어 보시기 바란다”고 초대인사를 했다. 전시회를 보면서 각자의 마음속에 소망한 것들을 하늘과 가까운 곳으로 날려 보자. 7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24일까지 계속된다.
갤러리 뜰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255-18(월 휴관)
문의 070-4833-00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