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선 역 주변 가볼만한 곳

70~80년대 ‘관광명소’ 명성 사라졌지만
무궁화호 레트로 기차여행 감성에 맞춰
새롭게 주목해 볼 나들이 포인트 많아

고양시 원릉역에서 의정부행 교외선 열차를 탑승하는 한 가족. 
고양시 원릉역에서 의정부행 교외선 열차를 탑승하는 한 가족. 

[고양신문] 교외선은 1961년 ‘능의선(능곡~의정부)’으로 개통한 후 1963년에 ‘서울교외선’으로 이름을 바꾼다. 애초부터 관광열차로 기능하기를 의도한 작명이었던 것이다. 60~70년대 산업화·도시화가 가속되며 지방 인구들이 대거 서울로 몰려들던 시절, 교외선은 답답한 도시 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기찻길이었다. 주말에 기차에 올라 고양과 양주 등 경기북부 지역의 한적한 숲과 계곡을 잠시나마 둘러보고 돌아올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송추와 장흥, 일영의 계곡들이 ‘유원지’라는 이름을 단 나들이 명소로 부상했다.

그러나 승용차가 널리 보급되고 고속열차가 등장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단선철로를 달리는 느림보열차 교외선은 경쟁력을 상실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가, 21년 만에 재등장했다. 코레일과 지자체들은 여전히 ‘경기북부 관광활성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현실은 좀 막연하다. 의정부역과 대곡역은 동서를 잇는 교통거점이고, 주변 인구가 많은 원릉역은 그나마 승객 이용을 기대할 수 있다면, 관광활성화는 결국 양주시 3개 역인 일영역~장흥역~송추역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이들 3개 역 주변의 풍경과 여건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어떤 면에서는 예전보다 더 낙후되거나 열악해진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트로 감성의 무궁화호 기차여행’이라는 차별화된 매력을 주변 관광자원과 잘 결합하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높다. 아직은 하루에 편도 4회밖에 운행되지 않고 있지만, 편도 10회 운행이라는 약속이 하루 빨리 지켜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양주시 3개 역 주변의 관광명소들을 살펴보자.  

유일하게 옛 역사를 리모델링한 일영역. 교외선 연계관광의 새로운 거점이다. 
유일하게 옛 역사를 리모델링한 일영역. 교외선 연계관광의 새로운 거점이다. 

일영역에서 출발하는 공릉천 트레킹 
옛 역사 리모델링, 새로운 관광거점

일영은 송추계곡에서 내려오는 공릉천과 장흥계곡에서 내려오는 석현천이 만나는 동네다. 해맞이마을(日迎里)이라는 이름의 느낌처럼, 양쪽으로 물길을 끼고 있는 양지바른 마을이다. 

과거에는 기차역에서 내려 시냇물을 바라보며 시골마을을 산책하고, 원두막이나 평상에서 딸기와 옥수수, 참외 같은 제철 농산물을 사먹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나들이였고, 계곡을 따라 늘어선 식당의 평상에 앉아 닭백숙이라도 먹으면 더는 부러울 게 없는 호사였다. 이러한  나들이 콘셉트에 딱 들어맞는 동네가 일영이었다.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일영역 인근 공릉천 하천길.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일영역 인근 공릉천 하천길. 

일영역 주변에는 대표적 관광지 한두 곳을 손꼽는 게 무의미하다. 공릉천 상류 시냇물을 따라 이어진 유원지 계곡 전체가 느긋한 힐링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날씨가 조금 풀리면, 일영역에서 기차를 내려 하천길 트레킹을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트레킹은 석현천과 공릉천이 만나는 삼상교를 중심으로 코스를 잡으면 된다. 상류 방향으로 연결된 길은 이름 자체가 ‘유원지로’다. 굽이굽이 곡선을 이루는 물길을 따라 다리를 서너 번 건너며 거슬러 올라가면 펜션 또는 산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집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과거 대학생, 또는 직장인들의 MT 명소로 유명했던 곳들이다. 한참을 더 가다 보면 신흥레저타운을 지나 과거 온릉역이 있었던 곳에 닿는다.

일영역에서 물길을 따라 아래쪽으로 한참 내려오면 나타나는 남경수목원.
일영역에서 물길을 따라 아래쪽으로 한참 내려오면 나타나는 남경수목원.

하류 방향으로는 수변 데크가 정비된 공릉천 자전거길을 따라 걷다가 농촌 테마마을인 양주천생연분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하천길은 장자원유원지를 지나 남경수목원까지 내내 아름다운 구간이 이어진다. 물길을 건너는 2개의 멋진 철교도 구경할 수 있고, 봄날에는 특히 벚꽃이 만개하는 구간이 많아 더욱 낭만적인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일영역은 새로 개통한 교외선 6개 역 중 유일하게 옛 역사의 모습이 그나마 남아있는 곳이다. 과거에도 제법 규모가 있는 시골 간이역의 모습을 갖추고 있던 일영역은 기차가 멈춰선 시절에도 각종 영상매체에 단골로 등장하더니, K-pop의 선두주자 BTS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며  인지도를 한껏 올렸다. 코레일 측은 일영역의 이러한 정서적 자산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전시관과 카페 등 ‘뉴스텔지어’ 콘셉트의 명소로 단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양주시 역시 교외선과 연계한 시티투어의 거점으로 일영역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장흥역은 부지가 협소하지만, 다채로운 관광 포인트들을 가까이에 두고 있다. 
장흥역은 부지가 협소하지만, 다채로운 관광 포인트들을 가까이에 두고 있다. 

쇠락한 관광지에서 미술관 명소로 거듭나
도보로 둘러볼 수 있는 다채로운 명소들 

원릉역, 송추역과 함께 무인역으로 운영되는 장흥역은 역사 자체만 보면 재개통한 교외선 6개 역 중 가장 초라하지만, 주변에 연계되는 나들이 포인트는 가장 풍부하다. 장흥역 주변은 우리나라 국민관광지 역사의 시대별 풍경이 다층적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70년대 교외선을 이용한 나들이와 MT명소로 유명했던 장흥에는 80년대 들어 야외조각공원인 토탈미술관, 넓은 정원을 가진 카페 예뫼골 등이 속속 들어서며 분위기 있는 나들이코스로 한껏 이름을 높였다. 하지만 이후 상업시설들이 과도하게 밀집하고, 모텔과 노래방 등이 밀려들며 문화명소로서의 명성이 급격히 퇴색했다. 

한때 장흥을 상징했던 토탈미술관을 인수해 새로운 콘셉트로 문을 연 가나아트파크. 
한때 장흥을 상징했던 토탈미술관을 인수해 새로운 콘셉트로 문을 연 가나아트파크.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경기북부 최고의 미술관으로 평가받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토탈미술관이 새롭게 변신한 가나아트파크, 친근한 조각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등이 속속 들어서며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나들이 명소로 또 한번 변신하고 있다. 장흥역을 기점 삼아 코스를 짜면 청암민속박물관, 가나아트파크, 가족형 테마파크 두리랜드, 장욱진미술관, 민복진미술관, 천봉나전칠기체험관, 석현천 물놀이장, 장흥야외조각공원, 권율장군묘 등이 도보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거리(2㎞) 내에 자리하고 있다. 이동반경을 좀 더 넓혀 장흥자연휴양림, 기산저수지, 안상철미술관, 장흥자생식물원을 찾아가도 좋다.      

장흥의 새로운 문화적 랜드마크인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흥의 새로운 문화적 랜드마크인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 사이를 흐르는 석현천 물놀이장. 
장욱진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 사이를 흐르는 석현천 물놀이장. 

역에서 15분 거리 북한산 등산로 입구
개방된 송추계곡, 가족 물놀이터로 인기 

송추역 주변은 양주시 3개 역 중 변화가 가장 큰 곳이다. 북한산로와 호국로가 만나는 도로교통의 접점이라 유명한 식당들이 밀집됐고, 최근 수년 동안에는 교외선 개통을 염두에 두고 제법 규모가 큰 아파트단지와 전원주택단지도 들어섰다.

송추역은 과거 송추계곡을 찾는 나들이객과 송추 오봉을 오르려는 등산인들이 즐겨 이용하던 교통거점이어서, 역전 가게에서 김밥을 사거나 얇은 나무곽에 담긴 도시락을 주문하는 이들이 줄을 섰었다. 역 주변 풍광은 주거단지로 변모하고 있지만, 송추역에서 북한산국립공원 송추계곡 입구까지는 걸어서 15분이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교외선 배차만 늘어나면 등산복 차림으로 기차를 타는 이들의 발길을 다시 한 번 불러모을 가능성도 높다. 

과거 식당 평상들이 점거하고 있던 송추계곡 주변도 경기도의 대대적인 계곡정비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여름철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의 물놀이 명소가 됐다. 3개 역 중 버스노선이 가장 많이 통과하는 곳이라, 갈 때는 기차를 타고 갔다가 올 때는 버스를 이용하는 나들이 계획이 가능하다.      

주변이 아파트단지로 개발된 송추역. 
주변이 아파트단지로 개발된 송추역. 
넓은 야외 정원이 있는 송추유원지 인근의 카페.
넓은 야외 정원이 있는 송추유원지 인근의 카페.
기묘한 바위봉우리가 이어진 북한산 송추 오봉. [사진=오마이뉴스 ⓒ이홍로]
기묘한 바위봉우리가 이어진 북한산 송추 오봉. [사진=오마이뉴스 ⓒ이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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