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 밀집 요양시설, 확장 걸림돌
식사·사리현도 주택·학교 인접
지역경제 발전에 큰 효과 없어
[고양신문] 지난해 4월 덕이동 데이터센터의 허가 취소에 관한 논란 이후 고양시에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여론이 뜨겁다. 고양시뿐만 아니라 파주시, 안양시, 시흥시, 용인시 등에서도 이러한 분위기 속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무산된 바 있다. 이렇게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논란이 주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더 많은 이유는 전 세계에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두드러지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이다.
2023년 10월 한국전력공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데이터센터 중 5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는 소급 적용에 실패한 '전력송전요청 제한 정책'과 국내 특유의 낮은 전기 사용료 및 수도권의 높은 인구집중 현상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IT사업자가 아닌 부동산업자가 시행 사업을 통한 부동산 개발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이 수도권 집중을 부추겼다.
이제 우리 고양시도 데이터센터 논란의 중심에 들어섰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지역구 내(식사·풍동·고봉)에서 적어도 건축허가 절차가 마무리된 사리현동 1곳, 진행 중인 문봉동 1곳, 식사동 1곳 등 3개의 데이터센터가 진행되는 실정이다. 한전에 따르면 식사동에는 아직 필지 주소를 공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부지에 전력 송전 요청이 들어와 있어서 언제든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근거 부족 논란이 있는 전자파는 논외로 하더라도, 주민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지역경제 발전 가능성의 영구적인 억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다른 시설에 비해서 시설 규모 대비 상주인구 근로자 수가 현저히 낮은 시설이다. 즉,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시설이 존속하는 한 유동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주변 상권 형성 가능성이 제거된다. 이에 따라 인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업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게 된다.
고양시에서도 유사한 시설을 확인할 수 있다. 일산동구 장항동 중앙로에 위치한 SK브로드밴드IDC일산센터 건물은 그 규모와 입지 조건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건물 앞을 드나드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없고, 건물 내부에도 레스토랑이나 병원 등의 상업 시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해당 빌딩에 출입할 일이 없다. 실제로 이러한 지역경제 공동화 현상은 결과적으로 심각한 인구 유출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 이후 인구 감소와 빈곤율 상승 등으로 골머리를 썩는 중이다.
데이터센터 건립의 또 다른 위험성을 문봉동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기존 산업의 존속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봉동 16-2번지 일대로 예정된 문봉동 데이터센터 시설 바로 옆에는 자생적으로 형성된 요양시설 클러스터가 조성되어 있다. 이들 요양시설은 2010년부터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해서 현재는 7개의 요양 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요양원 및 요양병원에서 환자 및 직원 1187명이 매일 상주하고 있다.
이들 요앙시설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하여 특히 '화재 위험'과 '낮은 환자 수용성'으로 인해 요양 시설의 존폐 자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큰 규모의 요양병원은 「소방시설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라 엄격한 소방시설 기준을 적용하고 있을 만큼 입소 환자 대부분이 자력 이동이 곤란해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서대문 데이터센터 화재 및 최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사례가 있다 보니 환자들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요양병원을 찾는 환자들 역시 데이터센터를 기피 시설로 인식하고 있어서 수용성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즉,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요양병원의 신규 환자 유치는 물론 기존 환자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식사동과 사리현동의 데이터센터는 더욱 심각한 입지 요건을 갖고 있다. 식사동 데이터센터 부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접해 있어서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아파트단지 북쪽으로는 주민들이 접근할 만한 시설이 하나도 없는 외딴 건물이 된다. 사리현동 데이터센터 부지는 벽제초등학교와 10m 남짓 되는 거리로,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에 상가 시설이 없는 유령 골목이 될 수 있다.
주민들이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명확하며 또 절실하다. 고양시의회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 시정질의와 5분 발언 등을 통해서 고양시장에서 데이터센터 건축허가에 대한 반려 요구를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마지막 시정질의 이후 관련 부서에서는 데이터센터 허가를 위한 행정절차가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고양시장의 답변 취지를 통해서 일선 공무원들에게는 데이터센터 허가를 바라는 고양시장의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된 모양새다.
심지어 이런 해프닝도 있었다. 시정질의 답변 과정에서 고양시장 스스로 "세수가 많다"라고 답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수가 도대체 얼마나 되냐?"라는 질의에는 "모른다"고 답변한 것이다. 실제로 데이터센터는 재산세 이외에 추가적인 세수 및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시행사에서는 데이터센터 반대 논란을 '전자파'로만 국한시켜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전자파가 측정되지 않는다는 입증을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고, 현재의 고양시장은 이 사업자들의 논리에 설득된 것으로 보인다. 현 고양시장 임기는 이제 17개월 남짓 남았다. 그 안에 몇 개의 데이터센터 부지가 건축허가를 더 받게 될지 걱정이다. 이제 주민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