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예비비 제외 일반 기준
고양시 230억, 수원 84억
성남·용인 비해 100억 많아
재정 비효율, 시장 쌈짓돈 우려 

[고양신문] 재정여건 악화를 이유로 주요 정책예산을 삭감한 고양시가 정작 예비비 비중은 타 지자체에 비해 2~3배 많게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과도한 예비비 편성은 자칫 시장의 쌈짓돈으로 쓰여질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고양시 본예산서에 따르면 일반회계 기준 올해 예비비 항목에 책정된 예산규모는 총 430억6797만원이다. 이중 시의회가 삭감한 예산액에 해당하는 내부유보금 191억원을 제외하면 시가 자체 편성한 예비비 규모는 240억원(재난목적예비비 10억원)에 달한다. 고양시 전체 예산의 0.86%에 해당하는 수치다. 

예비비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예측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지출소요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한 재원을 뜻한다. 하지만 과도한 예비비 편성은 재정운영의 비효율화를 초래하는 데다가 의회를 거치지 않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심의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법을 통해 예비비 규모를 예산 총액의 1%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며(재난 관련 목적의 예비비는 별도) 재정전문가들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효율적인 재정 운영을 위해 예비비 비중을 줄일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양시는 올해 재정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예년에 비해 예비비 비중을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 예산담당관 관계자는 “예비비 전체 규모를 보면 430억원으로 많아 보이지만 내부유보금을 제외하면 다른 지자체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관련 법에 따라 1% 이내로 편성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시의 해명과 달리 도내 주요 지자체들의 경우 대부분 예비비 규모를 줄이는 대신 정책사업 예산편성에 힘쓰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고양시와 재정 여건이 유사한 수원시의 경우 예비비 편성 예산이 전체 예산의 0.49%인 144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재난목적예비비 60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수원시가 자체 편성한 예비비는 고양시의 3분의 1 수준인 84억원이었다. 대신 수원시는 어려운 여건에도 올해 지역화폐 예산을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411억원이나 편성했다. 불용 가능성이 높은 예비비를 최대한 줄이는 대신 남는 예산을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에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다. 

유사한 규모인 성남시와 용인시, 화성시 또한 마찬가지다. 용인시는 올해 106억원의 예비비(0.37%)를 편성했는데 특히 일반예비비 기준으로는 86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넘게 감축했다. 성남시와 화성시의 경우 총 예비비 예산(내부유보금 제외)은 고양시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재난목적예비비를 제외한 일반예비비 기준으로 보면 고양시보다 100억원 이상 예비비를 적게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성남시 116억원, 화성시 143억원). 게다가 두 지자체는 고양시에 비해 재정여건이 훨씬 좋음에도 예비비 비중은 최대한 억제하는 대신 시민들을 위한  공공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반면 고양시만은 유독 열악한 재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예비비 비중을 높이는 등 타 지자체의 방향과 역행하고 있다. 본래 목적을 벗어난 과도한 예비비 편성은 단순히 재정 비효율성 문제를 넘어 지자체장 재량에 의한 예산 남용과 의회의 예산심의권 침해 문제 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고양시는 2년 전 시청사 백석 이전 절차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타당성 조사 용역비를 시의회 심의 과정 없이 예비비로 지출해 큰 파문이 일었으며 경기도 감사를 통해 위법으로 지적된 바 있다.

김해련 시의원은 “다른 지자체들의 경우 예비비를 줄여서 시민들을 위한 공공서비스 확대에 힘쓰는 데 반해 고양시는 돈 없다는 핑계만 대면서 정작 예비비를 늘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게다가 예비비를 시장 쌈짓돈처럼 사용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시의회 차원에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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