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동부새마을금고 명사 초청특강 - 김범수 인하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제2의 심장’인 발 건강 중요
근육은 에너지 생성하는 공장
발 건강의 핵심 ‘풋코어’ 근육
유산소·무산소 운동 병행해야
[고양신문] 흔히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 한다. 몸의 가장 아래에 자리해 하체의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퍼 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전체적인 혈액 순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발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홀대하곤 한다.
김범수 인하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지난해 4월 “인생의 후반기를 누워서 맞을지 아니면 걸으면서 맞을지는 두 발에 달려 있다”라며 『100세 시대 두 발 혁명-정형외과 족부전문의가 알려주는 발 건강 바이블』이라는 책을 펴낸 이유도 그런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김범수 교수는 20년 동안 진료실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를 만나며 두 발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치료법과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은 차선이고, 하루라도 빨리 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진리를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자 2021년 유튜브 채널 〈김범수 교수의 발 편한 세상〉을 오픈했다. 14만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누적 조회 수가 1400만 뷰에 다다르고 있고, ‘아침마당’,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생로병사의 비밀’, ‘좋은아침’ 등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 건강 출연하며 발 건강 지킴이로 나섰다.
김 교수가 지난달 21일 덕양구 원흥동에 있는 고양동부새마을금고의 명사 초청특강 연단에 섰다. 회원을 위한 복지사업 중 하나인 명사 특강은 2017년 김창옥 강사 초청특강을 시작으로 김미경, 최태성, 이금희, 전원주, 엄홍길 등 국내 최고의 전문가와 함께하며 고양동부새마을금고 회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 삶의 지혜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왔다. 240석의 좌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무병장수의 비밀, 근육과 발 건강’이란 주제로 진행된 강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전한다.
건강수명은 두 발에 달려 있다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그런데 오래 사는 것이 과연 축복일까. 202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평균적으로 남자는 65년, 여자는 67세 정도다. 남자의 기대 수명이 80년이라고 보면 약 15년을, 기대 수명이 87년인 여자의 경우엔 약 20년이 유병 기간인 셈이다.
유병 기간이란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고통 속에서 힘들고 아프게 살아가는 시간을 의미한다. 유병 장수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늘 강의의 주제를 ‘무병장수의 비밀, 근육과 발 건강’으로 정한 이유도 100세 시대라고 마냥 좋아만 할 게 아니라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먼저, 근육의 역할을 살펴보자. 근육은 우리 몸 움직임의 원천이다. 근육이 골격에 붙어서 수축과 이완을 통해 움직임과 동작을 만들어낸다. 또 근육은 지방을 저장하는 창고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섭취한 영양분은 간과 근육에 저장되는데, 간에는 약 400kcal를 근육에는 약 1600kcal를 저장할 수 있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근육량이 적으면 남는 에너지는 지방으로 축적된다. 근육량이 적으면 배가 나오고 살이 찌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소비할 때는 순서가 반대다. 간이나 근육에 있는 지장을 사용한 후 제일 마지막으로 복부지방을 사용한다.
근육 관리가 신체 나이 좌우
근육은 에너지를 생성하는 공장이다. 에너지 생성 과정은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으로 나뉘는데 유산소 운동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를 이용해 당과 지방을 에너지(ATP)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무산소 운동은 산소 없이 당을 이용해 빠르게 에너지를 생성하지만, 생성량이 적고 지속시간도 짧다.
근육의 관리 상태에 따라 신체 나이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근육 감소는 혈당 저장 공간 감소로 이어져 지방 축적(복부 비만)을 유발하며 움직임 저하, 균형 감소 등 신체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나이가 들면 근육 재생 능력 감소로 인해 1년에 1%씩 근육량 감소하는데, 이제는 근육 감소를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등 대사 질환과 골절 위험을 높이는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 요즘은 60세가 넘었어도 40대와 같은 근육을 유지하고 있는 분들도 흔히 볼 수 있지 않나.
근육은 움직임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당을 저장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며, 마이오카인이라는 근육 호르몬을 분비해 전신의 건강에 기여한다. 근육에서 생성되는 200여 가지의 마이오카인은 혈관 확장, 심장 조직 회복 등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주고, 항염증 역할을 하면서 혈당 조절, 피부 건강은 물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만보걷기 대신 20분 근력 운동을
근육을 튼튼히 하면서 근감소증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걷기가 좋다고 해서 무작정 걷기만 하면 발과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고 근육 강화나 운동 효율은 낮다는 것을 꼭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루 ‘만보걷기’ 운동도 개인적으로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사실 ‘만보걷기’는 1964년 일본에서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만보계를 만든 회사의 마케팅 캠페인의 산물이다. 만보걷기는 단순히 열량 소비만을 위한 운동이다. 오히려 10분 빨리 걷기가 운동 효과가 더 높고, 하루 20분씩 짧지만 강하게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 만 보를 걸었을 때보다 체지방이 훨씬 더 빠지고 근육도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실내 자전거는 걷기의 두 배 효과를 내는데, 페달을 밟을 때 앞뒤 근육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전거, 수영 등은 걷기보다 운동 효율이 높고 관절에 무리가 덜 가서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운동만 열심히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만일 운동을 하면 금방 지치거나 운동 후에도 근육 생성 효과가 미미하다면 영양 부족, 특히 열량이나 영양소 불균형을 의심해봐야 한다.
근육 구성의 20%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근육 생성이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육류, 견과류, 계란, 치즈, 우유 등을 통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연금보다 귀한 것이 근육이고 재테크보다 중요한 것이 근육테크다. 2025년 새해에는 꼭 근육테크를 시작해보자.
인간의 발은 인체공학의 걸작
사실 건강수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발 건강이다. 100세까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두 발로 건강하게 걷는 것 아니겠나. 누워서 100세까지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발을 홀대하고 있지만, 일찍이 천재 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인간의 발은 인체공학상 최고의 걸작이자 예술품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특히 우리 발의 아치 구조는 충격 흡수와 효율적인 보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0년 ‘족부 및 발목 연구 저널’에 발표된 연구논문에서 5년 이내 치사율을 비교해봤더니 모든 암 환자의 평균 치사율이 31%인데 비해 당뇨병으로 인해 발의 일부를 절단한 환자는 46%, 발목 위를 절단한 환자 57%의 치사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이 건강과 수명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의 발은 몸 전체에서 2%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98%의 체중을 지탱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100세까지 쓰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빈치의 말처럼 아무리 인체공학적으로 잘 설계되었어도 발은 50~60년 정도 사용 후에는 기능 저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풋코어 근육 강화로 건강 100세를
발의 피로하다거나 힘이 없어지는 증상, 발바닥 얇아짐, 발가락 변형, 신발 사이즈 변화 등은 발 건강의 이상 신호인데, 특히 발의 아치 구조가 무너지면 치명적이다. 내가 발 건강의 핵심을 ‘풋코어’ 근육이라 보는 이유다. 아치를 이루는 발의 오목한 부분에 두툼하게 근육층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근육을 합쳐 ‘풋코어’라고 부른다.
풋코어 근육은 발을 움직이는 기능뿐 아니라 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안정성에 기여하고 충격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발을 심장처럼 뛰게 해주는 펌프 역할을 한다. 풋코어 근육이 약해지면 발에 충격이 전달돼 통증이 생기고 쉽게 무리가 와서 발이 피로하고 오래 걷지 못하는 것은 물론 발가락 변형,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럼 백 년을 걷게 해주는 발 건강관리의 비법은 무엇일까. 한 단어로 제시해보겠다. 바로 ‘스발롬’이다. 발음에 유의하면서 함께 외쳐보자. 스발롬(Strength·Balance·Range of Motion). 풋코어를 강화하는(Strength) 다양한 발가락 운동, 몸의 균형(Balance) 감각을 향상할 수 있는 운동, 관절 가동 범위(Range of Motion)를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해간다면 100세 시대 건강수명을 늘려줄 두 발 혁명이 꿈만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믿고 꼭 실천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