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강추위에 올겨울 첫 결빙
대덕생태공원 앞 잔잔한 얼음호수
하류로 갈수록 유빙과 쇄빙 둥둥
위치 따라 색다른 풍경 흥미로워
[고양신문] 아침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열흘 가까이 이어지면서, 지난 9일 기상청이 올 겨울들어 처음으로 한강이 결빙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강의 공식 결빙은 대개 1월 초에 관측되곤 했으니, 예년보다 한 달 가까이 늦었다. 기상청은 “역대 두 번째로 늦은 결빙”이라고 밝혔다.
기상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닷새 넘게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지속된 상황에서 바람이 잦아들면 한강이 결빙된다고 말한다. 올겨울 가장 길고 강한 한파가 입춘(2월 3일)이 지나고서야 나타난 셈이다.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한강 결빙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은 ‘한강대교 노량진 쪽 2번째와 4번째 교각 사이의 상류 100m 부근의 공간이 얼음으로 덮여 강물이 보이지 않을 때’로 정하고 있다.
강추위가 지속되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겨울이 가기 전에 꽁꽁 언 한강을 볼 수 있게 돼 반갑기도 하다. 고양시와 파주시 구간의 한강 하구, 그리고 창릉천과 공릉천 하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러 11일 길을 나섰다. 맹추위는 이번 주를 고비로 풀린다고 하니, 올겨울의 마지막 풍경이 될 것 같다.
▼대덕생태공원 – 얼음에 갇힌 배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한강 고양시 구간의 상류인 대덕생태공원이다. 방화대교를 지나 육갑문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강을 볼 수 있는 요트 선착장 방향으로 접근하니, 정말 꽁꽁 언 한강의 풍경이 펼쳐진다. 한눈에 보기에도 빙질이 평평하고 단단해 보인다. 가까이 정박해놓은 요트들이 드넓은 얼음 호수에 갇혀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방화대교 하단 – 언저리 따라 하얀 얼음띠
창릉천 하구 둔치에 차를 대고 행주산성 수변데크길로 이동했다. 이곳 한강물은 강 가장자리 쪽으로만 얼었고, 중심부에는 얼지 않은 물길이 흐르고 있다. 강바람에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던 강 언저리를 따라 하얀 얼음포말이 띠를 이룬다. 사진 속 멋진 아치를 그리고 있는 다리는 인천공항고속도로로 이어지는 방화대교다.
▼창릉천 하구 – 돌멩이 던진 흔적 콩콩
북한산 계곡에서 발원해 덕양구의 여러 마을을 지나온 창릉천이 한강과 만날 준비를 하는, 바로 옆 둔치에서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물이 깊고 흐름이 잔잔한 곳은 다 얼어있고, 하천 하구 쪽은 결빙 구간과 유수 구간이 번갈아 나타난다. 얼음판 곳곳에 산책 나온 이들이 돌멩이를 던진 흔적들이 눈에 띈다.
▼행주대교 하단 – 다리 지나니 얼음 사라져
강물의 결빙은 기온과 함께 물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행주대교 부근으로 내려올수록 얼음이 점점 사라지더니, 다리 교각을 지나서는 아예 결빙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교각 사이의 유속이 빠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행주어촌계 선착장에 겨울 휴지기에 들어간 어선들이 한가롭게 정박해 있다.
▼파주 검단산 살레길 전망대 – 밀물·썰물이 만든 특별한 풍경
자유로를 달려 파주 검단산으로 향했다. 검단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만 올라가면 살레길 전망대가 나온다. 한겨울 한강은 하구로 다가갈수록 커다란 얼음덩이들이 조각조각 부서진 채 갯벌 위에 얹혀있는 특별한 경관을 선사한다. 한강 하구가 서해 조수간만의 영향을 받아 하루에도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이 들고 나는 감조하천(感潮河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물이 가득 찼을 때 표면이 얼었다가, 물이 빠지면 얼음장이 꺼지면서 조각조각 쪼개지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한강 하구 겨울풍경의 시그니처인 유빙·쇄빙 풍경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얼었다 풀리기를 수차례 반복했던 예년과 달리 결빙이 너무 늦게 찾아왔기 때문인 것 같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 드넓은 얼음 세상
검단산과 가까운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올라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조강(祖江) 일대의 풍경을 조망했다. 역시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강 하구의 풍경이 으뜸이다. 상류 쪽으로는 성동습지와 자유로, 심학산, 고양시로 이어지는 풍경이 펼쳐지고, 건너편으로는 김포시 끝자락인 후평리와 문수산 앞 조강 일대가 짱짱한 얼음에 덮여있는 장관이 조망된다. 임진강이 흘러내려오는 북동쪽, 북녘땅 개풍군 관산반도 앞 강물도 꽁꽁 얼어있다.
▼공릉천 하구 –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감조하천
마지막으로 공릉천 하구로 가 보자. 양주에서 발원해 고양을 지나 파주 교하들녘에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공릉천 하구는 한강의 마지막 지류답게 밀물과 썰물의 영향이 확연히 드러나는 풍경을 보여준다. 물길 양쪽에는 하얀 얼음띠가 둘러져있지만, 중심부는 축축한 갯벌층이 얼지 않고 드러나 겨울 철새들에게 최적의 쉼터를 제공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