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카페 ‘집사의 하루’ 일산점

고양이 구조, 치유하는 특별한 공간 
고양이를 사랑하는 손님들에게 인기 
“카페 수익, 고양이 돌봄으로 이어져”

[고양신문] 매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반려동물과의 삶이 자연스러워졌다. 도도한 매력으로 고대 이집트 때부터 반려동물로 사랑을 받아온 고양이는 집 안에서 키우기 좋은 성향을 지녀 1인 가구가 증가하며 더욱더 인기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명칭인 '집사'는 ‘고양이 주인’을 모시는 애묘인들을 부르는 말이다. 일산동구 정발산동 일산문화광장 앞에 있는 ‘집사의 하루’는 단순한 고양이카페가 아니다. 나이가 들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버려지거나 파양된 고양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교감을 나누며 위로받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25년간 동물병원에 근무하던 고양이 집사가 사연이 있는 고양이들을 키우며 2022년 3월 ‘집사의 하루’가 문을 열었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11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지점에는 구조된 고양이들이 머물고 있다. 동물단체에서 구조된 아이들, 지자체에서 보호할 곳이 없어 연락해 온 고양이들, 최근에는 천안의 한 가정집에서 방치된 채 살아가던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까지…. '집사의 하루’는 수많은 사연을 가진 고양이들을 보호하며, 현재 연간 약 300마리의 유기묘를 구조하고 있다.

고양이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억지로 다가가지 말고 조금 멀리서 바라봐 주는 것이 좋다. 고양이들의 간식인 츄르도 친해지기 좋은 아이템이다.
고양이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억지로 다가가지 말고 조금 멀리서 바라봐 주는 것이 좋다. 고양이들의 간식인 츄르도 친해지기 좋은 아이템이다.

구조된 고양이들, 적응 시간 필요

구조된 고양이들은 가장 먼저 마포에 있는 전담 동물병원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건강검진과 각종 검사를 거친 후, 충분한 회복과 치료 과정을 거쳐야만 카페로 올 수 있다. 하지만 건강이 회복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부터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고양이도 있지만, 보통 1주에서 2~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상처가 깊은 아이들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집사의 하루 일산점 박주신 대표는 “고양이마다 성향이 다르다. 어떤 아이들은 사람의 손길을 일절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그런 아이들은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옥상에서 태어난 고양이 한 마리

‘집사의 하루’ 일산점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박주신 대표의 옥상에서 태어난 ‘쁘니’로부터 시작됐다. 사료를 챙겨주며 인연을 가지던 어느 날, 쁘니가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대표는 고민 끝에 구조를 결심했다. 하지만 직접 키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쁘니를 ‘집사의 하루’ 홍대점에 맡겼다. 매주 쁘니를 보러 가면서 시작된 인연이 결국 일산에 ‘집사의 하루’라는 공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쁘니 덕분에 유기묘 보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결과 쁘니는 ‘사랑의 열매’를 통해 반려동물 이름으로 기부된 ‘고양시 1호 기부 동물’로도 등록되어 있다.

길고양이를 키우면서 맺은 인연으로 ‘집사의 하루’ 일산점을 열게 된 박주신 대표.
길고양이를 키우면서 맺은 인연으로 ‘집사의 하루’ 일산점을 열게 된 박주신 대표.

입양, 신중한 선택과 교감이 먼저

‘집사의 하루’에서는 구조된 고양이들의 입양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단순히 특정 품종의 고양이를 원하거나, 외모만을 보고 입양을 결정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고양이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버려지고 구조된 고양이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줄 수는 없다”라며 “입양을 원한다면 여러 차례 방문해 고양이와 충분한 교감을 나눈 뒤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입양이 성사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1년에 많아야 2~3마리가 새로운 가족을 찾는다.

“고양이와 친해지려면 존중해주세요”

고양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고양이와 친해지는 방법을 박 대표에게 들어보자.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낯선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요. 억지로 껴안거나 큰 소리를 내면 고양이들이 놀랄 수 있죠.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기다리다 보면, 호기심을 가진 고양이가 먼저 다가오는 경우도 많아요.”

고양이 카페를 방문할 때는 편한 옷을 입고 오는 것이 좋다. 간혹 고양이들이 영역 표시로 배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귀중품이나 가방은 보관함에 보관하고, 고양이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선에서 교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현재 ‘집사의 하루’에서는 점점 늘어가는 유기묘 구조를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구조를 많이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최근 천안에서는 한 가정집에서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방치된 채 발견됐다. 이들은 근친교배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고, 대부분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집사의 하루’는 이 고양이들을 구조해 치료하고 보호하며, 입양을 준비하는 중이다.

집사의 하루’ 고양이들은 유기묘, 파양묘, 구조된 고양이 등 각각 사연이 있는 고양이들이다. 
집사의 하루’ 고양이들은 유기묘, 파양묘, 구조된 고양이 등 각각 사연이 있는 고양이들이다. 

한쪽 눈을 잃었지만,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가는 ‘조로’처럼, 이곳의 고양이들도 새로운 삶을 찾아가고 있다. 박 대표는 “고양이는 액세서리가 아닙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키우다 버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저희는 비영리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후원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입장료를 통해 구조된 고양이들을 돌보는 만큼, 많은 분이 방문해 주셔서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집사의 하루’는 오늘도 버려진 고양이들에게 희망을, 집사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

고양이카페 '집사의 하루' 일산점
주소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1275번길 56. 206호 
운영시간 낮 12시~오후 9시(입장 마감 오후 8시)
입장료 1만원(음료 1잔 포함)
문의 010-5417-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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