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서광선 박사 3주기 추모모임
고양YMCA-국경선평화학교 함께 주최
지인·유족 한자리에서 고인의 삶 회고

고 서광선 박사 3주기를 맞아 고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고 서광선 박사 3주기를 맞아 고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고양신문] 2022년 우리 곁을 떠난 서광선 박사 3주기를 추모하는 모임이 25일 덕양구 화정동 고양YMCA 사무실에서 열렸다. 평화통일 교육운동을 펼치고 있는 ‘국경선평화학교(대표 정지석 목사)’와 고양YMCA(이사장 김선희)가 함께 마련한 자리에는 서광선 박사와 인연을 나눈 이들이 참석했고, 유족 중에서는 며느리인 정은경 (사)희망의소리 이사장과 손자 서경빈씨가 자리를 함께해 고인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회고했다.   

이화여대 명예교수였던 서광선 박사는 평생을 민주화와 평화·통일운동에 헌신한 진보적 신학자이자, 개신교 사회운동과 교회일치운동에 앞장섰던 지도자였다. 70~80년대 군부독재에 저항하다 해직되기도 했던 그는 남·북 기독교 대표들이 공동 발표한 ‘글리온 한반도 평화통일 선언’의 주역으로도 활약했다. 한국YMCA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했던 그는 1990년대 후반 세계YMCA연맹 회장을 지내며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 YMCA의 지향점을 정리한 ‘도전21(Challenge21)’의 채택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서광선 박사의 마지막 저서 제목을 차용한 <기차길 나그네길 평화의 길>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추모모임은 이충재 목사(전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가 순서를 이끌었고, 모든 참가자들이 기도와 노래, 낭독에 참여하는 공동체예배 형식으로 진행됐다. 신복현 목사(대한기독교서회 문서지원실장)는 ‘우리는 서광선과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추모시를 낭송했고, 메시지를 전한 이충재 목사는 구약성서 이사야서의 예언을 인용하며 고인이 메시아적 세계관을 품고 평생 추구했던 꿈이 무엇이었는지를 들려줬다.

고인의 모습과 육성이 담긴 동영상을 함께 보고 있는 참가자들. 
고인의 모습과 육성이 담긴 동영상을 함께 보고 있는 참가자들. 

이날 순서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서광선 목사의 생전 모습과 육성이 생생히 담긴 영상을 시청하는 순서였다. 이충재 목사는 ▲목사였던 부친이 장남이었던 고인에게 일본인 학교를 가라고 한 사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징집면제 ▲신학교에서 만난 박형규 목사 등의 장면을 “서광선 목사의 운명을 바꾼 순간들”로 소개했다. 또한 서광선 목사가 국제YMCA와 한국YMCA에 남긴 중요한 족적들을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고인이 작사하고, 안타깝게도 고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고인의 아들(서정실 기타리스트)이 작곡한 ‘한국YMCA 100년의 노래’를 기운차게 제창하며 서광선 목사가 걸어간 평화의 길을 함께 이어가자는 다짐을 새겼다. 

고인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의 말씀을 평생의 삶으로 살아냈다. 한국전쟁 당시 목사였던 부친이 공산세력에 의해 처형당하는 엄청난 비극을 겪었지만, 증오를 기반으로 한 반공 이데올로기에 기울어지지 않고 화해와 평화를 앞당기는 일꾼의 길을 선택했다. 그의 사후에도 많은 이들이 모여 그가 남긴 사랑의 영향력을 그리워하는 모임을 갖는 이유다.   

생전 고인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활동에도 열심이었다. 1996년부터 고양시에 정착한 후 (사)평화누리 창립위원장을 역임하고, 고양포럼 등 이웃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늘 따뜻하고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추모예배를 마친 참가자들은 뒤풀이 모임에서도 훈훈한 회고담을 이어갔고 “매년 이렇게 모여 서 박사님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자”는 약속으로 만남을 마무리했다.    

[사진제공=고양YMCA]
[사진제공=고양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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