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4주년 예술소통플랫폼 ‘해움’과 ‘새들’
[고양신문] 예술가들의 성장 공간이자 지역 주민들의 예술 소통 플랫폼인 ‘해움’과 ‘새들’이 올해로 개관 4년 차를 맞았다. 지난 2022년 7월에 개관한 해움·새들은 역량 있는 유망 예술인을 선정, 그동안 20여 명의 입주작가를 양성·배출했다. 3월부터는 3기 입주작가 13명(해움 9명, 새들 4명)이 입주해 새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예술창작공간인 해움과 새들은 문화예술인 복지를 위해 운영되는 공간이다. 예술가에게 안정적인 작업 공간을 제공해 창작·발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해움은 민선 7기 당시 경기도 ‘유휴공간 문화재생 지원사업’에 선정돼 기존 일산호수공원 내 고양600년기념전시관을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움트다’라는 의미를 지닌 이 공간은 시각예술인의 창작 공간이자 지역민의 예술 향유 공간으로, 지역의 문화예술창작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새들은 한강이남의 일부 구역 내 군부대 철수에 따라 고양시로 인계된 신평군막사를 새롭게 탈바꿈시킨 공간이다. 해움과 마찬가지로 예술인 창작공간으로 마련된 이곳의 이름은 ‘새로운 들판’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개관 4년 차를 맞이한 해움과 새들은 도시재생 차원의 유휴공간 활용 목적에서 나아가 지역 문화예술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산호수공원 입지를 적극 활용하는 해움은 연평균 15회 기획 전시를 열어 시각예술 작품을 소개했고, 호수예술축제(2022년), 대한민국 독서대전(2023년), 고양국제꽃박람회(2024년) 등 지역 축제에 어울리는 작품 전시로 볼거리를 더했다.
또한 새들은그동안 입주작가와 함께 지역 자원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1기 전지홍 작가는 행주 나룻배를 연상시키는 도시락통을 개발하고 가와지쌀, 열무 등을 담아서 먹는 피크닉 프로그램 ‘들참’을 운영해 고양시 로컬푸드를 주목시켰다. 새들이 위치한 신평동 어르신들의 삶을 구술 채록해 굴다리 속 퍼포먼스로 선보이기도 했다.
새들 1~2기 한석경 작가는 “같은 장소에서 긴 호흡으로 이뤄지는 작업이 얼마나 밀도 있게 지역을 탐색·연구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여러 차례 워크숍도 함께하며 입주작가로서 귀한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양시는 그동안 해움·새들을 통해 전문 예술인 양성을 지원하고, 인적 자원을 활용해 문화예술 생태계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해움은 시민 대상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아픈 식물을 예술가와 시민들이 함께 돌본 ‘다시, 해움(김이박)’ ▲호수 산책의 영감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산책자의 드로잉 노트(서정배)’ ▲회화와 조각을 넘나들며 두 매체의 재료와 속성을 탐구한 ‘조각마음조각(임소담)’ 등을 진행했다. 원데이 클래스 형식이 아니라 짧게는 한 달, 길게는 한 계절까지 작가와 함께 장기간으로 호흡하는 것이 해움 예술교육의 차별점이다.
또한 시민들이 예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해움에서 열린 ‘전시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은 큐레이터, 입주작가 등이 미술 재료, 이론과 현장, 고양시 문화유산 등 과정을 진행했으며 교육을 마친 뒤 지역 내 전시 해설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새들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인문 예술학 수업으로 ‘길위의 인문학’을 운영했다. 해움·새들 입주작가인 서정배·방성욱·한석경과 지역 철학자 허경이 참여해 10주에 걸쳐 강의와 실습을 실시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한 시민은 “난해하게 여겼던 현대미술이 편안해졌고, 사고의 유연함과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고 후기를 전했다.
그동안 예술가들이 지역 내 자리를 잡고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3월에 운영을 시작할 3기부터는 범위를 넓혀 협업하고 다양한 교류를 꾀할 계획이다.
먼저 해움 2기 출신의 권재현·리혁종 입주작가는 올해 고양시 녹지과와 새로 조성될 2단계 탄현근린공원에 예술 기반 친환경 공공조형물 설치를 구상하고 있다. 같은 2기 강수빈 입주작가 또한 고양시일산노인종합복지관 복지 사업을 도와 어르신 대상 미술 교육 워크숍을 기획·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입주작가들이 해움·새들에 체류하며 창작한 작품들이 전국,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024 강원국제트리엔날레’, ‘2023 플레이스막 방콕’(한석경)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서정배·임소담)과 청주시립미술관(서정배) 작품 소장 ▲2024 ‘대만 영화 시청각 센터’, ‘런던 바비칸 센터’(김민정) ▲2024 뒤셀도르프 Hansalle 190(홍수현) 등에 참여하며 해움과 새들의 입지를 높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올해 새롭게 입주하는 3기 작가들의 경우 멀티미디어, 다원예술 등으로 분야가 확대돼 지역 콘텐츠 산업 저변이 더욱 넓혀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3기 입주작가들은 2026년 2월까지 1년간 해움·새들에서 창작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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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작가와 시민들의 접점 더 많아졌으면”
해움 2기 리혁종 입주작가 인터뷰
“고양시에 산 지 20년이 넘었는데 그전까진 주로 제주나 서울에 있는 레지던시에서만 활동을 해왔어요. 그러다가 어머니 건강이 나빠지면서 간병을 해야 했는데 마침 집 근처에 고양시가 운영하는 예술활동 거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했었죠. 다행히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덕분에 작년 한해 동안 마음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생태주의를 기반으로 설치미술 등을 전개하고 있는 리혁종씨(해움 2기)는 2024년 한해 동안 해움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리혁종 작가는 “조각이나 공간 설치 작품, 커뮤니티를 위한 작품 등 일산호수공원 자연물을 다방면으로 창작에 활용할 수 있어 풍성한 시간을 보냈다”며 “많은 레지던시 공간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구도심이나 혹은 인적없는 외딴 곳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은 자연과 밀접해 있으면서도 신도시와 가깝고 유동인구도 많아서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일산호수공원 내에 위치한 해움의 입지조건은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매력적이다.
작년 한해 동안 9명의 해움 입주 작가들은 개인 전시전과 기획 전시전,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리혁종 작가 또한 개별 전시전 외에도 틈틈이 작품활동을 전개 중이다. 그의 개인 작업실 한켠에는 장기 프로젝트인 ‘이카로스 프로젝트’의 일부로 진행하고 있는 ‘레고(L’ego) 시리즈’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리 작가는 “기존 레고가 환경파괴의 주범인 플라스틱에 근거한 상품을 대변한다면, 이 작품은 친환경 자연물인 나무를 활용해 대안적인 조각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며 “틈틈이 일산호수공원에서 버려진 나무를 깎아서 하나둘씩 만들었는데 벌써 수십 개의 조각상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해움 후문 위치에 설치된 ‘친환경 파빌리온 쉼터’ 또한 리 작가의 작품이다. 동료 입주작가인 권재현 작가와 협력해 야외에 버려진 폐자원을 재활용한 이곳 쉼터의 입구에는 두 작가의 성을 딴 ‘권리장전’ 프로젝트 5계명이 적혀있다. 이들 작가는 이 공간을 스스로 예술공유지(커먼즈)라고 이름 붙였다. “공공지원을 받아 입주한 만큼 시민들과 접점을 넓힐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하다가 이곳에 예술 공유지를 만들게 됐죠. 지금은 전시기간이 끝나서 대부분 철거했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새단장 할 예정입니다.”
작년 한해 동안 해움 입주작가로 활동해온 리혁종 작가는 올해부터 신평동 군막사를 리모델링한 새들로 작업공간을 옮겨 고양시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그는 “올해 입주작가들의 경우 다들 분야도 다양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이름있는 분들인 걸로 알고 있다”며 “시민들이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아질 수 있도록 시의 지원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