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고양지역 의원은 6명 운영
2019년 고양시의원 등 헌재에 위헌 청구
헌재 작년 7월부터 상시설치 허용에도
“모금액 적고, 까다로운 회계 등 부담”
인식개선·교육·제도보완 선행 돼야
김운남 의장 “의회차원 대응 시기상조”
[고양신문] 지난해 7월부터 지방의원도 후원회 설치가 가능해졌지만 후원회를 둔 고양시의회 의원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시를 지역구로 둔 경기도의원은 올 2월 현재 50%가 후원회를 설치했다. 후원회 설치가 저조한 데 대해 의원들은 들이는 품에 비해 부담이 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원들과 달리 지방의원들의 후원회 설치를 금지해왔던 법령이 ‘평등권 침해’라는 2022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24년 7월 1일부터 지방의원들의 상시 후원회 설치가 가능해졌다. 앞서 2019년 헌법소원심판 청구에는 고양시의원 10여명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전국 지방의원 후원회 설치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지방의원 후원회 설치율은 2025년 1월 31일 기준 9.2%, 전체 3865명 중 354명에 불과했다. 광역의원은 19.8%(174명), 기초의원은 6.0%(180명)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인천, 전남, 전북, 충남, 광주가 전국 설치율보다 높았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11.17%(198명), 국민의힘 6.9%(134명), 진보당 36.4%(8명), 정의당 66.7%(6명), 무소속 1.9%(2명)다.
경기도에서 지방의원 모두 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기초의회는 가평군, 동두천시, 안산시, 연천군, 의왕시, 파주시, 평택시, 그리고 고양시였다. 의원 34명 모두 후원회를 두지 않은 고양시의회와 달리 고양지역 경기도의원은 12명 중 곽미숙(국민의힘), 명재성(민주당), 이경혜(민주당), 이택수(국민의힘), 김완규(국민의힘), 심홍순(국민의힘) 의원이 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시의원 대부분은 국회의원과 달리 너무 낮게 편성된 모금액과 회계담당자 채용 의무, 과도한 회계처리 부담 등을 들어 후원회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지역민들에게 부담을 안긴다는 인상을 줄 것 같다”, “주민들과 밀착하는 기초의원 특성상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민원에 예민한 상임위 경우 오해 소지도 있다”, “부적절한 후원금이 들어왔을 때 사후 처리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선거 후원회는 가능하지만 상설 후원회는 쉽지 않겠다”, “큰 실효는 없고, 괜한 오해만 받을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김해련 시의원은 “기초의회의 경우 아직 모금 비용이 많지 않고, 회계담당자 고용 등을 위한 지원도 없어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취지는 좋지만 여전히 국회의원 후원회 수준의 제도나 기준을 갖고 있어 시간을 두고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초의회의 경우 유권자들과의 접촉이 매우 밀접하고, 지역구별로 의원들이 여러 명이어서 유권자들이 후원 유무를 두고 갈등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공소자 시의원도 ”취지는 매우 좋다고 생각해 검토를 했으나 기초의원으로서 후원을 한 유권자들의 요구에 자유롭기 어려울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기초의회는 재정, 예산을 고려하기 보다는 봉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별다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후원회를 설치했던 송규근 시의원은 “당시 1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으나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다”며 “국회의원 기준으로 지방의원 후원회 기준을 마련했다. 별도의 회계직원을 두지 않으면 운용이 어려운데 후원 모금액이 너무 적어 현실성이 없어 설치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운남 시의장은 “좋은 취지로 후원회 개최를 권장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얼마 전 지역 선관위 주최로 교육이 진행되기도 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후원회 설치 계획이 없어서 시의회 차원의 일정도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 정치자금법에 의하면 지방의원 후원회가 연간 모금‧기부할 수 있는 한도액은 시·도의회의원후원회는 5000만원, 자치구·시·군의회의원후원회는 3000만원이다. 다만 임기만료에 의한 동시지방선거가 있는 연도에는 지역구에 후보자로 등록한 지방의회의원후원회는 연간 모금‧기부한도액의 2배를 모금‧기부할 수 있다. 또한 지방의회의원은 후원회를 두는 경우 후원회 회계책임자와 별개로 정치자금 수입과 지출을 담당하는 회계책임자 1인을 반드시 선임‧신고해야 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관련 보고서에서 “지방의회 후원회 설치율이 높거나 낮은 경향, 지역별 불균형 경향의 원인은 지방의원의 설치 의지와 지방의회의 적극적인 의정활동 문화의 정도 차이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후원회 설치가 단순히 후원금 모금만이 아니라 활발한 의정활동을 우선 기획하고 필요 후원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후원회 도입 초기인 2025년부터 지방의회, 지역선관위가 협력해 후원회 설치를 적극적으로 돕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당 소속 지방의원이 후원회 설치를 통해 원활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정당차원의 역할을 모색해 소속 의원들에게 적극적인 안내를 하고, 지방의원 의정활동 실적을 광역시도당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헌재는 지방의원 상시 후원회 도입 결정 이유로 “지방의원에게 지급되는 의정활동비 등은 의정활동에 전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후원회 지정 자체 금지는 오히려 지방의원의 정치자금 모금을 음성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의 정치 입문을 저해할 수도 있다”며 “지방의원들에게도 후원회를 허용해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후원회 도입 전에는 ‘의정활동비‧월정 수단만으로는 의정활동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지만 정작 후원회 시행 후에는 ‘후원금 요청이 부담된다’, ‘후원금을 기부받으면 빚지는 거다’, ‘사무실 임차료와 유급 사무원 인건비를 지출하면 사용가능한 후원금이 적다’ 는 등의 걱정을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 곽미숙 도의원은 “"지방의원 후원회 설치가 헌재 결정으로 허용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질적인 도움이 크다”며 “회계, 제도적 문제나 후원에 따른 제약 문제 제기는 실제 후원회를 해보지 않고 하는 이야기다. 지역의원들이 후원여부에 따라 민원을 다르게 대처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나라살림연구소 구본승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후원회 시행 초기인 2025년부터는 지방의회가 필요한 교육을 기획하고, 지역선관위와 협의해 진행하고, 정당 소속 지방의원들에게 후원회 설치 필요성과 후원금 사용방법, 후원회 설치 현황의 공식적인 안내, 임기 4년 동안 꾸준한 의정활동을 펼치도록 2년마다 의정활동 실적을 광역시도당에 제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라”고 조언했다.
풀뿌리민주주의 강화와 지방의회 활성화를 위해 헌재 판결과 정치자금법 개정에 따라 시행이 시작된 지방의원의 후원회 설치.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시행초기 과도기적 한계는 있겠지만 정당, 시의회가 앞장서 제도보완과 인식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선관위가 앞장서 교육과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지방의회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