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한국항공대 주최 한국우주항공력 포럼

모든 전쟁은 우주에서 시작
러-우 전쟁은 첫 상용 우주전
국방 우주 전력 체계구축 시급
민·관 협력 선도형 우주개발로

지난달 18일 서울 공군호텔에서 열린 한국우주항공력 포럼에 참석한 민‧관‧군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제공 = 한국항공대학교]
지난달 18일 서울 공군호텔에서 열린 한국우주항공력 포럼에 참석한 민‧관‧군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제공 = 한국항공대학교]

[고양신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났듯 우주는 이제 단순한 과학 탐사의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의 최전선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한반도 상공에서도 보이지 않는 전쟁은 시작됐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들이 우주 군사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북한마저 잇달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하며 한반도 우주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항공대학교와 공군이 지난달 18일 ‘주변국 우주 전력 증강에 따른 군의 대응 방향과 민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첫 ‘한국우주항공력 포럼’을 연 이유도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우주 항공분야의 최신 동향을 공유하면서 한국의 우주 전략을 재정비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포럼에는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과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이 직접 참석해 환영사를 통해 “산·학·연·군이 협력해 국방 우주력을 강화하고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고, 200명이 훌쩍 넘는 참석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포럼 내용을 경청했다.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

우주, 전쟁판도 바꾸는 새 영역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주 자산이 현대전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작용함을 입증하는 결정적 사례가 됐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과 통신망 차단 시도에도 불구하고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을 활용해 지휘통제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스타링크를 활용해 전 세계에 지원을 호소하고 국민의 저항 의지를 결집했고 군 지휘관들은 실시간으로 작전 명령을 하달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Maxar, Planet, ICEYE와 같은 상용 위성들이 제공한 고해상도 영상을 통해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는 것. 우크라이나군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방어 전략을 수립하고 반격을 수행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전 우주 자산 활용’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이정호 국방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상용 위성의 고해상도 영상을 활용해 러시아의 전쟁 준비 과정과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러시아군의 기동 경로와 병력 위치를 파악해 방어와 공격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된 최초의 상용 우주전”이라고 설명하며 “우리도 군사 작전 분야 등으로 위성영상의 활용을 다양하게 확장하면서 독자적인 위성·통신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한반도 우주 안보 위협 현실화
한반도를 둘러싼 우주 안보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일본까지 우주군을 창설하거나 우주사령부를 설치하며 우주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육지, 섬, 해상 등 다양한 곳에서 2024년 이후 총 70회가 넘는 위성을 발사하며 우주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종승 한국항공대 석좌교수가 “우리도 안보 인프라로서 국방 우주 네트워크를 구축해 감시정찰, 통신위성 등 다양한 우주 자산을 연결하고 지구상 육·해·공군 무기체계와의 연동해 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작전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민·군이 힘을 모아 새로운 패러다임의 우주 무기체계 개발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 이유도 주변국의 우주력이 향상되면서 우주 안보 위협이 당장 현실로 닥칠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었다.

박종승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박종승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한국의 우주 전력 강화 방안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의 우주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민·관·군 협력을 통한 통합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부 세션에서는 총 4명이 발제에 나섰다. 권태훈 한화시스템 사업단장은 ‘미래 군의 우주무기체계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지구관측 위성 △우주 물체 감시사업 △통신위성과 시설투자 등 ‘K-방산’에서 ‘K-우주’로 확장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우주 사업 진행현황을 설명했고, 정연태 한국항공우주산업 팀장은 하늘을 넘어 우주로 민간 우주산업이 뻗어 나가는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는 재사용 우주 비행체 개발의 세계적 동향을 소개하고, 산·학·연 컨소시엄을 통한 장기적 요소 기술 개발 로드맵 등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 구축과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LIG넥스원 황홍연 연구위원은 New Space 시대에 급증하는 군집 인공위성과 우주 물체의 증가로 우주 위험이 증대됨에 따라 독자적인 우주 감시 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 후 “전자광학위성감시체계(EOSS)와 고출력레이저위성추적체계(SLR) 등을 통해 한반도 상공의 우주 물체를 감시하고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윤표 대한항공 팀장은 지상이나 해상보다 훨씬 70~180도의 경사궤도를 확보할 수 있고, 1년에 6회에서 12회까지 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는 공중 발사 플랫폼을 활용해 군의 우주 전력을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2부 세션은 이번 포럼의 주최자인 공군과 항공대의 발제가 이어졌다. 정해욱 공군본부 우주센터 대령은 ‘공군 우주 영역 인식 현황 및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우주 영역 인식은 물리적 영향까지 고려한 우주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이해하는 능력”이라며 “국가 자산 보호과 국민 안전을 위해 우주 영역에서 능력을 확보하고, 군사 활동 감시와 우주 감시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국제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항공대 우주시스템기술연구소 교수진은 초소형 위성의 활용을 제안했다. 윤지중‧최윤혁 교수는 ‘큐브위성의 군 활용 해외사례’를 소개하며 군 전용 시스템과 민간 역할 분담으로 국방 우주력 구축을 강조하면서 “대북 감시‧정찰 역량을 강화하고 한국형 3축 체계의 ‘킬체인(Kill Chain) 능력을 고도화하려면 초소형 군집위성의 개발과 활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현웅 교수는 “K-방산이 추격형에서 선도형 국방 우주 개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주도적으로 기술을 사전검증하고 그 성과를 국방 우주 무기체계 사업에 반영하는 기술의 선순환 구조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박종승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발제 자료]
[출처 = 박종승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발제 자료]

국가의 미래 걸린 우주 전력
우주는 이제 단순한 과학기술의 영역이 아닌,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전력으로 인식돼야 한다. 이날 전문가들은 한국도 우주를 ‘전장’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 전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 수립과 함께, 민·관·군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구축이 필수적이다. 또한, 우주 안보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첨단 IT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우주 안보 분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주 시대의 새로운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주를 단순한 과학기술의 영역이 아닌,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전력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바로 지금이 한국의 우주 전략을 재정립하고 우주 강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결정적 시점이라는 데에 인식을 함께 했다.

한국우주항공력 포럼에 참석한 민‧관‧군 관계자 200여 명이 기념촬영을 했다.
한국우주항공력 포럼에 참석한 민‧관‧군 관계자 200여 명이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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