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후배 지원에 많은 애정
사회·정치에도 늘 비판자 역할
[고양신문] 제2대 고양시의회 의장을 지낸 허준 선생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허준 선생은 지난 2021년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다시 일어나지 못하셨습니다. 4년 동안 중환자실을 오가며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눈을 뜰 수 있길 간절히 기도했던 아내 윤정숙 여사는 “남편은 고양시를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라며 “그렇게 기억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허준 선생은 1935년 화정동 359번지에서 태어나 평생 고양에서 살며 지역사회를 위해 무던히 애쓰셨습니다. 청년시절엔 백마초·능곡초 교사로 일했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룰 무렵엔 송아지 5마리로 축산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꽤 큰 목장을 운영하며 고양축산농협을 창립하는 데 기여했고, 4H 활동과 농촌지도자 활동을 적극 펼쳤습니다. 성실하고 역량 있는 축산농업인으로서 존경받는 삶을 살았던 선생은 농업인 후배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데 많은 애정을 기울였습니다.
선생을 각별한 스승이자 선배로 모셨던 김보연 고양시산림조합장은 “허준 선생님께 축산업을 배우며 가난을 딛고 농업인으로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제 인생의 큰 별이 떨어졌다”고 슬퍼했습니다. 김보연 조합장은 선생의 별세 소식을 듣자마자 산림조합 상조회에 연락해 장례절차를 직접 지원했습니다. 김 조합장은 “제자로서 선생님 이름으로 미리 상조회에 가입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아무도 모르게 상조회에 가입을 해두었다고 합니다.
평생 농업인으로 살면서도 사회와 정치에 대한 비판자의 역할을 한시도 놓지 않았던 선생은 50대 후반 시의원에 당선됐고 60세에 제2대 고양시의회 의장을 맡아 인생의 절정을 보냈습니다. 시의회를 떠난 직후인 1989년에는 시민주 주식회사로 전환한 고양신문의 공동대표를 잠시 맡았고, 70대에는 고양의 독립운동가이자 고양농업을 일으킨 선구자 이가순 선생의 삶을 기리는 ‘이가순 숭모사업회’를 만들어 80대 중반까지 정성을 쏟았습니다.
선생은 시의회 의장으로 일할 때도, 나이 들어 몸이 느려졌을 때도,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농사를 놓지 않았고 농사일하며 막걸리 마시는 시간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셨습니다. 원없이 성실하게 사셔서 후회는 없으실 테지만, 막걸리는 내내 그리워하실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