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고양신문] 최근 도시 내 골목이나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장에서는 헌옷 수거함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는 내가 이곳에 헌옷을 버리면 가난한 이웃이나 개발도상국으로 이 옷들이 전해져 잘 재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 기대와는 달리 이 옷들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반성에서 최근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에 대한 반성이 널리 논의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이란 최신 유행을 빠르게 반영해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생산·유통되는 의류를 의미한다. 패스트 패션은 높은 인터넷·스마트폰 보급을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에서 활발한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패션 트렌드는 패스트 패션 소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현재 국내외의 다양한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유니클로와 같은 일본계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SPA 브랜드와 온라인 쇼핑몰들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PA란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는 의류회사로서 전문점(Specialty stores) 형태로 자체 제작상품(Private label)을 유통하는 의류회사(Apparel)를 의미한다. 한 기업에서 옷을 기획·제작·판매까지 모두 관리하기 때문에 빠른 유통,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회전이 가능하다.
 
패스트 패션은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발생한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는 합리적인 소비문화라고 긍정적으로 해석을 할 수도 있다. 패스트 패션의 성공은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는 장기 불황과 저출산 등으로 의류소비가 줄어들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다. 즉 의류회사들이 저출산, 저성장에 따른 경영위기를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판매하되 상품회전율을 최대한 높여서 박리다매 형태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은 환경문제라고 하는 심각한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 대량 생산 과 소비로 인해 폐의류 발생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은 소비자들이 옷을 일회용품처럼 소비하도록 유도하며, 이는 과소비 및 자원 낭비를 심화시킨다. 시민들이 재활용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헌 옷 수거함에 버린 의류는 극히 일부만이 국내에서 재사용되고, 대부분은 개발도상국가로 수출된다. 헌옷을 수입한 개발도상국가는 이를 일부만 재사용하고 대부분을 벽돌 생산 등을 위한 연료로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그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수질과 대기,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된다. 선진국에서 일회적으로 사용하고 버린 의류가 개발도상국의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는 의류와 같은 경공업 상품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발도상국가들이 선진국의 패스트 패션 중고의류를 수입하면서 패션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을 위한 사다리를 선진국들이 가져가 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자체적인 의류생산은 불가능해지고, 패스트 패션 임가공형태의 노동문제만이 개발도상국에 남게 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폐의류의 재활용 시스템을 개선하고, 환경문제와 노동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의류 생산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다. 패스트 패션이 아니라 슬로우 패션으로 우리의 의생활을 바꾸고 윤리적 소비를 추구해야 한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질 좋은 옷을 구매하고, 재활용 및 재사용을 통해 폐의류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 환경과 노동자를 생각하는 윤리적 패션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부터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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