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이음 카페’
80년대 젊음의 성지… 시 상징건축물
미술전시, 작은음악회, 다채로운 강좌
“누구나 찾는 문화사랑방 꾸려갈 것”
[고양신문] 일산 백마 카페촌은 1980년대 청년들이 즐겨 찾던 젊음의 성지였다. 그중에서도 ‘화사랑’은 백마 카페촌을 대표하는 명소였다. 경의선 기차에서 내려 화사랑을 찾으면 통기타와 포크송이 울려 퍼졌던 추억의 장소다.
2020년 고양시는 화사랑 주인이 운영하던 카페 ‘숲속의 섬’ 건물을 매입해 ‘백마 화사랑’으로 이름을 바꿨다. ‘고양시 상징건축물 1호’로 지정됐던 이곳은 시민들을 위한 평생학습센터로 운영됐지만, 시 정책이 바뀌면서 지난 1년 동안 문을 닫고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문화콘텐츠 전문단체 ‘이음(대표 김재덕)’이 입찰을 통해 운영을 맡게 됐고, 11일 복합문화공간 ‘이음 카페’를 오픈했다. 고양에서 10년 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음은 화가, 작가, 음악인 등 문화예술분야에서 일하는 전문인 150여 명으로 구성된 사단법인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공간 안팎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실내의 빨간 벽돌 벽면에는 화사한 꽃 그림들이 걸렸고, 내부에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김재덕 대표를 만나 공간 활용 계획을 들어봤다.
“고양시는 화사랑의 가치를 간직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기를 원하고 있어요. 저도 시의 정책에 동의합니다. 문화예술을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시와 함께 협업할 생각입니다. 고양시가 바라는 평생학습센터 기능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추가할 계획이에요. 벽면을 이용해 전시를 하고, 무대를 활용해 소소한 공연을 하고요. 그 외 다양한 프로그램도 추가해 나갈 예정입니다.”
새로 개관한 화사랑에서는 18일까지 김창현 서양화가의 <봄이 오는 소리> 초대개인전이 열린다.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김 작가의 목련, 산수유, 자작나무 그림들이다. 재개관을 축하하며 전시된 작품들은 카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다. 앞으로 다른 작가들의 전시 기간도 1주일에서 2주일 정도로 특정해, 더 많은 초대작가를 소개할 예정이다. 전시를 하고 싶지만 공간을 찾지 못하는 작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공연은 동호인들이 편하게 노래를 부르는 하우스 콘서트로 콘셉트를 잡았다. 오픈식 날 오후에도 통기타 동호회, 인도전통춤, 플루겔혼 독주 공연이 있었다. 윤도현, 강산에 같은 유명 가수들이 카페에서 노래하며 무명시절을 거쳤던 것처럼, 이곳에서 공연을 하는 누군가는 스타가 될지도 모르겠다.
학습 프로그램으로는 다양한 강좌를 기획 중이다. 먼저 어반스케치, 건강한 요리만들기, 도자기만들기 원데이클래스 등을 고양시에 제안했다. 고양시 승인이 떨어지면 4월 초부터 강좌를 시작하게 된다. 김 대표는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손님들에게 서비스하는 식음료도 변화를 꾀했다. 예전에는 시니어 바리스타들이 하던 일을 지금은 청년 바리스타가 이어받았다. 향후 이음 회원들도 바리스타로 동참할 예정이다. 음료를 담는 머그잔은 도예가 정봉준의 작품이다. 찻잔에 그림을 그린 후 레이저로 그림과 글씨를 새겨 완성했다.
옛 감성을 소환하는 화사랑의 재오픈을 반기는 이들이 많다. 한때는 7080 음악이 실내에 울려 퍼졌지만, 이제는 세미 클래식이 배경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네 삶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공간이지만, 새로운 운영자를 만났으니 오랫동안 멋진 모습으로 유지되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오픈 시간에 맞춰 이곳을 찾은 한 손님은 “옛날 추억이 생각나서 자주 오고 싶다. 그때처럼 낭만이 넘치는 문화예술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따스한 봄날에 낭만과 예술을 만나고 싶다면 백마 화사랑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