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자율방범대 초소 아래
작년 발생 싱크홀 조치 안돼
“방범대 법제화도 됐는데…”
대원 회비 모아 새 초소 추진
[고양신문] 때아닌 폭설에 꽃샘추위까지 겹쳐 행인들이 귀가를 서두르던 지난 18일 저녁 7시. 덕양구청 인근 화정자율방범대 초소로 복장을 갖춰입은 자율방범대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날 오현복 대장은 중요한 안건 처리를 위해 모든 대원을 소집했으며 이효섭 화정1동장도 순찰조끼를 입고 동행했다.
대원들은 로데오거리 일대를 순찰한 뒤, 초소의 안전문제로 인해 인근 식당에서 월례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신입대원 5명과 인사를 나누고, 정교석 부대장이 고양경찰서장으로부터 받은 감사장을 전달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또한, 이날의 핵심안건인 초소 이전을 위해 회원들의 회비를 사용할 것을 결의했다.
싱크홀 위 초소, 담당부서는 “법 개정해야…”
화정자율방범대는 지난해부터 ‘초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방범대 초소는 덕양구청 인근 28청춘창업소 옆 주차장에 설치된 컨테이너다. 그러나 작년 9월, 컨테이너 아래와 인근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도로의 싱크홀은 시가 복구했지만, 초소 아래의 땅은 여전히 시커멓게 뚫려 있어 위험한 상태다. 현재 접근을 막는 줄만 둘러쳐 있을 뿐, 실질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봄이 돼 땅이 녹기 시작하자, 대원들은 초소가 언제 땅속으로 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오현복 대장은 “지난해 ‘찾아가는 시장실’에서 시장님께 직접 건의했을 때는 금방 해결될 것 같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수차례 행정기관을 방문했지만 진전이 없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또 “초소 바닥이 불안정해 걸을 때마다 푹 꺼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위태롭다”고 덧붙였다.
오 대장은 싱크홀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도시관리공사가 주차장 공사를 한 이후 싱크홀이 생겼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커녕 철거명령서만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울에 순찰을 마친 대원들이 따뜻한 차 한잔, 컵라면 하나로 몸을 녹일 공간조차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고양특례시 시민인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분개했다.
담당 부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 대장은 “불과 1000만원이면 해결될 일인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다”며, 결국 대원들이 회비를 모아 새 초소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롭게 지어질 초소는 누구나 사랑방처럼 들러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자, 밤길을 지나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깨끗하고 쾌적한 장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
화정자율방범대는 화정1동과 2동 주민 42명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화정1동 주민이 90% 정도 되는데 최근 2동 주민의 참여가 늘고 있다. 대원들은 평범한 주부부터 은퇴한 공무원, 전직 경찰, 군인, 개인사업자 등 다양하다. 1990년대 중반 화정지구 아파트 단지 입주할 때 들어온 초기 입주자들을 비롯해 최소 10년 이상 거주한 주민들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성장시킨 주역으로서 제2의 고향인 화정동을 살고싶은 마을, 안전한 마을로 만들겠다는 공통된 생각으로 참여하고 있다.
따뜻한 집에서 쉬고 싶은 저녁시간이지만 요일별로 조를 나눠 순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통장을 겸하는 대원들은 통장들의 소통창구를 통해 순찰하면서 발견한 위험한 요소 등을 제보해 빨리 처리되도록 앞장서고 있다.
안전한 마을위한 발걸음
대원들은 매일 저녁, 고양경찰서부터 어울림누리 앞까지 순찰을 돌며 지역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이 지역에는 화정로데오거리, 중앙공원, 근린공원, 고속터미널, 학교 등이 있어, 방범대의 순찰 활동이 범죄 예방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성범죄자가 다수 거주하는 구역은 집중적으로 순찰하며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한, 늦은 밤 술에 취해 길에 쓰러진 주취자를 발견하면 지구대에 연락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돕고, 화정동은 청소년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늦은 시간 외진 곳에서 배회하는 청소년에게는 귀가를 독려한다.
자율방범대는 단순한 순찰을 넘어, 마을의 어른들이 직접 지역사회를 돌보며 따뜻한 조언과 지도를 실천하는 공동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자연스럽게 지역의 질서가 유지되고 범죄 예방 효과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순찰에 함께한 이효섭 화정동장은 “정복을 입은 대원들이 순찰하는 모습만으로도 주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며 “초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돕겠다”고 약속했다.
노후 방범초소, 전수조사조차 없어
2022년 4월, 자율방범대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전환되면서 법제화됐고, 이에 따라 대원 선발 기준도 한층 강화됐다. 대원은 철저한 신원 조회와 심사를 거쳐 신분증이 발부되며, 필수 교육 과정도 대폭 확대됐다.
오 대장은 “자율방범대의 법제화는 대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몇십 년 된 초소조차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방치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고양시에는 총 43개의 자율방범대 지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중 덕양구에는 초소가 아예 없는 지대가 3곳, 노후화된 컨테이너를 초소로 사용하는 지대가 7곳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