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마리 넘는 흑두루미 무리 방문은 처음
양질의 먹이 보충하며 번식지로 떠날 채비
“매년 찾아올 수 있게 먹이주기 늘렸으면”
[고양신문] 장항습지에 흑두루미들이 찾아왔다. 지난달 27일 장항습지에서 21마리가 발견된 흑두루미들은 일주일 넘도록 장항습지에 머물고 있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진객들이 찾아왔다는 소식에 2일 오전 장항습지생태관을 찾았지만, 먹이활동을 하러 어디론가 나섰는지 흑두루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좀 더 이른 시간에 다시 방문해서 마침내 한창 연둣빛으로 갈아입고 있는 장항습지 선버들 숲 위로 날아오르는 흑두루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동안 장항습지를 찾는 두루미들은 주로 재두루미였다. 흑두루미의 방문은 이례적이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장항습지 생태모니터링을 지속해 온 한동욱 PGA생태연구소장(에코코리아 이사)은 “이전에도 간혹 흑두루미 한두 마리가 재두루미 무리 속에 섞여 발견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20여 마리가 넘는 흑두루미들이 한꺼번에 장항습지를 찾아온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흑두루미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으로, 우리나라 남쪽의 순천만이나 일본 이즈미에서 겨울을 나고, 이맘때쯤 러시아나 중국 북부로 날아가 번식을 한다. 남쪽에서 겨울을 난 흑두루미들이 장항습지를 찾아온 이유에 대해 한동욱 소장은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양질의 먹이를 충분히 보충하고 출발하기 위해 장항습지에 잠시 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새의 이동 경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장항습지의 생태적 가치가 다시 한번 방증된 셈이다.
장항습지는 재두루미, 큰기러기, 흰죽지 등의 겨울철새들이 3만 마리 이상 찾아와 겨울을 나고, 3월에 번식지로 떠나간다.
고양시 습지생태팀 한지민 팀장은 “장항습지를 찾는 철새들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3월 중순까지 드론 등을 활용해 매주 2회 약 23톤의 곡물류와 물고기를 먹이로 공급하고, 물이 차 있는 무논을 조성해 잠자리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먹이주기 프로그램은 종료됐지만, 단골손님들이 떠난 후 새내기 손님 흑두루미들이 찾아온 것을 보니 철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모양이다.
이번에 찾아온 흑두루미들은 모내기를 앞두고 논갈이를 해 놓은 장항습지 농경지에서 주로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한동욱 소장은 “논바닥에 묻혀있던 낙곡이나 동물성 먹이들을 찾아먹고 있을 것”이라며 “재두루미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이동하는 흑두루미들이 매년 장항습지를 찾아올 수 있도록, 먹이주기 기간을 좀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