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전원일치 ‘탄핵 인용’ 당연한 결과
권력의 오만, 국가시스템 허점 바로잡아야
가짜뉴스와 왜곡 선동… 넘어서야 할 과제
깨어있는 시민, 민주주의 수호 최후 보루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 한 문장을 기다려 왔던가. 내란수괴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내란 이후 132일, 12·14 국회의 탄핵결의 이후 121일, 2월 25일 변론 종결 이후 다시 38일….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국민은 거센 한파 속에서도 광장을 떠나지 않았다. 여의도 대첩, 남태령 대첩, ,한남동 키세스 대첩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은 윤석열 체포와 석방을 반복하는 혼돈의 정국 속에서도 꿋꿋이 민주주의의 불씨를 지켜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은 단지 정치적 실책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반헌법적 범죄행위였다. 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과도 같았던 검찰 권력의 남용, 정보기관의 사찰과 언론 장악은 그 심각성이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4월 4일 오전, 헌재의 탄핵선고 결정문을 가슴 졸이며 듣고 있는 안국역 인근 집회현장의 시민들. [사진=남동진 기자]
4월 4일 오전, 헌재의 탄핵선고 결정문을 가슴 졸이며 듣고 있는 안국역 인근 집회현장의 시민들. [사진=남동진 기자]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목도했던 내란 상황, 국헌 문란과 헌정 파괴의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고, 법리상 탄핵 사유 또한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너무 긴 시간을 지체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그 기다림은 국민에게 고통이었지만, 결국 정의가 늦게라도 실현된 것을 다행이라 여긴다.

이제 역사는 또 하나의 분기점에 섰다. 우리는 조기 대선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요한 것은 단지 대통령 한 사람의 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권력의 오만과 국가 시스템의 허점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또 다른 퇴행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문제는 단지 그들 내란 주동 및 잔당 세력만이 아니다. 그들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며 오히려 민주주의의 회복을 방해하는 극우 집단들이 곳곳에 조직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거대한 조직, 그들의 가짜 뉴스와 선동에 무비판적으로 물든 이들…. 우리는 이들과도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들에 대한 증오나 분리만으로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극우 집단들의 비합리적이고 왜곡되고 호도된 반민주적 정치편향, 반공반북, 친미친일 일변도로 왜곡된 역사의식을 바로잡고, 건강한 역사인식과 민주적 정치의식을 확립·확산해 나가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윤석열 파면이 발표된 순간 환호하는 탄핵찬성집회 참가 시민들. [사진=남동진 기자]
윤석열 파면이 발표된 순간 환호하는 탄핵찬성집회 참가 시민들. [사진=남동진 기자]

민주진보세력은 반성과 책임의 바탕 위에 다시 일어서야 한다. 오랜 분열과 갈등의 고리를 끊고, 공동의 비전과 실천적 연대를 통해 “모두가 더불어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가는 데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청년, 여성, 노동, 농민 성소수자 이주민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당성과 포용성이 요구된다. 

헌법, 선거법, 정당법을 국민주권의 원칙에 맞게 개정하고, 검찰·사법·언론·재벌이 결탁한 권력 카르텔을 해체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건강한 기반을 다시 세워야 한다. 단지 인물의 교체가 아닌 구조의 혁신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민생 또한 시급하다. 물가 불안, 양극화 심화, 자영업자들의 몰락, 청년의 좌절과 중장년의 불안, 노인의 소외는 국민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다. 분배 정의를 회복하고, 복지와 성장의 균형을 다시 맞추며, 지속가능한 국가 모델을 세워야 한다. 국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정치가 보여줘야 한다.

외교와 안보 또한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단지 남북 문제를 넘어 동북아 질서 재편과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한국의 위상과도 연결된다. 군사 동맹과 무기 증강 중심의 안보관에서 벗어나, 평화 중심의 상호 존중 외교가 절실하다. 북한과의 평화 협력 체제를 복원·강화하고, 트럼프 시대의 외교 환경 변화에 대응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노선을 정비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AI 혁명이라는 문명 전환의 시대에 한국이 선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과 투자가 절실하다.

이 모든 과제는 한꺼번에 이뤄질 수 없지만, 국민과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촛불로 정권을 바꾸고, 응원봉 광장 투쟁과 헌법재판소의 8:0 판결을 통해 내란을 극복 심판한 위대한 국민이다. 이제는 새로운 국가, 새로운 민주주의를 건설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멈추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다시 시작이다. 퇴행을 넘어 전진하는 나라, 혼돈을 넘어 새롭고 진취적이며 정의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나라, 모두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을 향해 함께 손잡고 힘차게 전진하자.

우리는 다시 민주 시민의 단결된 힘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민주공화국의 이름으로 다시는 독재와 폭정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깨어 있는 시민의 역할이 절실하다. 깨어 있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역사는 결국 깨어 있는 민중의 힘으로 다시 쓰일 것이다.

류태선 목사 (고양비상행동 공동대표, 윤석열폭정종식 그리스도인 모임 공동대표)

[사진제공=류태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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