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감각 너머 예술>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3인전
윤명로 정현 우종택, 작품 50여 점   
6월 28일까지, 갤러리끼 파주

우종택 작가의 회화 작품들이 전시된 코너.
우종택 작가의 회화 작품들이 전시된 코너.

[고양신문] 파주출판도시에 자리한 ‘갤러리끼 파주(관장 이광기)’에서 기획전 <감각 너머 예술>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거장들인 윤명로, 정현, 우종택 작가가 참여한다. 3인의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감각 너머’란 감각의 세계를 넘어선 초월의 세계를 의미한다. 우리가 감각적으로 터치할 수 없는 어떤 세계, 그 실체에 대한 탐구를 작가들이 철학적으로 풀어나가는 전시다.

4점의 작품을 선보인 윤명로 작가는 한국 회화사의 한 획을 그은 원로화가다. 그의 작품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물며, 자연과 인공, 물질과 비물질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탐구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출품한 ‘겸재예찬’은 작가의 절정기에 완성된 연작 중 한 점으로, 자연을 찬미하는 그의 세계관이 작품에 스며있다. 그는 1960년 한국미술가협회를 결성해 우리의 근대미술사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바 있다.

자신의 작품 '무제'를 설명하는 정현 작가.
자신의 작품 '무제'를 설명하는 정현 작가.

정현 작가는 폐침목이나 석탄 덩어리, 아스팔트, 콘크리트 파편 등의 인공 물질에서 인간의 본질을 찾는다. 그의 작품들은 현재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가치 없는 것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빛나지 않는 것들과 빛나지 않는 재료들도 빛나는 힘을 간직하고 있지요. 그런 것들을 발견하고 재평가하는 작업을 해 오고 있어요.”

전시장에 설치한 정 작가의 대형 작품 ‘무제’는 전통 한옥인 향교 건물의 대들보를 활용한 것이다. 한옥의 기둥 역할을 했던 이 침목은 부산의 300년 된 향교에서 폐기된 것이다. 거기에는 꽃과 구름 등의 문양이 희미하게 그려져 있고, 작은 구멍들이 파여 있다. 시련을 간직한 향교의 버팀목을 딛고서, 다시 뻗어 솟구치는 정신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가는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 '시원의 기원'을 설명하는 우종택 작가.
자신의 작품 '시원의 기원'을 설명하는 우종택 작가.

우종택 작가는 자연을 그리는 기운(氣韻)의 작가로 불린다. 흙, 재, 송진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활용해 우주의 에너지를 회화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이 의미하는 것은 인간과 자연은 상호 순환한다는 사실이다. 

“세계는 끝도 시작도 없어요.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규정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자연의 본질을 보기 위해 한번쯤은 우리 시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 작가의 회화 작품들뿐만 아니라, 돌멩이와 아카시아 나무로 표현한 설치 작품 ‘시원의 기억(Memory of Origin)’이 돋보인다. 커다란 돌멩이는 양양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산이 파이면서 드러난 것으로, 시간의 역사성을 상징한다. 아래쪽을 받치고 있는 아카시아 나무는 산속의 작업실 옆에 있던 나무인데, 어느 해 태풍에 쓰러졌다고 한다. 그 나뭇가지들을 자르고 껍질을 벗겨서 돌 아래에 놓았다. 작품에서는 자연과 시간의 상호침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왼쪽부터) 이광기 갤러리 끼 대표, 정현 작가,, 우종택 작가. 
(왼쪽부터) 이광기 갤러리 끼 대표, 정현 작가, 우종택 작가. 

갤러리끼의 이광기 대표는 “우리 작가들이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작가들을 찾던 중, 재료나 화풍 등 기법들이 가장 두드러지는 세 분을 먼저 모셨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전시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갤러리끼는 4일 기자 간담회에 이어 5일 전시 오프닝 행사를 가졌다. 19일에는 이진명 미술평론가와 함께 ‘작가와의 대화’를 갖고, 5월 13일에는 흑백요리사 이영숙 셰프와 함께 ‘쉐피스트 다이닝’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천연 아로마 브랜드인 ‘앳아로마 코리아’의 협찬으로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향기를 체험할 수 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이어진다.

갤러리끼 파주
주소  파주시 회동길 521-2
문의  031-8071-8822(일·월 휴관)

정현 작가의 드로잉과 설치작품.
정현 작가의 드로잉과 설치작품.
윤명로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 코너. 
윤명로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 코너. 
우종택 ‘Memory of Origin’, 2025.
우종택 ‘Memory of Origin’, 2025.
정현 ‘Untitled’, 1990.
정현 ‘Untitled’, 1990.
윤명로 ‘겸재예찬MV.905’, 2005.
윤명로 ‘겸재예찬MV.9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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