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차 러너 고양시민 김민수씨
주요 대회 예수 복장 참여 화제
지도공원, 어울림누리 등 단골코스
“건강한 취미 생활로 정착했으면”
[고양신문] 고양시 능곡에 사는 김민수(38세)씨는 최근 각종 마라톤 대회에서 특이한 복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바로 '예수님 복장'. 지난 6일 고양시에서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를 비롯해 작년 JTBC 서울 마라톤 등 주요 대회마다 예수님 복장으로 완주하는 그의 모습은 참가자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올해 3월에는 세계 7대 월드 메이저 마라톤 대회인 도쿄마라톤 대회에서도 예수님 복장과 태극기를 챙겨들고 42.195㎞ 풀코스를 완주했다. 김씨는 “마침 3·1절 다음날에 열리는 대회라서 태극기를 들고 도쿄 한복판을 뛰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며 “출발부터 도착 지점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겁게 뛰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2019년부터 러닝을 시작했다. 계기는 간단했다. "옷을 사러 매장에 갔는데 늘 입던 바지 사이즈가 맞지 않아 충격을 받았어요. 나잇살이라는 걸 실감하고 뭔가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헬스나 자전거 등 다른 운동은 비용이 들지만, 러닝은 신발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어 선택했다.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헬스장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있지만, 러닝은 동네 어디든 달릴 수 있거든요. 태어날 때부터 쭉 능곡에서 살았기 때문에 동네 어느 코스가 뛰기 좋은지 잘 알고 있어서 더 수월한 면도 있었죠.”
김씨가 본격적으로 '예수님 복장'을 시작한 건 2019년 4월 '롯데 스타일런' 대회에서였다. 당시 대회는 기록상 외에 베스트 드레서상이 있었는데, 김씨는 재미 반 기대 반으로 해외 러너들의 코스프레를 참고해 직접 스티로폼으로 십자가를 제작하고 인터넷으로 코스프레 옷을 주문했다. 그 첫 도전에서 그는 당당히 베스트 드레서상 2등을 차지했다. “처음엔 그냥 재미로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 후 러닝 동호회 사람들도 다시 그 모습을 보고 싶다고 요청했고, 이제는 주요 대회마다 이 복장을 하고 나가고 있죠.”
예수 복장을 하고 뛰면 기록이 잘 나올까 싶지만, 김씨는 오히려 상당한 기록을 내고 있다(작년 JTBC 서울마라톤 대회에서 그의 풀 코스 평균 페이스는 1㎞당 5분6초였다). 그는 기록보다는 러닝 자체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러닝을 하다 보면 기록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무리하게 기록에 집착하면 결국 부상으로 이어지고 번아웃이 오기 쉽죠. 저는 기록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오래 즐겁게 달리는 것이 목표예요.”
김씨는 고양시에서 주로 뛰는 코스로 고양 어울림누리 트랙과 고양경찰서 인근의 지도공원을 추천했다. 특히 지도공원은 언덕 훈련에 최적의 장소라며 애정을 보였다. 김씨는 “처음엔 언덕길을 모르고 달렸다가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훈련 장소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근 러닝 붐에 대해서도 그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러닝 인구가 급속도로 늘면서 지나친 상업적 마케팅 문제나 일부 매너 부족 등의 부작용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장기적으로는 러닝 문화가 건강한 방향으로 정착됐으면 좋겠다”며 “장비나 기록 경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씨에게 러닝은 이제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일상에서 생각을 비우고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처음엔 운동이었지만 이제 러닝은 제 삶의 한 부분이에요. 평생 가져갈 즐거운 취미가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