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천과 그 너머> 전시 여는 박동춘 작가

간이역, 정미소, 옛 다리 그린 작품들 
대장천변 걸으며 깊은 위로·영감 얻어
“내 그림도 누군가에게 공감 전했으면”

고양시 주변의 풍경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그린 그림들로 전시를 열고 있는 박동춘 작가.
고양시 주변의 풍경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그린 그림들로 전시를 열고 있는 박동춘 작가.

[고양신문] “개발은 막을 수 없죠. 세월이 지나면 많은 것이 바뀌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그 안에 담겨있던 시간과 삶은 잊히지 않았으면 해요. 제 그림이 그 역할을 조금이라도 해준다면 충분합니다.” 

서양화가 박동춘(73세)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에서 8일부터 16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 주제는 ‘대장천과 그 너머’로 박 화백이 덕양구 화정동 자택에서 원당 화실까지 15년 넘게 오가며 마주한 일상의 풍경을 작가 특유의 따듯한 작품 속에 담아냈다. 작가의 시선은 특정 장소에 머물지 않고, 그곳에 깃든 정서와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는 사람과의 만남이 힘들었던 코로나 기간 동안 대장천을 걷고 또 걸으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들길 위에서 봄이면 밭을 갈고, 가을이면 수확하는 농부들도 만났다. 
“똑같은 풍경 같지만, 해마다 계절마다 조금씩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당시 대장천에서 느낀 감정들을 담은 그림들이 많습니다.” 

대장천은 작은 하천이지만 그에게는 커다란 사색의 공간이다. 순간을 기록하는 작가는 캔버스를 펴고 자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박동춘 작 '철길은 끊어지고'.
박동춘 작 '철길은 끊어지고'.

전시 작품 중 눈길을 끄는 그림은 교외선 ‘대정역’을 배경으로 한 풍경이다. 올해부터 대곡역에서 의정부까지 교외선 열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지만, 대정역은 정차역으로 선택되지 못했다. 폐역의 고요한 정취는 잊혀진 시간을 말해준다. 
“오래된 역사에 남은 바람 소리, 햇살, 사람들의 발자국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기억을 담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관심은 자연뿐 아니라, 역사적 흔적에도 닿아 있다. 대곡역에서 멀지 않은 대장진교 옆에 세워진 석비 ‘구지도면 대장리 진교비’는 과거 대장천을 건너는 개암나무 다리가 있었음을 말해주는 석비다. 고양동에서 개성·한양을 잇던 옛길의 흔적들도 그림으로 남겼다. 마을 개천을 건너던 개암나무 다리를 소중하게 여긴 옛사람들의 소박한 마음을 기록하고 싶어서다.

박동춘 작 '정미소의 세월'.
박동춘 작 '정미소의 세월'.

대장동 정미소를 그린 그림에도 낡고 해진 세월이 따듯한 시선으로 담겨있다. 강렬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푸근하고 투박한 한국적 색감의 그림이어서 더 마음이 간다.
“도시가 개발되며 사라지는 것들 속에도 누군가의 삶이 있었어요. 그런 기억을 붙들고 싶었습니다.”  

1976년 중앙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2009년 북경 중앙미술학원 벽화과 진수과정을 이수한 박동춘 작가는 서양화의 전통성과 현대성을 조화롭게 아우른다. 

박동춘 작 '대장길 57-69'.
박동춘 작 '대장길 57-69'.

한국미술협회, 일산미술협회, 한국인물작가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지역에서의 예술적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고양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다정함, 사람 냄새, 풍경의 변화…. 그 모든 걸 기억하게 해주는 예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박 작가는 “누군가 제 그림을 보고 ‘저기 내가 살던 동네 같아’라고 말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작품활동을 묻는 질문에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인체소묘를 해왔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온 인물들의 초상화와 가까운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면서 창작 의지를 뜨겁게 불태우는 청년의 눈빛을 보여주었다.

박동춘 작 '대곡역 가는 길'.
박동춘 작 '대곡역 가는 길'.
박동춘 작 '마당 너른 고가에서'.
박동춘 작 '마당 너른 고가에서'.
박동춘 작 '송강마을의 가을걷이'.
박동춘 작 '송강마을의 가을걷이'.
박동춘 작 '인체 탐구'.
박동춘 작 '인체 탐구'.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