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아이돌이란 대중으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을 가리킨다. 대중은 각자 좋아하는 아이돌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 뮤직비디오에 심취한다. 노래와 춤을 따라하고, 음반과 사진 포스터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돌의 모습이 들어간 기념 상품 ‘굿즈’를 사서 소중히 간직하기도 한다. 아이돌의 일정을 꿰고 있다가 공연이라도 열리면 행여 놓칠세라 비싼 입장료도 마다지 않고 찾아가 아이돌 또는 그들 그룹의 춤 노래에 맞춰 목청을 돋운다. 형형색색으로 불빛을 발하는 응원봉까지 흔들며 뿜어내는, 떼창이라고 하는 팬들의 추임 반응은 아이돌과 팬 사이 교감의 절정이다. 아이돌을 따라가고 따라 하며 즐거움과 만족감, 기쁨을 얻고 자기 삶의 활력소로 삼는다. 대중의 뜨거운 아이돌 사랑은 '한류' 문화 발전의 밑거름이기도 하다.
아이돌(idol)의 원래 의미는 우상(偶像)이다. 특정한 믿음이나 의미를 부여하여 나무, 돌, 쇠붙이, 흙 따위로 만든 형상을 이른다. 가톨릭에서는 우상 숭배란 '어떤 표상이나 사물로 표현되는 거짓 신(神)에게 그 신이 그런 곳에 내재한다고 믿고 하느님께 드릴 예배를 바치는 행위(가톨릭대사전)' 로 규정한다. 종교 목적의 축복받은 상, 성모상, 예수성심상, 천사상 등의 성상을 공경하고 성상을 통한 신앙생활은 인정한다. 이슬람도 우상은 철처한 금기의 대상으로 예배 장소 모스크에는 유일신 알라의 형상은 물론 최고 선지자 무함마드의 초상도 허용하지 않는다. 아랍어 쿠란 귀절의 서예나 기하학적 문양인 아라베스크 정도로 장식할 뿐이다. 인위적 형상은 물론 세속적 권력, 이익, 특정 관심사에 빠지는 것도 우상 숭배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하는 신학자들도 있다.
반사회적인 사이비 신흥 사교 집단은 현대판 우상의 전형이다. 교주가 스스로 하나님, 예수, 선지자라거나, 하나님의 특별한 은사를 받은 존재라고 내세우며 신자를 끌어모은다. 성 착취를 저지르고 말세론을 선전하며 재산을 가로채 개인과 가정을 파탄으로 내몬다. 심리가 공허하거나 이성적인 판단이 미약하면 사이비 종교의 제물이 되기 쉽다. 대중에게 떠받들도록 강요하는 우상으로 정치 권력도 빼놓을 수 없다. 대개 독재 정권이 그렇다.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권력이 대표적이다. 우리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은 1955년에 대통령 이승만의 80세 생일을 기념해 서울 남산에 기단을 합쳐 25m 높이의 거대한 동상을 세우고 시민 학생 군대를 동원해 대대적인 경축 행사를 벌였다. 김일성 우상화보다 시기가 앞선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도 우상화를 시도했다. 경제 산업 발전을 이끈 위대한 영도자라는 찬사가 박정희에게 따라붙는다. 전두환은 국난을 극복한 지도자 운운하는 수식어를 달았다. 대통령 참석 행사에 '대통령 찬가'가 울려퍼지고 언론에 찬양 기사가 줄을 이었다. 전두환의 경우 숱이 없는 머리 부분이 띄지 않도록 신문 사진이나 TV 촬영에 특별한 주문 지시가 따라붙을 정도였다. 독재, 인권 탄압, 민주주의 억압 사실은 홍보 조정이라는 교묘한 언론 통제로 묻어버렸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대통령 권력을 돋보이게 하려는 시도는 그치지 않았다. 우상화 시도는 지난 연말 황당한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을 일으켰다가 최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직 파면을 선고 받은 윤석열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헌법재판소 선고문)'한 대통령으로 윤석열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많은 언론매체와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명문으로 찬사를 받은 선고문도 사료(史料)로 따라붙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극우파 종교인과 유튜버들은 헌재 선고를 외면하며 윤석열이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김영삼 정부 때 사라진 대통령 찬가를 윤석열에게 얹어 편집한 유튜브 영상도 돌아다닌다. 그를 1호 당원이라며 떠받드는 정당의 국회의원들도 지난 겨울 탄핵 반대를 외치는 극우 집회에서 함께 주먹을 휘두르며 목청을 돋웠다. 윤석열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서 난동 벌인 폭도를 옹호하기까지 한다. 오죽하면 보수논객 조갑제 씨가 '부정선거 음모론 악령에 접수된 사교집단'이라고 질타할 정도일까?
그리스 수도 아테네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를 수호신으로 섬기던 도시였다. 고대 서구문명의 발상지로 꼽는 아테네는 온갖 신을 모시던 신전과 신상의 유적이 널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시내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나 여신에게 제사하던 자리다. 초기 기독교의 사도 바울은 아테네에 우상이 가득함을 보고 분함이 일었다. 아크로폴리스 북서쪽 기슭 아레이오스 파고스라는 석회암 언덕은 바울이 올라가 쟁론하며 복음을 전파한 곳이다(신약성경 사도행전 17장). 정치인과 정치 권력은 주권자 국민을 위한 공복이다. 아이돌 연예인처럼 바라봐서는 안 되고, 종교의 우상처럼 맹목적으로 숭배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우리는 이성이 깨어있는 시민인가? 각자 있는 자리를 아레이오스 파고스로 삼아 정치 권력 우상화를 금하고 경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