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교육지원청 앞 1인 시위 
양운신 전 전교조 해직교사 인터뷰

고양교육지원청 앞에서 3년 가까이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양운신 전 교사.
고양교육지원청 앞에서 3년 가까이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양운신 전 교사.

[고양신문] “국가가 잘못했으면, 국가가 사과하고 원상회복 조치를 내려줘야죠. 진실화해위원회가 인권침해로 인정하면 뭐합니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양교육지원청 앞에서 3년 가까이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전 교사 양운신씨. 그는 1989년 전교조 창립 당시 노태우 정부의 강제 해직 조치로 교단에서 쫓겨났다. “그때는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3권도 무시되던 시절이었어요.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 하나로 전국에서 1500명이 넘는 교사들이 거리로 내몰렸죠. 고양파주지역에서도 12명의 선생님들이 해직됐습니다.”

당시 만연했던 촌지문화 타파와 학생인권 존중을 주장했던 전교조의 교육민주화 운동은 이내 정권으로부터 색깔론 공세에 시달렸다. 다행히 그는 1994년 김영삼 정부의 ‘국민화합’ 조치로 복직됐지만, 그조차도 절반의 복직에 불과했다. 정부는 당시 복직 조건으로 전교조 탈퇴 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고, 해직 기간인 4년 반은 경력에서 제외됐다. 결국 해직교사들은 복직해서도 5년 후배와 같은 급여와 연금을 받아야 했다. 

그는 이후 30년 넘게 현직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견디며 지냈는데 정년퇴직 후에도 여전히 그 차별은 끝나지 않았다. “승진도, 수당도, 퇴직금도 차이가 납니다. 퇴직 후에도 연금 격차는 계속되고요. 그 당시에는 말도 못 꺼낼 분위기였어요. 감시당하고 찍히고, 교사로서 정당한 목소리를 내면 또 탄압받았죠.”

전환점은 2022년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의 결정이었다. 진화위는 당시 전교조 해직 교사에 대한 국가의 탈퇴종용 및 대량해직 조치가 중대한 인권 침해이자 국가폭력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날은 3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우리를 ‘국가폭력의 희생자’라고 인정한 첫 순간이었죠.” 하지만 이후 정부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 교육부와 행정안전부는 진화위 권고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진화위는 국가기구입니다. 따라서 인권 침해 판단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정부가 응답해야 할 최소한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소관부처인 교육부와 행안부는 물론이고 입법부와 사법부조차도 서로 책임을 미루기만 하고 있어요.”

진화위 권고 이후에도 정부와 국회 어디에서도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자, 해직교사들은 2023년 4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판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소송장을 낸 지 1년이 지났는데 재판 일자는커녕 연락조차 없어요.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는 동안 피해자들은 계속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에게 이 싸움은 단순한 보상이나 개인 복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쳤잖아요. 정의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근데 지금 이대로면, 정의는 오지 않아요. 제가 교단에서 쫓겨날 때, 어떤 제자가 그랬어요. ‘선생님, 그냥 탈퇴하세요. 그래야 살 수 있어요.’ 35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봐라, 선생님이 옳았단다’라고.”

그는 고양시민들에게도 이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님을 알리고자 한다. "1인 시위 도중 한 시민으로부터 ‘30년 전 일인데 이제 그만하지’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하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차별받고 있고, 국가는 아무런 말도 없는데 어떻게 그만 둘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정의는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복권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자들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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