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언론담당관이 지난달 19일 이종덕 시의원에게 제출한 '고양시 행정광고 집행계획' 에 나나탄 광고배제 기준
고양시 언론담당관이 지난달 19일 이종덕 시의원에게 제출한 '고양시 행정광고 집행계획' 에 나나탄 광고배제 기준

[고양신문] 1986년 9월 6일 월간지 <말>은 ‘보도지침-권력과 언론의 음모’란 특집호를 발간한다. 전두환 정권의 문화공보부가 1985년 10월부터 1986년 8월까지 각 언론사에 시달한 보도지침 584건이 세상에 알려진 순간이었다. 전두환 정권은 뉴스 가치와 상관없이 보도 여부와 보도의 방향, 내용, 형식까지 구체적으로 지침을 작성해 언론사에 은밀히 시달했는데, 당시 언론사의 보도지침 이행률은 80%를 웃돌았다. 보도지침을 충실히 따른 언론사들은 정권의 비호 아래 많은 이권을 챙겼고, 대중조작은 끊임없이 되풀이되었다. 이를 비판한 언론인 김태홍, 신홍범과 보도지침을 폭로한 김주언 기자가 차례로 대공분실에 연행되어 구속되었고, 검찰은 이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를 씌워 기소했다. 조선일보 해직 기자인 신홍범은 당시 보도지침을 두고 "전두환 정권과 제도언론의 공동정범" 행위라고 했다. 

권력과 언론의 유착은 2000년대 들어 경제 쪽으로 번졌다. 최대 광고주인 삼성이 재판받을 때면 언론은 호위무사가 되어 ‘위기설’을 쏟아냈다. 삼성이 발표한 호소문은 일종의 보도지침이었다. 삼성이 언론을 장악한 과정은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과 유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언론을 통제한 권력이 정부에서 재벌로 바뀐 것과 언론의 자발적 충성이었다.

보도지침이 나온 지 40년이 지난 2025년, 고양시는 비판언론을 겨냥해 ‘행정광고 배제기준’이란 지침을 만들었다. 내용을 보면, 시 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할 수 있고,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언론사는 (결정 내용과 상관없이) 1회 3년, 2회 5년, 3회 10년간 행정광고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시는 지침 마련에 앞서 이동환 시장과 시정을 비판한 고양신문 기사 4건을 언론중재위에 무더기로 제소해 속셈을 드러냈다. 이 지침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지역의 유일 신문사인 고양신문은 고양시의 행정광고를 받지 못한다. 

고양시가 올해 책정한 행정광고비 예산은 14억원이다. 큰 기업이 없는 지역에서 시는 무시할 수 없는 ‘광고주’인 셈이다. 시의 광고비는 지난해 174개 언론사에 뿌려졌는데, 기자가 출입하지 않고 보도자료만 베껴 쓰는 인터넷언론도 상당수 포함됐다.
 

박경만 편집인
박경만 편집인

고양신문은 0원이었다. 행정광고를 받고 싶으면 시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 쓰라는 것인데, 시가 날마다 시달한 보도자료란 게 낯 뜨거운 시정 홍보와 부서별로 돌아가며 의회 때리기 등 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아 시민의 알권리를 생각하는 언론이라면 도저히 받아쓸 엄두가 안난다. 재정이 취약한 지역언론의 약점을 이용해 대중조작을 일삼는 고양시의 이같은 조처를 두고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이 연상된다고 하면 또 언론중재위에 제소할 것인가. 권력의 남용을 경계하고 감시하는 언론 노릇하기가 이렇게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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